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부터 식사까지, 툭하면 배달…몸속 ‘이것’ 쌓인다
용기 미세플라스틱, 호흡기 건강 등에 악영향

커피 한 잔부터 든든한 한 끼 식사까지, 이제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대부분의 일상을 배달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배달 서비스는 우리 일상 속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국가데이터처 ‘KOSIS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음식 배달 이용률은 2018년 배달앱 7.6%, 배달 대행 5.4%에 그쳤으나 2024년에는 각각 31.7%, 29.3%로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배달 음식 섭취가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편리함 이면의 위험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중남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음식 과학 & 영양’에 배달 음식 섭취 빈도와 식이 염증 수준, 심혈관·대사 위험 요인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배달 음식 섭취를 조절 가능한 식습관 요인으로 보고 장기적인 건강 영향을 살폈다.
연구는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2009~2018년 자료를 활용해 성인 8556명을 대상으로 배달 음식 섭취 빈도에 따른 식이 염증 지수, 심대사 위험 요인, 사망률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주 0~1회 배달 음식을 섭취하는 집단에 비해 주 6회 이상 섭취하는 집단은 에너지 섭취량을 보정한 식이 염증 지수가 유의하게 높았다. 이들은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고 중성지방 수치는 높은 경향을 보였다. 또한 배달 음식 섭취 빈도가 증가할수록 공복 혈당과 혈중 인슐린 수치, 인슐린 저항성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양상도 확인됐다.
생존 분석에서는 배달 음식 섭취 빈도가 높을수록 생존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식이 염증 지수가 높은 집단의 전체 사망률 위험이 7% 증가한 것이다. 다만 배달 음식 섭취 자체와 사망률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배달 음식을 자주 섭취할수록 식단의 염증 유발 가능성이 커지고 심대사 위험이 악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배달 음식 섭취 빈도를 줄이고 식단 전반의 염증 유발 요소를 낮추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달 음식과 관련된 또 다른 건강 우려도 제기됐다. 배달 음식에 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이 호흡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 호흡기안전연구센터와 전북대학교 생체안전성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폴리스타이렌(PS) 미세플라스틱이 호흡기로 유입될 경우 천식 유사 증상과 폐 손상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올해 10월 환경과학 분야 국제저널 ‘국제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
폴리스타이렌은 가볍고 가공이 쉬워 스티로폼 형태의 일회용 배달 음식 용기에 널리 사용되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다. 연구팀은 실험동물의 호흡기에 크기별 PS 미세플라스틱을 노출해 폐 손상 정도를 관찰한 뒤 독성이 가장 크게 나타난 50㎚ 입자를 중심으로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인간의 폐 상피세포주를 활용해 손상이 발생하는 기전을 분석했다.
그 결과 PS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폐 조직에서 IL–33 신호전달 경로와 Th2 면역 반응이 활성화되며 기도 염증과 천식 증상이 유발되는 과정이 확인됐다. 상피세포 손상으로 IL–33 단백질이 분비되고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촉진되는 구조다. 연구팀은 천식 치료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성 약물과 IL–33 발현 억제제를 투여했을 때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천식 증상과 폐 조직 손상이 완화되는 결과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이규홍 박사는 “공기 중 폴리스타이렌 미세플라스틱 흡입이 천식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첫 사례”라며 “향후 다양한 미세플라스틱의 흡입 독성을 평가하고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배달 음식이 일상이 된 만큼, 섭취 빈도와 식단 구성뿐 아니라 배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까지 함께 고려한 건강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