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K-마리나’ 돛 올리다] (3) 호주 골드코스트 : 관광지 넘어 산업 클러스터로
해양산업도시 ‘재도약’
1980~1990년대 최고 휴양지
부동산 침체 ‘관광 직격탄’
장기 체류·세제 혜택 도입
요트 정비·선박 임대 육성
‘연 3000억’ 창출 도시로
사계절 해양레저 상품 개발
해양교육 시스템 등 뒷받침
‘수변·도심·상권’ 동선 묶어
숙박 연계 체류형 구조 조성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과 햇빛 아래 반짝이는 요트들. 호주의 골드코스트는 한때 부동산 침체와 관광객 감소로 쇠락 위기를 겪었지만, 해양레저와 슈퍼요트 산업을 중심으로 도시경제를 재정의하며 ‘바다로 다시 일어선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 휴양지를 넘어 해양 자체를 산업·서비스·기술 생태계로 확장한 전략이 도시 재도약의 원동력이 됐다.

◇관광지에서 해양산업 도시로= 골드코스트는 1980~1990년대 호주 최고의 해변 휴양지였지만,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관광객이 줄고 상권이 붕괴되는 직격탄을 맞았다. 위기 속에서 도시가 선택한 해법은 해양을 산업화하는 전략이었다.
골드코스트시는 ‘사계절 이용 가능한 해양도시’라는 장점을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서핑·요트·낚시 등 기존 레저에 더해 슈퍼요트 정비·수리(MRO), 선박 판매·임대, 해양서비스 교육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호주 정부는 슈퍼요트 입항 규제 완화, 장기 체류 허용, 정비·보수 관련 세제 혜택을 도입해 산업 진입 장벽을 낮췄고, 민간 투자를 끌어냈다. 해변 중심 관광 모델의 한계를 깨고 해양산업으로의 전환을 선택한 것이 골드코스트의 재도약을 가능하게 했다.

