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고 와서, 불편해 돌아가게 할 순 없죠” 동문시장이 먼저 손 걷어부쳤다

제주방송 김지훈 2025. 12. 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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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현장에서 관광 신뢰를 다시 묻는다
제주동문재래시장 전경. 관광객 발길이 가장 많이 모이는 현장에서 변화가 시작됐다.


불편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되지 않은 방식에서 반복됩니다.

제주동문재래시장이 문제가 생긴 뒤의 해명이 아니라, 발생 이전의 차단을 선택했습니다.

관광 신뢰 회복을 위한 첫 실험이, 가장 붐비고 가장 민감한 공간에서 시작됐습니다.

관광을 둘러싼 질문은 더 이상 “얼마나 왔는가”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제는 ‘어떤 경험으로 돌아갔는가’가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관광객 수는 회복됐지만, 불편 경험 하나가 남기는 잔상은 숫자보다 오래갑니다.

가격 논란, 응대 문제, 오해가 쌓인 사례들이 온라인 후기와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면서 재래시장은 제주 관광의 ‘취약 지점’으로 반복 소환돼 왔습니다.

동문재래시장은 이 흐름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에서 받아들였습니다.

제주자치도관광협회는 지난 11일 제주동문재래시장상인회와 관광객 불편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협약은 민원 대응에서 나아가, “이제는 ‘제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현장 판단이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불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신뢰는 되돌릴 수 없다는 인식입니다.

지난 11일 제주관광 불편 해소를 위해 제주자치도관광협회(오른쪽)와 제주동문재래시장상인회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주도관광협회 제공)


■ ‘사과’보다 먼저 나온 선택, 불편을 다루는 방식부터 바꿨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협회의 제주관광불편신고센터를 시장 현장과 직접 연결했다는 점입니다.

문제가 불거진 뒤 해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불편이 생기는 지점을 조기에 포착해 즉각 조정하겠다는 운영 방식의 전환입니다.

관광객 불편은 종종 개별 상인의 태도 문제로 치부하거나 단순화해왔지만, 실제 원인은 현장에서 누적돼 온 운영의 빈틈에 가깝습니다.

가격 표기 기준의 혼선, 혼잡 시간대 응대 공백, 안내 부족이 겹치면 체감 불편은 순식간에 커질 수 있습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관광객 불편 신고는 개별 민원으로 흩어지지 않고, 시장–관광협회–관광불편신고센터로 이어지는 공동 대응 체계 속에 관리됩니다.

협회와 상인회가 신고 접수 이후 현장 확인, 조정, 재발 방지 논의까지 이어지는 기준을 만들 방침입니다.

■ 김원일 상인회장 “문제 생기면 숨지 않아, 먼저 고치겠다”

김원일 제주동문재래시장상인회장은 이번 협약과 관련해 “싸다고 와서 불편해 돌아가게 할 순 없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문제가 생겼을 때 변명부터 하는 시장이 아니라, 먼저 고치고 설명하는 시장이 되겠다는 약속”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회장은 또 “관광불편신고센터와의 연결은 상인들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는 선택이지만, 그만큼 기준을 분명히 세우겠다는 의미”라며 “불편이 접수되면 상인회 차원에서도 즉시 공유하고, 현장에서 바로 조정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상인회를 ‘민원 대상’이 아니라, 관광 경험을 책임지는 주체로 세우겠다는 메시지입니다.

■ “싸서 왔다”는 기대, 실망으로 끝나지 않게 하겠다는 선언

재래시장은 늘 두 얼굴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정감 있고 생동감 있다는 기대와, 불편하고 혼란스럽다는 우려가 동시에 따라붙어 왔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평가가 이제 관광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후기와 평점 중심의 여행 환경에서 ‘한 번의 불편’은 곧바로 재방문 포기로 이어집니다.

강동훈 제주도관광협회장이 “시장 방문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도 이런 변화된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관광은 더 이상 장소가 아니라 경험의 총합으로 평가받고 있고, 재래시장 역시 이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제주관광불편신고센터.


■ 고물가 논란의 시대, 신뢰는 가격보다 태도에서 갈린다

최근 제주 관광을 둘러싼 핵심 키워드는 고비용·고물가입니다.
그러나 관광객 불만을 키우는 요인은 가격 그 자체보다, 가격을 둘러싼 설명 부족과 서비스 등 응대 방식입니다.

같은 가격이라도 납득이 되면 소비는 이어지고, 설명이 없으면 즉각 불신으로 돌아옵니다.
협약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합니다.

시장 상인회가 스스로 이미지 관리의 주체로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선택은 의미가 큽니다.
관광 불편을 외부 탓으로 돌리지 않고, 내부에서 다뤄야 할 과제로 받아들였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 제주 관광의 다음 단계, ‘붐비는 곳부터 바꾸는 선택’

관광의 신뢰 회복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가장 붐비는 장소, 가장 많은 오해가 쌓이는 지점부터 바꾸는 선택에서 출발합니다.

동문시장은 제주 관광의 얼굴 중 하나입니다.

이곳의 변화는 곧 제주 관광이 불편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번 협약은 행정이 앞서 만든 캠페인이 아니라, 현장이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 흐름을 정리한 사례입니다.

관광 정책이 현장과 어떻게 연결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참고 지점으로도 읽힙니다.

불편을 외면하지 않고, 관리의 기준으로 다루겠다는 선언. 시장이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시작한 선택은 제주 관광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관광객은 더 이상 ‘이해해 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신뢰를 얻을 때만 다시 발길이 돌아옵니다.

그 출발점에서, 현장이 먼저 변화를 선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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