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용점수 인플레 더 심해졌다”…‘950점 이상’ 초고신용자 1500만명 돌파 눈앞 [머니뭐니]
신용점수 높아도 대출심사 탈락 많아져
대출규제 강화까지 겹쳐 2금융권 대출 급증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올 들어 신용점수 950점을 웃도는 초고신용자가 전체 30%에 육박해 이르면 연내 1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계급제’라고 규정했지만 이제는 웬만한 ‘초고신용자’가 아니고서는 은행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신용 인플레이션’을 맞아 은행 대출이 막힌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카드사나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쓰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16일 헤럴드경제가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개인신용평가회사별 신용점수 현황’에 따르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점수 1000점 만점에 950점 이상을 받은 초고신용자는 지난 10월 기준 147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말(1315만명) 대비 158만명이 늘어난 수치로, 전체 대상자(5044만명)의 29.2%에 해당된다. 사실상 10명 중 3명 정도가 대출 심사에서 ‘최우량 신용자’라는 의미다.
초고신용자는 2019년 907만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1년(1064만명) 처음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초고신용자는 이르면 올 연말 1500만명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900점 이상의 고신용자로 범위를 넓히면 총 2280만명으로 전체 대상의 절반(45.2%)에 달한다. 고신용자라도 신용점수가 900점을 밑돌 경우에는 시중은행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신용점수는 개인이 빌린 돈을 정해진 기간 내에 갚아나갈 수 있는 상환능력을 점수로 수치화한 지표다. 개인신용평가는 1점부터 1000점까지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점수가 높을수록 적용 금리도 낮아진다. 신용점수가 상승한 배경에는 예비 대출자들이 토스 등 핀테크 업체들을 통해 신용점수 관리 서비스를 이용한 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두 차례 시행된 이른바 ‘신용사면’도 평균치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신용점수는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모습이다. 올해 10월 기준 NICE평가정보 현황을 보면 신용평점 900점 이상인 사람은 2371만명으로 전체의 47.8%나 됐다. 이는 전년(2313만명·비중 47%) 대비 58만명 늘어난 규모다. 2020년 말(40.8%)과 비교하면 7%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고신용자 비중 역시 50% 돌파 초읽기에 들어섰다. 올 들어 950점을 넘은 초고신용자도 약 1194만명(24.1%)에 달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신용평가사들의 신용점수 분포를 보면 900점 이상 비중은 늘어나는 반면, 다른 점수대의 비중은 줄어드는 등 상향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신용점수가 높음에도 대출 승인을 거절당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신용점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이젠 950점은 넘어야 ‘대출 합격권’을 보는 분위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취급한 가계 대출의 평균 신용 점수는 939~946점(KCB 기준)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 신용 대출자의 평균 신용 점수가 946.3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은행(946점), KB국민은행(945점), 신한은행(943.9점), NH농협은행(939.5점) 순이었다. 1년 전(934~944점)과 비교하면 하단이 5점이나 상승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이 높은 인터넷 은행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 은행 3사의 가계 대출의 평균 신용 점수는 923~949점으로 1년 전(906~927점)보다 하단이 17점이나 올랐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평균 신용 점수는 1년 전(927점)보다 22점이나 오른 949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용점수 변별력 약화에 대출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은행에서 카드·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자가 밀려가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모든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4조1000억원 증가했는데 주로 2금융권에서 발생한 몫이 컸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1조9000억원 늘어 10월(3조5000억원 증가)보다 증가 폭이 대폭 감소했지만, 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3000억원 늘어 10월(1조4000억원 증가)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중·저신용자들이 대출받기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성권 의원은 “정부는 ‘금융계급제’를 문제 삼고 있지만 현실은 신용점수 인플레로 고신용자마저 2금융권을 찾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가격 억제를 명분으로 대출 규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신용점수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교하고 형평성 있는 금리 산정·대출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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