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K-마리나’ 돛 올리다] (4) 싱가포르 센토사섬 : 민관 협력이 만든 해양관광 허브

정민주 2025. 12. 18. 11:0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관광섬’ 방향키, 민간이 ‘콘텐츠 운영’ 항해

정부가 지정한 ‘관광섬’

1970년대 초반까지 군사기지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 등
3단계 장기 마스터플랜 추진
40년 이상 개발 ‘관광지’ 구축

‘센토사섬’ 성공 핵심

정부가 임대·투자로 섬 관리
민간은 마리나 등 콘텐츠 운영
교통수단·시간대 관광 ‘경쟁력’
연 6조 창출 ‘체류형 모델’ 정착


싱가포르 센토사섬은 ‘국가 전략’이라는 일관된 방향성과 공공·민간의 정교한 분업이 결합해 구축된 대표적 해양관광 도시 모델이다. 바다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군사기지가 불과 수십 년 만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해양·엔터테인먼트 허브로 도약했다.

이는 국가 차원의 장기 마스터플랜과 공공(방향 설정)과 민간(콘텐츠 실행)의 정교한 거버넌스 분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전략적 배치를 통해 레저와 비즈니스 수요를 통합하고, 숙박·쇼핑·엔터테인먼트 등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여 연 2000만명이 찾는 체류형 관광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통영이 해양레저도시를 조성할 때 참고해야 할 핵심적인 성공 사례이다.

리조트 월드 센토사섬의 핵심 명소 중 하나인 아쿠아리움.

◇군사시설에서 관광섬으로= 1970년대 초반까지 센토사는 군사시설과 창고, 정유 저장고가 흩어져 있던 외딴섬이었다. 당시 싱가포르는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관광과 마이스(MICE) 산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기 위한 국가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었고, 센토사는 그 실험의 중심 무대로 선택됐다. 국가 차원의 산업 전환 전략 속에서 센토사는 단순한 관광 개발 대상이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시험하는 실험 공간이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센토사를 ‘국가 전략 관광섬’으로 지정한 뒤 도시개발청(URA)과 센토사개발공사(SDC)를 중심으로 장기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군사시설 철거와 기반 조성(1단계), 해변·레저시설 확충(2단계),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RWS) 등 대규모 앵커 시설 유치(3단계)를 거치며 40년 이상에 걸친 점진적 재생이 이뤄졌다. 단기간 성과를 위한 개발이 아니라, 정권과 행정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장기 계획이 전제됐다.

센토사개발주식회사./센토사 공식 홈페이지/

◇방향은 공공, 개발은 민간= 이 과정에서 ‘공공이 방향을 설정하고 민간이 실행한다’는 구조적 분업이 핵심 역할을 했다. 정부는 기반시설과 교통망, 토지 이용, 경관, 규제 등 큰 틀을 관리하고, 민간은 리조트·테마파크·마리나·카지노·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운영을 맡았다. 공공은 직접 수익을 좇기보다 전체 섬의 질서와 방향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고, 민간은 서비스 혁신과 운영 효율을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센토사의 본질은 시설의 화려함이 아니라 거버넌스 구조에 있다. 공공이 끝까지 방향을 쥐고 민간을 조정하는 구조가 있었기에 단기 수익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센토사 섬 내의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USS)’.

