[사설] 과로사에 ‘열심히 일한 기록 없애라’, 쿠팡 김범석 수사하라

2025. 12. 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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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주최로 18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택배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쿠팡 김범석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광창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2020년 심근경색으로 숨진 쿠팡 물류센터 20대 노동자 장덕준씨 사고에 대해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한 게 확인됐다. 당시 쿠팡 한국법인 대표였던 김 의장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건 조작과 증거인멸을 자행한 꼴이다. 비인간적이고 부도덕할 뿐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다.

사고 당시 김 의장과 쿠팡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의 메신저 대화 내용은 충격적이다. 쿠팡 실무진이 장씨 근무 영상을 분석한 자료를 보고하자, 김 의장은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말이 안 되지!!!”라며 “그들은 시급제 노동자들이다, 성과가 아니라 시간급을 받는다”고 질책했다. 물 마시기, 대기, 잡담·서성거림 등을 언급하며 장씨의 노동 강도를 낮추려는 정황·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밤샘노동을 하던 노동자의 죽음에도 사죄·반성은커녕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고, 노동자를 비하하는 파렴치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창업자이자 최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김 의장의 생각과 언행이 이리 비뚤어졌으니 과로사가 속출하는 ‘죽음의 일터’가 된 게 아닌가. 장씨가 숨진 지 두 달 뒤인 2020년 12월에 김 의장이 한국법인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도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한 술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 매사 이런 식이다. 요근래 3370만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대응 역시 다르지 않다. “글로벌 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을 핑계로 지난 17일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해 공분을 샀다. 소비자 피해를 외면하고 국회와 국민마저 무시하는 김 의장의 오만이 목불인견이다.

김 의장의 이런 안하무인 태도는 오랜 반노동행위와 과로사 속출에도 관계 당국이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정부는 18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경찰 등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영업정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또다시 용두사미가 돼서는 제2, 제3의 쿠팡 사태를 막을 수 없다. 범죄 혐의가 짙은 반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김 의장을 체포해 수사하고, 소비자 피해 보상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내려야 한다. 곪을 대로 곪은 쿠팡의 악질 경영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한 정부 책임도 적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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