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한파인데… 업체마다 ‘작업중지’ 제각각 [탐사기획-당신이 잠든 사이]
환경미화원 강제 연차 차감 사례까지
구로구, 근로자 절단사고 뒤 관리 강화
年 20회 작업중지 직영·민간 동일시행

경기 안산시에서 민간 대행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일해온 홍석환(58)씨는 지난해 첫눈이 내리던 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밤새 눈이 쌓여 청소차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안산 지역에는 지난해 11월27일부터 이틀간 평균 30㎝가 넘는 폭설이 쏟아졌다. 117년 만에 기록된 습설이었다. 홍씨는 집에서 작업 장소까지 이동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어 현장 작업을 중지하겠다는 연락도 내려왔다.
하지만 그날 홍씨에게 적용된 것은 ‘연차’였다. 사무실까지 겨우 도착한 몇몇 환경미화원만 ‘날씨로 인한 휴무’로 처리됐고, 집에서 출발조차 하지 못한 홍씨는 연차가 차감됐다. 그는 “눈 때문에 도로가 막혀 아예 나올 수 없었는데,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차가 깎였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후진하던 청소차와 전봇대 사이에 끼여 숨진 환경미화원 고(故) 김동철씨는 서울 강서구의 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에서 일했다. 이 업체를 포함해 강서구에 있는 대행업체 5곳 중 가운데 1곳은 작업중지 계획과 시행 여부를 모두 기재하지 않았다. 또 다른 대행업체 2곳은 작업중지 기준을 별도로 두지 않은 채, 계획서에 ‘구청 지시에 따름’, ‘강서구청 지시에 따름’이라고만 적어 제출했다.
야간에 집중된 노동 구조 속에서는 ‘구청·업체 지시’에 따른 작업중지 방식이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강서구청 지시에 따른다’고만 제출한 한 대행업체의 경우, 전체 작업자 36명 가운데 일반·음식·재활용 폐기물을 담당하는 34명의 근무 시간이 자정부터 오전 9시까지인 심야 시간대에 집중돼 있었다. 폭설이나 한파 같은 악천후가 발생할 때마다 즉각적인 행정 지시를 기다려 작업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강서구의 5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가운데 작업중지권을 실제로 시행했다고 밝힌 곳은 단 1곳뿐이었다. 이 업체는 한파경보와 폭설 당시 작업중지권을 5차례 행사하며, 기존 오전 3시에 시작하던 작업 시간을 오전 5시로 늦췄다고 밝혔다.
반면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강화된 곳에서는 다른 모습도 확인된다. 서울 구로구는 구청 직영과 민간 대행업체 4곳 모두가 연간 20회의 작업중지권을 동일하게 시행했다. 2023년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다리를 절단한 환경미화원 김석곤(70)씨의 사고 이후, 구 차원에서 작업중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행 여부를 관리한 결과다. 민간 대행 사업주가 환경미화원의 안전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통제하는 역할은 결국 지자체에 달려 있다.
탐사보도팀=조병욱(팀장)·백준무·배주현·정세진 기자, 사진: 최상수 기자, 편집: 도진희 기자, 미술: 권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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