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한국어 전혀 못 해"…청문회 내내 '동문서답'

박준우 기자 2025. 12. 1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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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한다는 말로 청문회를 시작했습니다. 질문 취지와 동떨어진 답변으로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통역을 둘러싸고 언쟁이 벌어졌습니다. 청문회가 열리게 된 핵심 이유, 정보유출에 대해선 다른 사고들보다 규모가 작다는 주장까지 내놨습니다.

박준우 기자입니다.

[기자]

청문회 내내 가장 바쁜 건 통역사였습니다.

해롤드 로저스 신임대표는 시작부터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로저스 대표는) 한국어를 전혀 못 하십니다. 기본적인 '안녕하세요' 정도의 인사말을 하시는데요.]

질의가 시작되자 로저스 대표는 줄곧 질의 취지와 동떨어진 답변을 이어가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해롤드 로저스/쿠팡 대표 : 죄송합니다만 무슨 말씀이시지 모르겠습니다. 직원의 로그키라고 하는 게 어떤 개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질의 도중 자기 말이 제대로 통역되고 있는지 여러 차례 확인하거나,

[해롤드 로저스/쿠팡 대표 : 한국어를 못 해서 죄송합니다만 제 말이 알아들을 수 있게 제대로 통역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답변을 끝까지 마치고 싶다며 의원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해롤드 로저스/쿠팡 대표 : 미국법상 법률 위반이 아니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됐습니다. 끊으세요.} 우리는 한국법과 우리의 책임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Of course not, 거기까지 됐어요. 됐다고요.} 제 답변을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아이 씨…}]

한글 자료를 못 읽겠으니 영문 번역을 제공해달라고도 요청했습니다.

[해롤드 로저스/쿠팡 대표 : 현재 PPT 화면에 나온 규정과 관련해 물으시는 거라면 제가 한국어를 몰라서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합니다. 누군가 영문 번역본을 제공해주실 수 있을까요?]

보다 못한 최민희 위원장은 아예 화면에 AI 번역을 띄우라고 지시했습니다.

[최민희/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 지금 자동 번역기를 화면에 띄우겠습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그거 갖춰주세요.]

로저스 대표가 쿠팡 정보유출 규모를 놓고 내놓은 해명도 논란입니다.

[해롤드 로저스/쿠팡 대표 :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결제 정보나 로그인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지난 18개월 동안 발생했던 다른 사고들에 비해 유출된 정보의 범위가 좁은 것입니다.]

SK텔레콤과 KT, 롯데카드 등 올 한 해 연달아 터진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비해 쿠팡 사태는 심각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입니다.

3370만명이라는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에도 그저 사건을 축소하는 데 급급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자체적으로 마련하겠다던 고객 보상 방안 역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해롤드 로저스/쿠팡 대표 : 조사에 따라 정확한 사실 관계가 밝혀지면 고객들을 위한 책임 있는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하겠습니다.]

결국 청문회는 '영어 듣기 평가' 장이 됐다는 냉소 속에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습니다.

[영상취재 김진광 영상편집 배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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