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보루 EU마저 ‘내연기관차 생산 지속’···유럽서 ‘전기차 선전’ 현대차 어쩌나

오동욱 기자 2025. 12. 17. 06: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D.4 차량을 충전하는 모습. 폭스바겐 제공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방침을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내연기관차를 계속 생산할 수 있게 됐고, 가격 경쟁력 높은 중국 전기차는 밀려오는 상황에서 한국 브랜드들로선 미래 전략을 둘러싼 혼선이 당분간 불가피하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할 법 개정안을 인용, EU가 2035년부터 사실상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방침을 철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EU는 2021년 ‘EU 탄소감축입법안’(FIT FOR 55)을 통해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포함한 내연기관 신차 판매의 전면 금지를 법제화했다. FT 보도대로 법이 개정되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2035년 이후에도 휘발유·경유 차량을 계속 생산할 수 있게 된다. FT는 EU가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량을 2035년 ㎞당 0g에서 2021년 대비 10% 이하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당국자의 말을 인용, 배터리가 부족할 때 엔진이 전기를 만들어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REEV)을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애초 EU는 2035년부터 REEV도 금지할 예정이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 이어 친환경차 확산의 보루였던 유럽에서도 탄소 중립에 역행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의 시모네 탈라피에트라 선임연구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전기화이므로 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글로벌 기후대응 리더로서 유럽의 평판만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정책을 무효로 하는 의회 결의안에 서명한 바 있다.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국내 완성차 업계도 일련의 이런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유럽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오로지 품질과 가격으로 정면 승부를 벌이는 핵심 전장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시장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EU의 조치가 전기차 전환에 맞출 수 없던 업체들에 숨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지, 다시 옛날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전략도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U의 정책 변화 이전에도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대응 차원에서 하이브리드와 REEV 등을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로 상정하고, 전동화 속도 조절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유럽 지역에 수소전기차를 포함한 전기 승용차(제네시스 제외)를 총 6만6747대 팔았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 5만3459대를 이미 제쳤다.

다만, EU의 이번 조치가 시장에 짙은 불확실성을 드리울 수 있다는 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가 약진하는 가운데, 내연기관차의 강자인 독일 브랜드 등과의 경쟁을 위한 투자까지 어정쩡하게 병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느끼는 위기 의식은 더하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부품업체들은 늦었지만 근 10년 정도 전기차에 계속 투자를 해왔다”며 “아직 수익이 안 나는 상황에서 미래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이런 소식이 외부에서 들려오면 사업성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