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상세설계, 기술 연속성 차원 HD현대중공업이 맡아야”
업계 “단일 총괄책임체제 대원칙 흔들” 우려 목소리 확산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까지 이어 맡는게 업계 관행인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HD현대중공업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내놔 KDDX의 '기술 연속성-품질·일정 관리-책임' 구조가 흔들리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오는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최종 사업자를 △수의계약 △경쟁입찰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공동수행(상생안) 등 세 가지 중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지 논의한다.
원래 계획은 이날 KDDX 상세설계 추진방식 즉, 최종 사업자를 결정하는 거였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충남 천안 타운홀 미팅에서 이용철 방사청장에게 "군사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데에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나온다. 그런 것 잘 체크하라"고 지시한 이후 계획이 틀어질 공산이 커졌다. 이 대통령이 기업명까진 콕 집어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황상 5년 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관련 기밀을 유출해 처벌받은 사건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KDDX 상세설계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이 사업을 수주하는 게 업계 관행인데, 대통령 지시대로라면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수행 상생안 중 수의계약 방식은 선택지에서 배제될 공산이 크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경쟁입찰과 공동수행 상생안 두 가지 방안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 중 공동수행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최근 방사청이 공정거래위원회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KDDX 상세설계를 공동수행하는 '상생안'이 담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대통령 발언에 부담을 느낀 방사청이 공을 공정위로 넘긴 셈이다.
지난 9월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기간(2022년 11월 19일~2025년 11월 18월) 종료 한달 전, 1년 추가 연장 조치를 발표한 것 역시 공동수주 구도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단, 공정위가 22일 전에 공동수주의 담합여부에 대한 회신을 할 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방추위 일정이 다시 미뤄지거나, 예정대로 22일 소집되더라도 사업자 확정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상세설계는 함정의 성능·안전·전투체계 통합 기준을 확정하는 핵심 단계로 여기서 정해진 조건이 건조·시운전의 기준이 된다. 통상 함정 개발은 기본설계에서 선형·배치·통합 개념을 구체화한 뒤, 상세설계에서 장비 배치·배선·중량·안정성·생존성 등을 촘촘히 확정하는 구조다. 선도함 건조도 상세설계 단계에 포함되며 이후 후속 양산함 건조가 이뤄진다. KDDX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고, 방산업계에선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까지 연속 책임지는 방식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통한다.
그런데 상세설계를 공동수행하게 되면 설계변경과 통합 과정에서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지는데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이 한국 방산의 대원칙으로 꼽혀온 '단일 총괄책임체제'와의 충돌지점이라는 게 업계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연속성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를 맡는 게 상식적 선택"이라며 "어떤 형식이든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KDDX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오 국회의원(울산 북구)은 "과거 HD현대중공업의 직원들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건 잘못"이라며 "하지만 해당 직원들은 이미 처벌받았고, 회사도 3년 간 보안감점을 적용받았는데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보안감점 기간을 연장해 패널티를 계속 주겠다는 건 옳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KDDX는 단순히 HD현대중공업의 실적을 넘어 기자재·전장·도장·의장 등 협력사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사업으로 울산의 도시경쟁력, 노동자 고용안정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대통령의 한 마디에 원칙이 흔들려선 안되며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도 최근 내부소식지를 통해 "불법행위는 처벌로 종결되는 것이지 노동자 일자리 박탈의 근거가 될 수 없고, KDDX 사업 혼선은 결과적으로 특정 기업에만 유리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라면서 "정부는 형평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방식의 일감 재편을 즉시 중단하라"라고 강력 반발했다.
한편 지난 16일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잠수함 설계 도면을 대만으로 유출한 혐의로 방위산업 업체 대표가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바 있어 한화오션 역시 불법·보안 논란에 대해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