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똥 내린다" 우산까지…겨울마다 '까마귀떼'

이은진 기자 2025. 12. 1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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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눈 대신 배설물이 내린다" 겨울이 오면 어김없이 날아드는 까마귀 때문에 경기도 수원엔 이런 말이 생길 정도입니다. 시민들은 10년째 불편을 겪고 있는데 서로 공존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밀착카메라 이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노성민/경기 수원시 망포동 : 연말마다 항상 오니까 붕어빵 아저씨 같은 느낌?]

[박브니엘/경기 수원시 망포동 : 겨울이다? 쟤네 보면… 겨울이다, 똥 내린다…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

수원 사람들은 이 동물을 보고 겨울이 왔음을 느낍니다.

바로,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떼까마귀입니다.

전깃줄마다 빼곡하게 들어앉은 까만 물체, 모두 까마귀입니다.

10년 전부터 겨울마다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은 신기해 바라보다가도,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비도 안 오는데 우산을 쓰고, 머리를 가린 채 걸음을 서두릅니다.

[박서현/경기 수원시 망포동 : 저, 저. 똥 싼다. 똥 싸. 똥 싸서 막 매번 떨어지는 거야.]

배설물 때문입니다.

전깃줄이 인도와 나란히 있어서요.

이렇게 시민들이 다니는 동선이 곧 까마귀들 구역입니다.

그리고 아래를 보면 역시나 이렇게 배설물 흔적이 가득합니다.

지금도 위에서 계속 뭐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직접 길을 따라 걸어보겠습니다.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뭐가 툭 떨어집니다.

20분 사이 옷에 한 방, 우산에 네 방을 맞았습니다.

이런 낭패, 수원 사람이라면 한 번씩 겪어봤습니다.

[김동환/경기 수원시 망포동 : 여자친구랑 놀아야 되는데 머리에 맞았다고 냄새난다고 못 만난다고… 100일이었나? 200일쯤 됐을 텐데 그쯤에서… {까마귀 때문에 헤어진 거예요?} 예. 약간 그렇죠.]

매번 당할 수만은 없으니, 쫓아내는 노하우도 생겼습니다.

[성현오/경기 수원시 곡반정동 : 주민들 해소 좀 시켜줘?]

태권도 유단자로서 해결하겠다며 나선 남성.

[성현오/경기 수원시 곡반정동 : 간다.]

[와, 몇 마리고?]

[성현오/경기 수원시 곡반정동 : 지나가다가 한 번 똥을 맞은 적이 있어요. '내가 한 번은 차겠다, 이 한 번은 날려 보내겠다' 그런 느낌으로 찼어요. 다시 우리 친구들 데리고 왔네.]

[박서현/경기 수원시 망포동 : 훠이, 훠이! 이렇게 해도 날아갔다가 다시 앉아요.]

시민들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공무원들도 야간 작업에 나섭니다.

특수 레이저를 쏘자 흩어지는 까마귀들.

그러나 잠시 옆 동네로 갈 뿐, 내일이면 다시 나타납니다.

[장현주/경기 오산시 환경과장 : 아예 없앨 수는 없고요. 유도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하는 상황입니다.]

매년 이곳 경기 남부에 모이는 까마귀는 약 6천여 마리.

논밭이 넓고 쉴 수 있는 전깃줄이 많기 때문입니다.

본능을 따라 모이는 새들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먹이를 찾아 주택가까지 들어오면서 낮게 날아 사람을 놀래키고, 물건을 훔쳐가기도 합니다.

서로 편해질 수 있도록 도시 바깥에 생태공원 같은 쉴 곳을 만들어주잔 이야기가 나옵니다.

[노성민/경기 수원시 망포동 : 새들이 먼저 살았던 거니까 나중에 저희가 와서 사는 건데, 공존하면서 같이 살아가야 하지 않나…]

이 까마귀들이 도시에 머무는 시간은 길면 한두 달 정도입니다.

어차피 쫓아낼 수 없다면 이 겨울을 함께 잘 지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영상편집 임인수 VJ 김수빈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장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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