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힐링 속으로-경북을 걷다] 94. 경산 이색 힐링지

고대 왕국 압독국의 숨결과 신라 삼성현(三聖賢)의 정신적 유산을 품고 있는 경산시가 역사와 문화, 웰니스가 어우러진 이색 힐링 여행지 '오색오감'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경산은 삼성현역사문화공원, 동의한방촌, 남매지, 임당유적전시관, 서상길 등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채로운 관광 자원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삼성현역사문화공원.
경산은 원효, 설총, 일연으로 이어지는 '삼성현(三聖賢)'의 고향으로, 깊은 역사와 정신적 유산을 품은 땅이다. 불교·유학·역사 서술에 걸쳐 찬란한 업적을 남긴 세 성현은 한국 정신문화사의 근간을 이루는 인물들로, 경산은 이들의 사상과 업적을 현대적으로 되살리는 공간이 있다.
경산시 남산면에 조성된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은 시민들에게는 휴식과 체험의 공간을, 관광객에게는 경산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화관광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사계절 레일 썰매장,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 중앙광장의 바닥분수와 꽃밭, 유아 숲 체험원, 어린이 놀이터, 솔숲 둘레길, 야외공연장 등 다채로운 공간을 갖추고 있다. 국궁 체험장과 VR 기반 체험관도 마련돼 있어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진 체험형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삼성현역사문화관은 공원과 함께 조성된 전국 유일의 전문박물관으로, 원효·설총·일연을 주제로 전시와 연구, 교육을 아우른다. 내부에는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체험실, 기획전시실, 영상실과 강당이 있고, 원효·설총·일연의 생애와 업적을 다양한 콘텐츠로 보여주는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세 성현의 삶은 경산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신라 불교 사상을 집대성한 원효는 초개사와 사라사를 창건하며 사상의 뿌리를 고향에 내렸고, 설총은 원효와 요석공주 사이에서 태어나 신문왕에게 '화왕계'를 올리며 왕도정치를 설파해 유학의 종주로 추앙받았다. 일연은 '삼국유사'를 저술해 고려 후기의 혼란 속에서도 민족의 정체성과 불교문화를 집대성했다.
삼성현역사문화공원과 문화관은 이처럼 불교·유학·역사라는 세 갈래의 전통을 품은 공간으로, 단순한 기념 시설을 넘어 시민과 방문객이 함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즐기는 열린 장이다. 경산의 정신적 자산을 오늘에 되살리는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특별한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의한방촌.
경산에는 고대의 숨결과 함께 현대적 힐링 문화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인근에 자리한 동의한방촌이다. 넓은 부지와 깔끔한 시설을 자랑하는 이곳은 한방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체험형 웰니스 공간으로, 여행자와 시민 모두에게 쉼과 건강을 선사한다.

