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관중 시대의 과제…허구연·양해영이 짚은 야구 ‘저변 확대’

[스포티비뉴스=송파, 정형근 기자] 한국 프로야구는 1200만 관중 시대에 진입했다. 흥행 지표만 놓고 보면 전례 없는 성과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가 한국 야구·소프트볼 생태계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15일 열린 ‘야구‧소프트볼인의 밤’에서 허구연 KBO 총재와 양해영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회장이 공통적으로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성과의 정점에서, 이제는 저변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의 발언은 아마야구 구조 전반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 가까웠다. 핵심은 하나다. 아마추어 기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프로의 성장 역시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이다.
KBO 허구연 총재는 프로야구의 흥행성과를 언급하면서도, 그 이면에 놓인 구조적 위험을 짚었다.
그는 “프로야구가 120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며 “가장 큰 과제는 아마추어 야구가 제대로 작동하고 성장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허 총재가 지적한 문제의 본질은 선수 공급 구조다. 그는 “한국 야구의 뿌리는 어린 선수들에 있고, 그들이 성장해 지금의 프로야구를 만들었다”며 “앞으로의 경쟁력 역시 아마야구를 어떻게 다시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 비교는 이 진단을 더욱 구체화한다. 허 총재에 따르면 일본의 중학 야구 선수 수는 약 14만 명, 한국은 약 3,000명 수준이다. 그는 “14만 명과 3,000명이 경쟁하는 구조에서 국제 무대 경쟁력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대만의 사례 역시 언급하며 “국가 차원의 투자를 통해 아마야구 기반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 총재의 결론은 분명하다.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고,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없이는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해영 KBSA 회장의 문제의식은 보다 제도적이다.
그는 아마야구 저변이 약화되는 원인으로 종목·연령·경로가 지나치게 분절된 구조를 지목했다.
양 회장은 “저변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종목과 단계가 지나치게 나뉘면, 선수는 중간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아마야구의 핵심 과제는 특정 종목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끝까지 야구를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자야구나 소프트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리틀야구에서 중‧고교야구, 이후 프로 또는 대학야구로 이어지는 경로에서 단절이 발생하지 않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양 회장의 인식이다.
이 때문에 KBSA는 종목 간 연계를 강화하고, 야구·소프트볼·베이스볼5·티볼·연식야구 등을 하나의 입문–성장–전환 구조 안에서 설계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종목은 달라도, 선수 풀은 공유하고 경험은 축적하는 방식이다.
양 회장은 “야구는 남자 엘리트 선수만을 위한 종목이 아니다. 유소년과 여자, 생활체육까지 모두 포함하는 생태계”라며 “저변 확대는 단일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고, 구조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가능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허구연 총재와 양해영 회장의 시선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출발하지만, 결론은 하나로 수렴된다.
프로야구의 성과가 아마야구 저변으로 환류되지 않으면, 현재의 흥행은 구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이다.
양 회장은 “프로야구가 인기와 수익, 스폰서십을 대부분 가져가는 구조라면, 그 과실의 일부는 저변 확대에 재투자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야구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구조적 선택이라는 의미다.
허 총재 역시 “프로야구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실업야구와 고교야구, 그리고 수많은 선배 야구인들의 헌신이 있었다”며 “지금은 국내 제1의 스포츠가 된 만큼, 아마추어와의 상생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1200만 관중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다음 단계의 기준은 숫자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야구를 시작하고, 또 얼마나 오래 그라운드를 지킬 수 있는가다. 이제 한국 야구는 성과를 넘어 저변과 구조를 점검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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