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으로 병원 찾았다가”…12시간 대기 끝에 사망한 28세女, 무슨 일?

독감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던 28세 간호학 전공 학생이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장시간 대기 끝에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례가 전해졌다. 사건은 2022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발생했지만 이후 자동 검시와 병원 중대사고 조사, 검시관 판단은 2024년 말에야 공식적으로 확정됐다. 최근 젊은층 독감과 패혈증 발생률이 늘어나고 중증 감염 환자에 대한 응급의료 대응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최근 영국 언론에서 이 사건을 보도했다.
영국 일간 더선 등에 따르면 간호학과 마지막 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이 벨은 버킹엄셔 에일즈버리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중이었다. 그는 주말 동안 12시간 교대근무를 연속으로 마친 뒤 독감 증상이 악화됐다. 고열과 기침, 흉부 불편감을 호소하던 그는 2022년 12월 23일 밤 10시 45분경 남자친구와 함께 그가 근무하던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조이는 밤 11시 30분경 분류를 받았으나, 의사의 정식 진료는 다음 날 오전 7시에 이뤄졌다. 그 사이 상태는 악화됐고, 진료 시점에는 흉통과 객혈, 호흡곤란, 의식 혼란이 나타났다. 흉부 엑스레이는 처방됐으나 판독이 지연되면서 폐 경화와 중증 폐렴, 패혈증 진단은 병원 도착 약 12시간 후에 내려졌다.
이후 조이는 소생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이송돼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으나,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급격히 악화됐다. 의료진은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를 준비했지만, 수술 전 심정지가 발생했고 같은 날 오후 6시 45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후 설명에 따르면 조이는 인플루엔자 B형과 황색포도상구균 감염에 의한 기관지 폐렴과 패혈증으로 심부전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자동으로 검시관에 회부됐으며, 병원 측은 내부 조사와 중대 사고 조사를 진행했다. 2024년 12월, 버킹엄셔 지역 검시관은 조이의 사인을 "희귀하고 복합적인 폐 감염"으로 결론짓고 병원의 대응에 개선할 점은 있으나 사망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병원 최고 의료책임자는 입원 초기 관찰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유가족은 패혈증 선별 검사와 초기 평가가 더 이른 시점에 이뤄졌다면 경과가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유가족은 "패혈증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질환"이라며 "젊은 환자일수록 증상을 버티며 상태를 감출 수 있기 때문에 가족과 주변인이 적극적으로 의료진에게 위험 신호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다고 안전하지 않다… 독감 이후 패혈증으로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이유
독감은 대개 고열과 근육통, 기침 등으로 회복되는 급성 호흡기 감염으로 인식되지만, 젊고 기저질환이 없는 연령층에서도 드물게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인플루엔자 감염 이후 세균성 폐렴이 동반되거나 전신 염증 반응으로 패혈증이 발생할 경우, 초기 인지와 치료 시점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호흡기 상피를 손상시켜 폐의 방어 기능을 약화시키며, 이로 인해 황색포도상구균이나 폐렴구균과 같은 세균의 2차 감염 위험이 증가한다. 실제 독감 유행 시기에는 바이러스와 세균이 동시에 검출되는 중증 폐렴 사례가 적지 않으며, 이 경우 폐포 내 염증과 삼출물이 빠르게 증가해 저산소증과 호흡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다.
패혈증은 감염에 대한 과도한 전신 면역 반응으로 장기 기능 부전을 유발하는 상태다. 고열 또는 저체온, 빈맥, 호흡수 증가, 의식 변화, 혈압 저하 등이 주요 징후이며, 폐렴이 원인일 경우 호흡곤란과 산소포화도 저하가 초기 신호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역학 자료에 따르면 패혈증은 고령층에 국한되지 않으며, 젊은 성인에서도 급격한 경과를 보일 수 있다.
국내 자료에 따르면 패혈증 환자의 평균 연령은 70.1세로, 발생은 주로 고령층에 집중돼 있다. 국내 패혈증 사망률은 지난 10여 년간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2022년에는 사망 원인 9위에 올랐다.
젊은 연령층에서의 발병률은 고령층에 비해 낮지만, 패혈증이 특정 연령대에 국한된 질환은 아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중증 감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연령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패혈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19~50세 젊은 성인 연령대에서 남성 환자의 경우 여성 환자보다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젊은 층에서도 성별에 따른 예후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젊은 환자에서 위험성이 간과되는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생리적 보상 능력이다. 심폐 예비력이 좋은 젊은 층은 상당한 염증 반응과 저산소 상태에서도 혈압과 의식을 비교적 오래 유지할 수 있어, 임상적 중증도가 늦게 드러날 수 있다. 이로 인해 초기 평가에서 위중성이 과소평가되거나, 반복 관찰과 재평가가 지연될 위험이 있다.
독감 이후 흉통, 호흡곤란, 객혈, 지속되는 고열, 혼란 상태 등이 나타난다면 단순 바이러스 감염을 넘어 폐렴이나 패혈증 진행을 의심해야 한다.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러한 경우 조기 혈액검사와 산소포화도 측정, 흉부 영상 검사, 필요 시 신속한 항생제 투여를 권고한다.
패혈증 치료의 핵심은 시간이다. 다수의 연구에서 항생제 투여와 집중 치료가 지연될수록 사망률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돼 있다. 젊은 연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증 감염 가능성을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되며, 독감 이후 증상 악화가 빠르거나 호흡기 증상이 두드러질 경우에는 조기 재평가와 적극적인 감염 선별이 필요하다는 점이 의료계의 공통된 견해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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