동의한방촌은 한방문화체험관, 생태정원, 체험실, 카페와 식당까지 두루 갖춘 복합공간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웰빙 테마파크와도 같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이다. 족욕 체험장은 따뜻한 약재탕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인기 코스로, 피로 회복과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약초 전시관에서는 전통적으로 쓰인 한약재와 생활 속 응용법을 알아볼 수 있으며,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다. 체형 검사나 한방 화장품 만들기, 향주머니 체험 같은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어, 체험 자체가 하나의 여행 코스가 된다.
동의한방촌은 단순히 한방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실제 진료와 웰니스 체험을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내부에는 한의원이 있어 간단한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약선차를 맛보며 오감을 자극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한방의 꽃이 되다'라는 주제의 전시실은 한방의 역사와 철학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며, 야외에는 다양한 약초가 심어진 생태정원이 조성돼 산책하며 자연을 즐길 수 있다. 방문객들은 한방의학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직접 체험하면서 배워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동의한방촌은 여행자에게는 이색적인 체험을, 시민에게는 건강한 여가 공간을 제공한다. 자연과 어우러진 정원길을 걸으며 몸을 풀고, 전통의학의 지혜를 배우며 마음을 다스리는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깊은 울림을 준다. 치유와 휴식, 그리고 체험이 어우러진 이곳은 경산의 새로운 웰니스 명소로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남매지.
경산 도심 한가운데에는 수려한 풍경과 전설을 함께 간직한 남매지가 있다. 이 호수는 본래 농업용 저수지로 조성됐으나, 오늘날에는 도심 속 휴식처이자 산책 명소로 많은 이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이름부터 특별한 남매지는 오누이의 사연을 품은 전설에서 비롯됐으며, 잔잔한 물결 위에 비친 도심의 풍경과 어우러져 경산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남매지의 유래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첫 번째 이야기는 조선 선조 때의 가난한 집안에서 비롯된다. 남매와 눈먼 어머니 세 식구는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화목하게 살아가며 아들은 틈틈이 공부에 매진했다. 아버지가 과거에 실패한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은 반드시 과거에 급제해 가문의 한을 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한양으로 가기 위한 노자조차 마련할 수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여동생은 마을의 부자 집에 들어가 식모살이를 하며 오빠의 길을 열어주고자 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부잣집 아들의 횡포로 목숨을 잃게 되고, 이를 구하려던 어머니마저 연못에 빠져 세상을 떠났다. 한양에서 장원급제한 아들이 돌아왔을 때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뿐이었다. 절망한 그는 상소를 남기고 연못에 몸을 던졌고, 마을 사람들은 이 연못을 오누이의 한이 서린 곳이라 하여 '남매지'라 불렀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은 보다 신비롭다. 옛날 가난하게 살아가던 남매가 혹독한 겨울밤 꿈에서 한 노인을 만났다. "눈으로 뒤덮인 세상에서 눈이 없는 곳을 찾아 둑을 막으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못이 생길 것이다"라는 가르침을 들은 남매는 이튿날 눈이 쌓이지 않은 자리를 발견하고 주민들과 함께 둑을 쌓았다. 그렇게 생겨난 못이 바로 남매지라는 것이다.

이렇듯 애잔한 전설과 신비로운 이야기를 간직한 남매지는 이제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수변 공원으로 변모했다. 현재는 농업용수 기능보다 시민의 휴식과 여가, 관광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크다. 둘레 2.4km의 산책로는 사계절 각기 다른 풍경을 담아낸다. 봄에는 벚꽃과 신록이 어우러지고, 여름이면 연꽃이 호수 가득 피어난다. 가을에는 단풍이 수면에 비쳐 풍광을 더하며, 겨울에는 고요한 호수와 설경이 색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호수 주변에는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음악분수와 바닥분수는 여름철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고, 수상광장과 수변 데크는 사진 촬영 명소로 각광받는다. 산책길은 도심 속 생태 체험 공간으로 손색이 없으며,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카페는 호수를 바라보며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낮에는 아이들과 산책을 즐기는 가족, 강아지와 함께 걷는 반려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고, 저녁에는 호수 위로 퍼지는 조명과 분수의 빛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한다.
시민들은 퇴근 후 가볍게 산책하거나 운동을 즐기기 위해 찾고, 주말이면 외지 관광객들도 발걸음을 옮긴다. 무료로 개방되는 열린 공간이라는 점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매력이다.
무엇보다 남매지는 전설과 풍경이 어우러져 단순한 공원이 아닌 스토리텔링의 힘을 가진 관광지다. 연못을 둘러싼 애절한 이야기와 신비로운 꿈의 전설은 방문객에게 특별한 감흥을 준다. 호수 주변에 서면 남매의 사연을 담은 물결이 전해져 오는 듯하고, 연꽃이 피어난 여름날 호수는 전설 속 여동생의 순결한 마음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야기를 알고 찾으면 풍경은 더욱 깊이 다가오고, 사진 한 장에도 전설의 숨결이 깃든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임당유적전시관.
경산의 땅속에는 고대 왕국 압독국의 역사가 살아 숨 쉰다. 사적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 이른바 임당유적은 1,700여 기의 고분과 취락·토성·소택지로 이루어진 고대 집단 취락지다. 1982년 첫 발굴 이래 금동관과 은제 허리띠, 기마인물형 토기 등 2만8천여 점의 유물과 사람·동식물 뼈가 출토되면서 한국 고대사 연구의 보고로 평가받아 왔다. 오랜 세월 땅속에 잠들었던 역사를 시민과 함께 나누고자 경산시는 임당유적전시관을 건립했고, 이곳은 이제 '압독국의 시간을 모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임당유적전시관은 부지 1만2천㎡, 연면적 4천9백㎡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이다. 지하에는 수장고와 기계실이 있고, 지상에는 상설전시실과 특별전시실, 체험실, 옥상 전망대가 자리한다. 바깥으로는 어울림마당이 이어져 관람을 마친 시민들이 산책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것은 2층 높이의 대형 미디어 아트월이다. '고대의 기억', '임당유적의 발견', '임당의 사계'라는 세 편의 영상은 압독국의 흔적을 예술적으로 재현하며, 전시의 프롤로그 역할을 한다.

