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이던 탈모, 李 “생존 문제” 발언에 제도권 의료로 들어오나
건보 확대 논의, 산업 전반으로 번지나
‘신약 도전’ 국내 기업들, 재평가 기대
“급여 방식 따라 희비 갈릴 수도”
이재명 대통령의 탈모 관련 발언이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미용’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탈모 치료가 제도권 의료로 편입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관련 기업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탈모 치료제 관련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인벤티지랩과 함께 장기지속형 탈모 치료 주사제 ‘IVL3001’을 개발 중인 위더스제약은 가격제한폭(29.87%)까지 오른 8740원에 거래를 마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경구용 전문의약품 ‘모나드(성분명 피나스테리드)’와 ‘두타모아(성분명 두타스테리드)’를 비롯해 외용제, 차세대 신약 ‘JW0061’까지 비교적 폭넓은 탈모 치료 포트폴리오를 갖춘 JW신약은 전일 대비 26.13% 오른 1892원으로 마감했다.
미녹시딜 성분 탈모 치료제 ‘마이녹실’ 브랜드를 보유한 현대약품도 14.53% 오른 7250원을 기록했다.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도 병의 일부 아니냐.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겪는 문제”라며 “예전에는 미용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정 부담이 있다면 무한 급여가 아니라 횟수 제한이나 총액 제한 같은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이에 의학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하면서, 탈모 치료제 시장에 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건보 밖 탈모, 2030년 글로벌 시장 규모 23조원 전망
현재 건강보험 제도에서 탈모는 유형에 따라 다르게 취급된다. 원형 탈모처럼 자가면역 질환으로 분류되는 경우에는 진료와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반면 유전적 요인이 큰 남성형·여성형 탈모는 미용 목적에 가깝다는 이유로 급여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제도 논의와는 별개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시장조사기업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88억1000만달러(약 12조9500억원)에서 2030년 16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탈모 치료가 제도권 의료로 편입될 경우, 시장 성장 속도가 한층 가팔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탈모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 성분은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다. 미녹시딜은 혈류를 개선해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외용제이며, 피나스테리드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전구체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생성을 억제하는 경구용 약물이다. 최근 탈모를 미용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하게 만든 계기로는 JAK 억제제 계열 신약의 등장이 꼽힌다.
미국 일라이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와 화이자의 ‘리트풀로(성분명 리틀레시티닙)’가 대표적이다. 이들 약물은 탈모를 면역 이상에 따른 질환으로 보고 치료하는 접근법을 취한다. 두 약물 모두 투약 6개월 후 탈모 부위의 상당 부분이 모발로 회복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가 1년에 약 736만원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평가 기대 커진 탈모 신약…관건은 급여 설계
시장에서는 건강보험 적용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탈모 치료 신약 파이프라인의 사업성이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종근당은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남성형 탈모 치료 주사제 ‘CKD-843’의 3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았다.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주사제로, 3개월에 한 번 투약하는 방식이다.
에피바이오텍은 자가 유래 모유두세포 기반 세포치료제 ‘EPI-001’로 국내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올릭스는 RNA 간섭(RNAi) 기반 후보물질 ‘OLX104C’의 호주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JW중외제약은 Wnt 신호전달 경로를 활용한 탈모 치료 신약 ‘JW0061’의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제약업계와 의료계에서는 탈모 치료제를 급여로 인정하는 방식만 놓고 보더라도 여러 선택지가 존재한다고 본다. 비교적 단순한 방법은 특정 탈모 치료제의 급여 기준을 고시로 변경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방식은 ‘단순 탈모’ 자체를 요양급여 대상 질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경로를 택하느냐에 따라 파급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탈모를 요양급여 대상 질환으로 포함하더라도 구체적인 급여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어, 약제만 급여화할지, 진료와 시술까지 포함할지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급여 적용 대상 약제를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만 탈모 치료제로 급여가 인정될 경우,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미녹시딜 경구제 등은 허가 외 처방으로 분류돼 심사 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급여 처방 역시 ‘임의 비급여’로 간주될 수 있어 의료 현장에서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환자 민원뿐 아니라 민간보험사의 지급 거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대통령 발언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알 수 없다. 이제 검토를 시작해야 하며, 건강보험 재정 영향과 국민적·사회적 합의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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