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15억 원짜리’ 미국 영주권…“이 나라에 독 될 것” 비판도

이랑 2025. 12. 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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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트럼프 행정부가 합법적 이민과 입국 심사 제도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부자 이민제도인 '골드 카드'를 만드는가 하면, 무비자 여행 허가서로 입국할 때는 5년 치 SNS 활동 기록을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했는데요.

월드 이슈에서 이랑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골드 카드'라는 게 정확히 어떤 제도죠?

[기자]

쉽게 설명하면, 외국인이 큰돈 내면 미국 영주권을 평소보다 빨리 발급해 주는 그런 제도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 초 추진하겠다고 밝힌 건데, 현지 시각 10일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보시면 정말 골드 카드, 황금색인데요.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카드 전면에 있고, 이름도 '트럼프 골드 카드'입니다.

'골드'가 붙은 만큼 금액이 어마어마한데, 최소 1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약 14억 7천만 원 정도 내야 합니다.

환불 불가능한 1만 5천 달러 수수료는 별도인데요.

이걸 먼저 내야만 국토안보부 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심사를 통과해 100만 달러를 사실상 기부하면 '기록적인 시간 안에' 합법적 영주권자가 된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설명입니다.

기업도 외국인 직원을 위해 '법인 골드 카드'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건 더 비쌉니다.

처리 수수료 1만 5천 달러와 직원 한 명당 200만 달러, 우리 돈 30억 원 가까이 지불해야 하는데요.

대체 무슨 비자길래 이렇게 비싸냐 싶을 텐데, 기존의 EB-1 또는 EB-2 취업 이민 비자와 똑같은 법적 지위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즉 저명한 교수 등 전문 분야의 인재에게 주어지는 취업 이민 영주권을 받게 되는 거죠.

발급 기간이 확 줄어들 뿐 기존 취업 이민 비자와 다를 게 없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국고 수익이 늘게 된다며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미국 상무장관 : "백만 달러에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하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도록 돕는 미국을 위한 선물입니다."]

[앵커]

어찌 보면 취업 이민 비자 빨리 받으려면 돈을 더 내라는 것 같은데, 만약 여기서 비용을 더 주면 어떻게 됩니까?

[기자]

실제 골드 카드보다 업그레이드된 '플래티넘 카드'를 받을 수 있는데요.

곧 도입할 이 카드는 다만 이민 비자가 아닌, 거주 비자를 줍니다.

외국인들이 매년 최대 270일 동안 미국에 머무를 수 있도록 비자를 준다는 건데요.

여기 딸린 혜택이 파격적입니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는 세계 어디서든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미국에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 카드 갖고 있으면, 이걸 면제해 준다는 겁니다.

골드 카드보다 단계가 더 높으니 가격도 엄청나겠죠?

현재 알려진 가격이 무려 500만 달러, 우리 돈 73억 원이 넘습니다.

물론 수수료 1만 5천 달러, 따로 내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2월 26일 :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해요. 수요가 있어요. 또 이렇게 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거든요.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아요. 여기(미국) 오고 싶어 하죠. 모두가 여기 오고 싶어 합니다."]

[앵커]

그런데 최근 일부 국가 이민 신청은 막지 않았었나요?

[기자]

네, 아프리카와 중동 등 19개국 국민의 이민 신청을 최근 중단했는데요.

지난달 워싱턴에서 발생한 주 방위군 피격 사건이 계기가 됐습니다.

이 피격 사건 피의자가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로 밝혀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화살을 부실한 이민 심사로 돌렸는데요.

그 뒤 테러 위험 등의 이유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19개국을 특정해서 아예 이민 신청을 막아버렸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더불어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ESTA(이스타) 제도로 입국하려는 외국인에 대한 심사도 강화하기로 했는데요.

ESTA는 한국, 유럽 등 42개국 국민이 비자 없이 온라인 승인만으로 미국에서 최대 90일까지 체류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내년 2월부터 ESTA 받아서 미국 오려면 무려 5년 치 소셜미디어 기록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또 당국이 요구하면 지난 5년간 전화번호, 지난 10년 동안 쓴 개인·업무용 이메일 주소, 가족구성원 출생지와 연락처 등도 밝혀야 하는데요.

"잠재적 국가 안보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우리는 안전과 안보를 원합니다. 우리나라에 나쁜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앵커]

ESTA의 취지가 무색한데, 이러다 관광객이 줄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벌써 미국 내 관광업계 반발이 거센데요.

내년에 아메리카 대륙에서 아시다시피 월드컵이 열리잖아요.

당장 유럽 축구 팬들이 미국 가기 힘들어진다, 월드컵 흥행에 영향 주는 거 아니냐,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여행협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가 미국 관광업계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골드 카드에 대한 비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짐 그레이/텍사스 시민 :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는 이민자들을 돌보는 나라였지만, 이제는 세계의 엘리트와 부유층을 돌보겠죠. 이 나라에 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은 '멜팅팟'이라고,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하나로 섞이면서 성장해 온 나라잖아요.

국익과 안보를 내세워 부자에겐 쉽게 빗장을 열고, 누구에겐 닫는 게 차별적이고 불공정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영상편집:박혜민 최정현/자료조사:권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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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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