상설전시는 현장감을 살린 구성이 돋보인다. 1층 임당유적실에는 발굴된 무덤을 실물 크기로 재현해 마치 고분 속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주고, 2층 자연유물실에서는 인골과 동식물 자료를 통해 압독인의 얼굴과 생활상을 과학적으로 복원해 보여준다. 전시는 유물 나열을 넘어 과학적 분석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고대인의 삶을 생생하게 전한다. 어린이체험실은 '신성한 음식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주제로 아이들이 발굴 놀이를 즐기며 역사를 체험하도록 꾸며졌다. 실감영상실과 인터랙티브 장치도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이 함께 즐길 수 있다.
임당유적전시관은 개관 100일 만에 3만5천여 명이 찾은 '경산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곳이 전하는 진정한 매력은 단순한 전시 수치가 아니다. 고대 압독인의 삶을 과학적으로 복원하고, 발굴 현장의 생생함을 살린 전시와 더불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과 교육이 어우러져 '살아 있는 역사 공간'으로 완성됐다는 데 있다.
임당유적전시관은 경산을 찾는 이들에게 단순히 유물을 보여주는 박물관이 아니라, 고대의 시간을 배우고 즐기는 문화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고분 속 유물을 마주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며, 영상과 전시를 통해 압독국의 삶을 느끼다 보면, 예전 이 땅을 살았던 사람들의 숨결이 현재로 이어져 오는 듯하다.

△서상마을.
경산 도심 한쪽에는 시간을 머금은 듯한 특별한 골목이 있다. 화려한 간판과 빽빽한 빌딩 사이에서 옛 정취를 간직한 서상길은 도시재생으로 새 숨결을 얻으며 청년문화마을로 변모했다. 이 길의 중심에는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만든 감성 공간 서상카페가 있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서상길은 이제 경산의 새로운 문화 산책로로 많은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금의 서상길은 오래된 주택과 적산가옥, 한옥과 근대 건축이 혼재된 풍경을 그대로 살려낸 것이 특징이다. 골목 곳곳에는 쌈지공원과 벽화, 전통 간판 등이 배치되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래된 골목길의 정취와 새로운 문화 콘텐츠가 결합해 이곳은 산책과 사진 촬영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서상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간은 단연 서상카페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이곳은 일제강점기 적산가옥과 한옥을 보존해 개조한 복합문화형 카페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래된 은행나무와 마당, 우물 같은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전통 기와지붕과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좌식과 입식 공간이 함께 마련돼 있어 방 안에서 편히 차를 즐길 수도 있고, 마당을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할 수도 있다.
여행객들은 한옥의 정취 속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사진을 남기고, 지역 주민들은 조용히 앉아 담소를 나누며 일상의 쉼을 찾는다.

서상길과 서상카페의 매력은 '시간의 공존'이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덧입히면서 독특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낮에는 햇살에 비친 벽화와 골목길이 산책의 즐거움을 주고, 저녁에는 카페 불빛이 켜지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경산의 서상길과 서상카페는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된 골목이 품은 따뜻한 감성과 새로운 문화가 어우러진 곳이다. 이곳을 걷다 보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여유를 느낄 수 있고, 잔잔한 한옥 카페의 분위기 속에서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 잊게 된다. 낯선 여행객에게는 새로운 발견을, 지역민에게는 익숙한 일상 속 특별한 쉼을 주는 공간. 그것이 바로 서상길과 서상카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