◇슈퍼요트 산업의 심장, 골드코스트 시티 마리나= ‘골드코스트 시티 마리나(Gold Coast City Marina)’는 호주 최대 규모의 슈퍼요트 산업 클러스터다. △요트 선석 300여 개 △해양 전문기업 60여 곳(엔진·전자·도장·부품·전자장비 등) △건식 도크·리프트 등 대형 정비 시설을 갖춰 슈퍼요트 판매·임대·관리 기업이 한 곳에 집적돼 있다.
정박·정비·부품 공급·교육·판매까지 한 곳에서 해결하는 ‘원스톱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연간 약 3억 호주달러(약 3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슈퍼요트 한 척이 들어오면 수십 개 업종이 동시에 움직이고 엔진·도장·전자장비 등 기술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골드코스트시는 이 산업을 통해 약 2000개 이상의 직간접 일자리가 발생한다고 분석하며, 도시가 ‘세계 10대 슈퍼요트 허브’로 불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사계절 해양레저와 상권이 만든 ‘체류 도시’= 골드코스트는 사계절 내내 요트·서핑·크루즈·돌핀 투어 등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는 기후를 장점으로 활용했다.
새로운 관광상품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헬리콥터 투어와 돌핀 투어가 대표적이다. 최신형 에어버스 헬기를 타고 해안 도시 상공을 날며 브로드워터의 푸른 바다와 황금빛 해변, 그리고 도시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들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메인 해안선을 따라 서퍼스 파라다이스로 향하면, 322m 높이의 Q1 빌딩 등 고층 건물들이 이색적인 스카이라인을 연출한다. 배를 타고 인근 해안으로 나가 돌고래를 관찰하는 돌핀 투어 역시 관광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메인비치(Main Beach) 인근의 가장 관광객 친화적인 마리나인 마리나 미라지(Marina Mirage)는 워터프런트 복합공간으로 이름나 있다. 마리나 주변에는 레스토랑·재즈바·쇼핑몰·수변 공연장이 밀집해 방문객이 바다-레저-식음료-쇼핑-야간경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을 구현했다.
해변·리조트 중심 관광을 넘어 수변 상권과 해양레저, 요트 서비스, 야간경제가 결합된 다층 소비 구조가 골드코스트 경제 부활의 핵심 동력이 됐다. 마크 선장은 “20여년 동안 마리나 미라지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요트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배에서 사진을 찍고 샴페인, 음료 등을 마시는 요트 체험을 한 뒤 수변 상권인 상점, 식당을 이용하는 관광객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해양레저가 만든 고임금 산업= 골드코스트의 해양레저 산업은 단순한 ‘관광 보조 산업’을 넘어 도시경제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요트 정비 기술자, 도장·엔진 전문가, 전기·전자 엔지니어, 해양안전 강사, 마리나 운영 매니저, 요트 관광 인스트럭터 등 기술·서비스 기반의 고임금 전문직 일자리가 다수 생겨났다. 슈퍼요트 MRO 산업이 도시 전체의 ‘기술 엔진’ 역할을 맡으면서, 해양을 즐기러 온 관광객이 곧 고부가가치 산업의 수요 기반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해양레저가 ‘관광지의 부속 프로그램’을 넘어 ‘도시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양안전·교육 시스템…산업 경쟁력의 보이지 않는 기반= 이 같은 성장 뒤에는 호주 전역에서 공유하는 성숙한 해양안전·교육 시스템이 있다. NSW주 해양안전청(Marine Safety NSW)은 요트 운항 자격과 안전장비 기준, 사고 대응 매뉴얼을 촘촘히 관리하고, 민간 마리나 운영사와 협력해 안전 규정을 현장에 뿌리내리게 한다. 전문 인스트럭터·교육 강사 양성 과정도 정교하게 운영되며, 안전·교육·산업이 동시에 굴러가는 해양레저 생태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골드코스트 역시 이러한 체계를 공유하며 안전·품질·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통영이 해양레저 산업을 본격 육성하기 위해서는 요트 교육과 안전 거버넌스 등 기반 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김우진 통영시 해양관광과 복합해양도시팀장은 “내년 개관하는 마리나 비즈센터에서 요트 정비(MRO)·전시·판매가 이뤄지고, 2027년 준공될 스마트 선박안전 지원센터가 전문 안전 점검·교육 서비스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통영 해양레저 산업의 핵심 기반을 단계적으로 마련해 가겠다”고 말했다.

◇원도심과 수변을 잇는 설계… 통영형 ‘체류 루트’의 핵심= 골드코스트는 ‘해양-도심-상권’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는 도시 설계에도 주력했다. 사우스포트 마리나와 서퍼스 파라다이스 주변 상업·숙박시설을 연계해 관광객이 하루 종일 머무르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 전략은 통영에도 적용 가능하다. 강구안·중앙동 원도심, 동피랑, 해양·섬 관광지 등 기존 자원이 마리나와 하나의 루트로 연결해 ‘통영형 체류형 관광 루트’를 만들 수 있다. 김 팀장은 “통영은 섬·항만·도심이 모두 가까운 압축적 도시 구조를 갖고 있어 오히려 장점이 많다”며 “해양레저·문화·도심을 통합하는 ‘짧지만 밀도 있는 동선’이 통영의 강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안전·도시 설계 ‘3박자’= 골드코스트의 성공은 △슈퍼요트 기반 해양산업 육성(기술·서비스) △사계절 체류형 레저·상권 개발 △수변-도심-관광지 통합 동선이라는 세 축으로 정리된다. 이는 통영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사업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지만, 동시에 통영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과제도 던져준다.
도현래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는 “골드코스트와 시드니 모델 모두 훌륭하지만 통영은 인구·교통·관광 인프라에서 차이를 보인다. 통영 고유의 자연·문화 자원을 살린 ‘스몰 브랜드 전략’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트 정비(MRO)·교육·안전 시스템과 원도심·해양레저의 통합 설계가 초기에 제대로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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