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美 패싱하고 독자 대북정책 짜겠다는 鄭통일, 가당치 않다

통일부가 16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협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 명칭도 변경됐다. 당초 이 회의 명칭은 ‘한·미 대북정책 협의’였다고 한다. 통일부가 불참 의사를 밝힌 점이 명칭 변경에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통일부는 대북 협의의 주체는 외교부가 아니라 통일부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 정책,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고,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며 한미 외교당국 간에 대북정책을 논의하는 데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간 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 협의는 외교부가 맡아왔는데 갑자기 통일부가 “우리가 협의 주체”라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대북정책에 대해선 필요 시 미국 측과 별도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표현 속에 담긴 함의가 가볍지 않다. 통일부가 말한 ‘필요 시’란 외교부를 거친 한미 조율이 여의치 않을 경우, 통일부가 미국의 틀 자체를 비켜가겠다는 여지를 남긴 말로 읽힌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남북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한미 공조를 건너뛰거나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반복됐고, 그 결과는 북핵 고도화와 동맹 내 불신이었다. 당시의 시행착오가 아직도 교훈으로 남아 있는데, 통일부가 ‘협의 주체’를 자임하는 것은 결국 미국을 패싱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일이다.
대북정책은 통일부 혼자 설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외교부를 건너뛰고 협의 주체를 자임하는 순간부터 정책은 균열을 안게 되고, 그 다음 수순이 미국 패싱으로 이어진다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핵 문제의 핵심 당사자가 미국이라는 현실을 외면한 독자 노선은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다. 고스란히 국가 안보와 외교적 신뢰 붕괴로 돌아올 것이다. 과거 정부의 시행착오가 이를 이미 증명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을 배제한 대북정책 구상은 처음부터 가당치 않다. 정 장관은 이 점을 각인하고 발언과 행보 하나하나에 신중함을 기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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