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간첩 수사 올스톱 된다…국보법 폐지 안보 우려 쏟아졌다 [세상&]

김아린 2025. 12. 18.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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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5년 8월 경찰 적발된 국가보안법 사범 342명...국정원 82명·방첩사 8명
매년 40명 넘게 北 관련 이적행위로 적발
“간첩법 개정돼도 국보법 대체 불가능”
서울 서대문구 경찰 국가수사본부.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범여권 의원들이 이달 초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경찰을 비롯한 관련 수사·조사 기관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박주현 전 경찰수사연수원 안보수사학 과장은 17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땐 경찰의 간첩 수사가 전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전 과장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간첩법(형법 98조)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국가보안법 폐지로 인한 공백을 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국가가 아니므로 적국이나 외국을 대상으로 한 간첩법 적용이 안 된다”고 했다.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간첩법 개정안은 안보 침해로 처벌 가능한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아직 본회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20년 넘게 안보수사에 몸담았던 박 전 과장은 “북한과 연계된 간첩 지령 수수나 공작 등 은밀한 활동이나 대남 공작원과 비정상적인 접촉은 국가보안법이 아닌 다른 법으로 세밀하게 대응할 수 없다”며 “국가보안법은 존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이 없다면 광화문 광장에서 김정은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인공기를 흔들며 퍼레이드를 해도 제재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안보경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관련 수사를 하는 일선 경찰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취지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이 폐지될 경우 진행 중인 수사도 멈출 뿐 아니라 이미 수감 중인 사범들의 재심이나 석방 요구로 혼란이 빚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아직 법안 발의 단계인 만큼 이에 대한 경찰청 차원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관련 기능을 하는 부서에서 의견을 모아 최종적으로 결론을 낼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경찰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검찰에 송치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은 342명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국가정보원은 82명, 국군방첩사령부는 8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해마다 40명이 넘게 북한과 관련된 국가 안보 위협 또는 반국가적 행위로 적발된 것이다.

전직 국정원 대공수사 요원은 “국내 활동하는 간첩이 15만명으로 추정된다”며 “국가보안법이 사라지면 안보 시스템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황윤덕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 역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북한 관련 이적 행위를 처벌할 근거가 사라져 국정원 안보조사국 활동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폐지에 반대했다.

황 전 단장은 “대한민국 정부만을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헌법 영토 조항상 북한은 반국가단체”라며 “헌법 제3조가 살아있는 한 반국가단체를 규율하는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3년 국가보안법에 관한 청구에 조항별로 합헌 결정을 내리거나 각하했다.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여덟 번째 판단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두고 여론은 들끓고 있다. 국회전자청원에 올라온 국가보안법 폐지안 반대 청원은 총 2건으로 17일 오후 기준 각각 16만6135명과 14만464명이 서명했다. 두 청원이 지난 4일 게시된 지 19일 만이다.

앞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등은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지난 2일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에는 범여권 의원 31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발의 이유로 “국가보안법은 제정 당시 일본 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하여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며 “냉전 체제의 해체와 남북 유엔 동시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존속 근거가 사라졌다”고 법안 제의서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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