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예산 갈등 격화…시의회 증액안에 집행부 ‘부동의’ 맞불
최기문 시장 “예산은 정쟁 아닌 시민 삶의 수단… 책임 있게 대응”

2026년도 영천시 본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영천시의회가 법적 한계를 넘어 일부 예산을 증액·의결한 데 대해 집행부가 '부동의'와 재의 요구 방침을 밝히면서, 책임 없는 예산 심의로 행정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시민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영천시는 지난 17일 열린 제249회 영천시의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시의회가 증액한 일부 예산안에 대해 법적·재정적 검토를 거쳐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지방자치법 제142조 제3항에 명시된 "지방의회는 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시키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 조치다.
그럼에도 시의회는 도로 개설, 중소농기계공급 등 집행 가능성이나 재원 확보 방안이 명확하지 않은 예산을 증액·의결했고 결국 행정 절차상 집행이 불가능한 예산을 만들어 스스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이번 사안을 특정 사업에 대한 반대나 정책 갈등이 아닌, 예산편성권자로서 불가피한 행정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의회의 예산 심의·의결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예산 집행에 따른 법적·재정적 책임은 전적으로 집행부가 떠안게 된다"며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이뤄진 증액은 결국 시민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 향후 추경이나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하자는 보완적 요청"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시의회의 예산 심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정훈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북특보는 성명을 통해 "집행 불가능하고 시급성 없는 예산 증액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예산 심의의 기준은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집행 가능성, 시급성, 시민 삶에 대한 책임성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용학 영천공설시장 상인회장은 전통시장 차량 질서계도원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소식에 강하게 반발하며 1인 시위에 나설 뜻을 밝혔다.
또한 국보로 지정된 청제비선양사업 및 영천유소년축구단육성지원(금호중학교 축구부 운영비)이 삭감되면서 학생 선수들이 타 지역 학교로 전학을 가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학부모와 역사학계에서 분노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시의회의 역할 인식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60대 한 시민은 "예산 편성은 집행부 권한이고 의회는 이를 합리적으로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서로 권한을 넘나들며 월권하려 하니 결국 피해는 시민 몫이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최기문 영천시장은 "정책과 예산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키는 수단이어야 한다"며 "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그리고 행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