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의 허상, ‘쌍방향 GPS 위치추적’ 도입의 필요성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잠정조치로 서면 경고(1호), 100m 이내 접근금지(2호),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3호),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3-2호), 유치장 또는 구치장 유치(4호)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인권침해 우려를 이유로 주로 서면 경고나 접근금지 조치에 집중하다 보니 고위험 가해자를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여기에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주로 스마트워치 지급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도 문제다. 당장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고층 건물에서는 층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스마트워치의 성능이 부정확하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 피해자가 직접 버튼을 눌러야 작동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비극이다. 이미 가해자와 마주한 상황에서 스마트워치를 누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피해 다니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감히 피해자의 생활반경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쌍방향 GPS 위치 추적' 제도의 도입이 있다. 이 제도는 단순히 스토킹 가해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거나 피해자의 주거지나 직장 등 주요 생활반경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경고가 울리고 경찰이 즉시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동시에 피해자에게도 경고 알람이 전송돼 사전에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확보된다. 이를 위해 고위험 가해자를 선별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 건 당연한 전제다. 미국은 23개 주에서 스토킹 가해자에게 GPS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고 프랑스와 스페인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토킹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 당장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해자의 자유보다 피해자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적극적 조치가 요구된다. 특히 접근금지 조치나 스마트워치 지급으로 대표되는 현행 피해자 보호 제도는 가해자의 양심에 기대어 피해자에게 '눈치껏 피해 다니라'는 책임만 전가할 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완전히 분리할 때만이 피해자의 안전이 담보될 것이다. 더불어 강력한 처벌과는 별개로 위험 신호가 감지되는 즉시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함께 작동해 가해자가 감히 추가 범행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피해자가 당당하게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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