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불 꺼진 상가’ 공실률 30% 육박… 희망의 ‘빛’ 대신 절망의 ‘빚’

박귀빈 기자 2025. 12. 1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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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국제도시·미추홀 학익동 등 상가 공실 최대 30%까지 치솟아
투자수익률↓ 이자 내기도 버거워... 노후상권 이탈 가속, 공실 장기화
전문가 “상업시설 축소 검토 필요”
15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의 한 복합상가는 유리문마다 ‘상가 매매’, ‘임대문의’ 전단이 겹겹이 붙어있고, 창문 너머에는 불이 꺼진 빈 점포가 늘어서 있다. 박귀빈기자


“건물 전체가 텅 비었어요. 주변 까지 썰렁 합니다.”

15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복합상가. 유리문마다 ‘상가 매매’, ‘임대문의’ 안내문이 겹겹이 붙어있고, 창문 너머에는 불이 꺼진 빈 점포가 끝없이 이어진다. 1층 로비는 마치 공사가 멈춘 현장처럼 텅 비어 있고, 복도 양쪽의 점포들 역시 대부분 블라인드가 내려간 채 불이 꺼져 있다. 9층짜리 건물에는 약 130곳의 점포가 입주할 수 있지만, 실제 운영 중인 곳은 학원·치킨집 등을 포함해 10곳 남짓에 불과하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당초 입주 당시부터 분양가가 비싸다보니, 임대료 등이 비싸 들어오려는 임차인 없었다”며 “임대료와 관리비가 낮아져도 이미 영업이 안된다는 이미지 때문에 공실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주상복합 아파트마다 상가가 많은 점이 이 같은 공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주요 상권 중심에 큰 상가가 장기간 비어있다 보니, 주변 상권까지 다 죽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3시께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의 상가도 마찬가지. 상가 통로는 불이 다 꺼져있고, 대부분의 점포가 텅 비어 사람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최근 아파트 977가구와 오피스텔 902가구가 입주했지만, 이 상가의 70개 중 현재 문을 연 곳은 4곳 뿐이다. 주민 표예진씨(43)는 “입점한 상가가 거의 없어 생활이 불편하다”며 “특히 식당이 없다 보니 밥 한번 먹으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가 관계자는 “대출 한도가 줄고 금리가 4.5~5%까지 오르는 반면, 임대 수익률은 4% 수준에 그쳐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은 이곳 뿐 아니라 맞은편 상가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대출 규제가 주택시장뿐 아니라 상가 시장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1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지하 상가는 입점한 곳이 없어 복도는 불이 꺼진채 텅텅 비어 있다. 장민재기자


인천의 상가 공실이 최대 20~30%를 육박하면서 지역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상가가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전반적인 개발계획 재점검 등을 통한 상업시설 축소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인천의 3분기 기준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평균 13.3%에 이른다. 오피스 상가의 공실률은 18.7%, 중·대형 상가의 경우 13.6%, 소규모 상가는 11.3%, 집합 상가 9.7% 등이다.

신도심에서는 영종의 공실률이 가장 높다. 영종은 최근 1년간 공실률이 25%대에서 30%까지 치솟는 등 인천 전체 평균(13.3%)의 배 이상 높다. 영종은 상가 공급 과잉과 높은 분양가, 여기에 섬 도시 특성 상 유동 인구 부족 및 소비의 외부 지역 유출까지 겹치면서 다른 신도시보다 공실률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송도는 약 8%, 청라는 6.8%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신축 상가를 중심으로 공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원도심 상권에서는 이 같은 공실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구월동(34%), 신포(21.4%), 부평(16.2%), 주안(11.5%) 등의 공실률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 상가 10곳 중 2~3곳이 비어 있는 셈이다. 이곳 일대는 코로나19 이후 회복 속도가 더디고 노후 상권의 이탈이 가속하면서 공실이 장기화하고 있다.

여기에 상가의 수익성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인천의 상가 투자수익률은 0.5~0.7%대로, 현재 금리(연 3~4% 내외)를 감안하면 임대 수입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상 상가를 보유할수록 손해가 나는 ‘역수익 구조’가 발생하는 셈이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상가 공실률 증가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함께,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형성된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 주상복합 중심의 상가 과다 공급에 따른 포화 상태가 주요 원인”라고 말했다. 이어 “이젠 상가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며 “도시계획 차원에서 주상복합의 상가 축소 등 전반적인 개발계획 재점검을 해 상업시설 축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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