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려아연 미국 투자, 전략적 도약 기회다

2025. 12. 18. 17:5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무권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고려아연의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건설 합작법인(JV) 프로젝트를 둘러싼 최근 논란은 투자 규모와 재무 부담에만 초점을 맞춘 단편적 시각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해외 설비 증설이 아니라,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게 될 전략적 위상을 가늠하는 문제다. 기업 전략과 재무구조를 함께 놓고 보면, 이 프로젝트는 오히려 고려아연이 세계적 핵심광물 기업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에 가깝다.

미국이 고려아연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고려아연은 아연·연·구리 같은 기초금속뿐 아니라 안티모니·인듐·비스무스·갈륨·게르마늄 등 총 11종의 핵심광물을 통합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다. 미국이 필요로 한 것은 단일 금속 제련소가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방위산업 전반에 걸쳐 요구되는 다종의 전략광물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통합 제련 시스템이다. 미국의 산업안보 수요와 고려아연의 기술·운영 역량이 정확히 맞물린 이유다.

이번 JV의 투자 구조는 그 자체로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총 약 11조원 규모의 투자 가운데 고려아연이 직접 부담하는 자본 비중은 10% 미만이며, 나머지 90% 이상은 미국 전쟁부(국방부)·상무부를 포함한 정부 자금과 전략적 투자자들이 조달한다. 이는 단순한 레버리지 구조가 아니라, 역할에 따라 리스크를 배분하는 ‘역할 기반 리스크 배분’ (role-based risk allocation) 방식이다. 미국 정부는 정책 목적과 산업안보 차원에서 금융 리스크를 부담하고, 고려아연은 기술 제공과 운영 실행을 통해 사업·운영 리스크를 책임진다.

합작법인(Crucible JV LLC)은 고려아연 본사 지분 약 10%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취득하게 된다. 이 합작법인의 주요 출자자는 미국 전쟁부(의결권 기준 40.1%), 고려아연(9.99%), 기타 미국 내 전략적 투자자들로 구성된다. 여기에 더해 약 47억달러 규모의 미국 정책금융 대출은 15년 장기 조건으로 제공된다. 이는 제련소가 안정적으로 가동되어 충분한 현금을 창출할 때까지 시간을 부여하는 구조이며, 현금 흐름이 확보되거나 더 유리한 조건의 자금조달이 가능해질 경우 자발적 조기상환도 가능하다.

재무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투자 매력은 명확하다. 미국 제련소가 본격 가동되면 연평균 약 9억달러, 한화로 약 1조3000억원 수준의 EBITDA(영업이익) 창출이 예상된다. 현재 온산제련소에 필적하는 규모의 새로운 현금창출원이 추가되는 셈이다. 총 투자비의 10% 미만을 투입해 5년 내 이같은 사업을 소유하게 된다면, 투자수익률(ROI) 측면에서 매우 우수한 거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사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7월 미국 정부가 지분 15%를 인수한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즈는 기업가치가 56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급증했다. 10월 미국 정부 투자를 유치한 리튬아메리카 역시 기업가치가 약 50% 상승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효과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번 JV는 약 2억1000만달러 규모의 칩스(CHIPS)법 보조금도 받게 된다. 이는 상환 의무가 없는 순수 지원금으로, 사실상 추가 출자와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가진다. 합작법인의 재원조달 관련하여 일각에서 지적되는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상법상 경영상 필수적인 경우에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며, 일부 채무에 대한 15년 장기 채무보증 또한 미국 정책금융이 요구하는 장기 안정성 구조를 반영한 조치다.

경영 전략의 본질은 불확실성 속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한 기회를 선점하고, 단기적 부담을 감수해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는 한국의 전통 제련기업에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다. 이 기회를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선택이 될 것이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