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관계’ 호주 총격범 중 1명, 인도 여권 써…“필리핀서 IS 군사훈련”

김지훈 기자 2025. 12. 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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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인도, 아들은 호주 국적”
용의자들 차에 이슬람국가 깃발 2개
지난 14일(현지시각) 호주 시드니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벌인 총격범 나비드 아크람. 출처 오스트레일리아 ABC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본다이 총격사건 용의자 중 한 명이 인도 여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스트레일리아 당국은 이들이 지난달 필리핀서 지내며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의 군사 훈련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에프페(AFP)통신은 16일(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이민국의 다나 산도발 대변인이 “50살 인도 국적자 사지드 아크람과 24살 오스트레일리아 국적자 나비드 아크람이 함께 지난 11월1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필리핀으로 도착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산도발 대변인은 “두 사람 모두 최종 목적지를 다바오로 신고했다”며 “이후 같은달 28일 다바오에서 마닐라로 가는 환승편을 이용해 출국했으며, 최종 목적지는 시드니였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사지드가 1998년 학생 비자로 입국한 오스트레일리아 영주권자라고만 밝혀왔다. 아들인 나비드는 2001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난 오스트레일리아 시민권자다.

이들은 필리핀 남부에서 “군사 훈련”을 받았다고 오스트레일리아의 고위 대테러기관 관계자가 오스트레일리아 에이비시(ABC) 방송에 말했다. 다바오가 위치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은 이슬람국가와 연계된 단체들이 활동하는 지역이다. 용의자들의 차량에선 이슬람국가 깃발 두개가 발견됐다. 대테러 수사관들은 용의자들이 이슬람국가 단체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대테러기관은 용의자 중 아들인 나비드가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이슬람주의 전도사인 위삼 하다드의 추종자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에이비시는 전했다. 하다드는 시드니 교외에서 ‘다와’ 예배당을 운영하며 유대인 살해에 관한 종교 경전을 인용하는 강연을 하는 등 반유대주의 강연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비드는 하다드의 예배당에서 열린 예배에 참여해왔고, 2019년에는 직접 포교 활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남아 있다.

2019년엔 경찰이 다와 예배당에 속한 구성원들이 연루된 이슬람국가 조직에 대한 수사를 벌여 나비드와 함께 전도 활동을 하던 2명이 징역형을 살기도 했다. 이들 중 아이작 엘마타리는 자신을 ‘이슬람국가의 오스트레일리아 사령관’이라고 선언하고 테러 공격을 모의한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았다. 유세프 우웨이나트는 미성년자들에게 테러 공격을 부추긴 혐의로 4년간 수감됐다. 하다드는 변호사를 통해 “본다이 해변 총격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관여한 적도 없다”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2019년 사건 당시 오스트레일리아 정보보안기구(ASIO)가 나비드 아크람에 대해서도 6개월간 조사를 벌였지만, 당장 위협이 되는 인물이 아니란 결론을 내렸다. 이 때문에 정보기관이 당시 나비드 아크람을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했고, 이후 감시 활동을 잘 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존 코인 전 오스트레일리아 연방경찰 정보조정관은 “이건 시스템 실패”라며 “총격 사건만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란 명목 아래 반유대주의와 혐오 발언, 이념적 동기의 범죄가 증가해온 것에 대해서도 진상조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공영 에이비시(A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범행은 이슬람국가 이념에서 동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리시 바렛 오스트레일리아 연방경찰청장은 용의자들의 차에서 이슬람국가 국기가 발견된 것 등을 들어 “초기 정황으로 볼 때 이슬람국가의 영향을 받은 테러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는 2014년 시리아와 이라크 일부를 점령하고 ‘칼리프국’(신정일치국)을 선포했지만, 2019년 미군 주도 국제연합군에 의해 붕괴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시리아,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섬과 정글 등에 잔존 세력이 남아 있다.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는 이슬람국가가 이들 지역에 최소 15개 지부와 네트워크를 둔 ‘글로벌 사업체’로 세계 전역에 8800~1만3000명의 조직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미 외교협회(CFR) 대테러 선임연구원 브루스 호프먼은 워싱턴포스트에 “이슬람국가는 영토를 더는 통제하지 못하지만, 수천명의 구성원을 보유한 테러 조직이라는 원래의 유전자로 돌아갔다”며 “우리의 인식과 시야에서 멀어졌다고 해서 이슬람국가가 자신들의 목표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다”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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