◇집적 구조로 효율 극대화= 센토사 개발 전략의 핵심은 시설을 흩어 놓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콘텐츠가 시너지를 내는 ‘집적(agglomeration)’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섬 안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USS), SEA 아쿠아리움, 리조트 월드 센토사(RWS), 고급 호텔, 골프장, 대형 마이스 센터, 요트 마리나, 워터파크 등이 유기적으로 배치됐다. 관광객은 한 공간에서 레저·숙박·쇼핑·엔터테인먼트·해양체험을 연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집적 구조는 체류형 소비 모델을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센토사를 찾는 관광객은 하루 방문에 그치지 않고 2~3일 이상 머물며 섬 전반을 순환한다. 그 결과 센토사는 연간 2000만명 이상이 찾는 아시아 대표 해양관광지로 성장했고, 2010년 RWS 개장 이후에는 연간 60억 싱가포르달러(약 6조8691억원) 이상의 관광 수입을 창출하는 국가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섬 내 직접·간접 고용도 3만명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통영시도 센토사 사례를 중요한 참고 모델로 삼을 만하다. 통영 역시 마리나와 원도심, 섬 관광, 문화 콘텐츠를 하나의 체류 루트로 엮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수익 구조 다변화= 센토사의 성과는 수익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입장권·숙박·엔터테인먼트·쇼핑·마이스·카지노 등으로 수익원이 분산돼 특정 시설의 흥행 여부가 전체 성과를 좌우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공공은 토지 임대와 운영 관리, 재투자를 통해 섬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관리했고, 이는 경기 변동에도 관광섬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센토사 개발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 해변 개발과 일부 레저 시설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시설은 과감하게 재배치되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됐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실패가 정치적 부담이나 사업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기 마스터플랜과 전담 조직이 존재했기에 실패를 ‘계획 수정의 일부’로 흡수할 수 있었다.

센토사섬의 교통수단 가운데 하나인 케이블카.

◇촘촘한 교통망= 센토사의 또 다른 경쟁력은 ‘섬으로 들어오는 과정’ 자체를 관광 경험으로 설계한 접근성 전략이다. 하버프런트와 센토사를 잇는 케이블카, 섬 전역을 순환하는 모노레일 ‘센토사 익스프레스’, 무료 전기 셔틀버스와 트램, 해상 셔틀보트까지 촘촘한 교통망이 구축됐다. 관광객은 차를 몰지 않아도 섬 전체를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고, 이는 체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관광객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설계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전에는 해변과 해양 액티비티, 낮에는 테마파크와 아쿠아리움·쇼핑, 저녁에는 공연과 야경, 엔터테인먼트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구조다. 관광객이 스스로 동선을 고민하지 않아도 섬 자체가 하나의 큐레이션 공간처럼 작동한다.

센토사섬 전경.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 싱가포르 정부는 센토사 전반에 ‘Fun & Escape(일상의 탈출)’라는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을 부여했다. 콘텐츠, 시설, 경관, 색채, 홍보 전략까지 하나의 테마 아래 통합 관리했다. 이는 통영이 음악(윤이상), 섬, 해양레저, 예술이라는 고유 자산을 개별적으로 소비하는 데서 나아가, 하나의 통합 브랜드로 엮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센토사는 관광지를 넘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리조트 운영 인력, 요트·보트 정비 엔지니어, 해양안전 강사, 레저 인스트럭터, 이벤트·마이스 기획자 등 기술 기반 전문직이 대거 창출됐다. 여기에 해안·산호 보호구역 지정, 전기 셔틀버스 도입, 에너지 절감 설비 구축 등 친환경 정책을 병행하며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김호곤 케이엔씨 대표는 “싱가포르는 실무 중심의 교육과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마이스 전문가를 육성하며 산업의 인적 경쟁력을 탄탄하게 다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전문 역량은 센토사섬의 세계적 인프라 및 정부 정책과 시너지를 이루며, 2030년까지 최대 1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마이스 허브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고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센토사 사례를 보면, 공공이 끝까지 방향을 책임지는 거버넌스, 공간을 하나의 체류 루트로 묶는 교통·보행 전략, 통영만의 해양·예술·레저 자산을 통합하는 브랜드 전략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것을 알 수 있다.

센토사섬은 국가가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이 콘텐츠를 채우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해양관광 도시가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모델이다.

김 대표는 “통영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사업 역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운영·브랜드·거버넌스가 균형 있게 결합될 때 비로소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글= 정민주 기자·사진= 싱가포르 관광청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