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마지막 가을야구, 증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내년에는 팬들과 선배들 한 풀어줄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롯데는 15일 한 선수의 은퇴 소식을 알렸다. 오랜 기간 팀 타선에서 활약하며 팬들과 정이 든 베테랑 정훈(38)이 유니폼을 벗는다. 곧 올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지만, 막상 오랜 기간 함께 했던 팬들의 아쉬움은 크다.
롯데는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정훈 선수가 2025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다. 정훈 선수는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군 복무 이후 2009년 롯데자이언츠에 입단해 활약하며 팀 내야를 지켜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롯데는 “(정훈은) 프로 통산 1476경기에 출전, 통산 타율 2할7푼1리, 80홈런, 532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2021년에 타율 2할 9푼 2리, 14홈런, 142안타를 기록하며 팀 주축 선수로서 맹활약했다”면서 “꾸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한 훈련 태도로 후배 선수들의 본보기가 되었고, 중요한 순간마다 베테랑다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고 선수의 과거를 추억했다.
정훈은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타자는 아니었다. 경력 초반에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런 정훈에게 소중한 보금자리가 된 팀이 바로 롯데였다. 2010년 롯데에서 1군에 데뷔했고, 올해까지 롯데에서만 뛰며 사실상의 ‘원클럽맨’ 이미지를 쌓았다.

주전으로 활약할 때도 있었고, 주전이 아니었던 해에도 벤치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했다. 찬스 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으며 벤치가 믿는 대타 자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 들어 롯데 야수진의 세대교체 흐름이 뚜렷하게 이어지면서 입지가 점차 줄어들었다. 정훈은 2023년 233타석, 2024년 325타석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200타석 소화에 그쳤다. 여기에 타율 0.216, OPS(출루율+장타율) 0.576에 그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현역 연장과 은퇴를 놓고 고민하던 정훈은 결국 2차 드래프트에서도 이름이 불리지 않자 유니폼을 벗는 최종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훈은 구단을 통해 “롯데 자이언츠라는 팀에서 오랜 시간 함께하며 야구 인생의 가장 큰 행복과 자부심을 느꼈다. 선수로서의 긴 여정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구단의 믿음과 팬 여러분의 응원 덕분이었다”고 고마워하면서 “그동안 함께 땀 흘린 동료 선수들, 늘 뒤에서 묵묵히 지도해 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정훈의 은퇴는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를 기억하는 증인이 또 하나 퇴장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조원우 감독이 이끌던 2017년이었다. 당시 시즌 막판 저력을 과시하며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롯데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SK를 꺾고 올라온 NC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다.

당시 롯데는 1승씩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 갔으나 5차전에서 완패하며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 정훈은 팀 내 야수진에서 비중이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엔트리에 있었고, 2경기에 나서 2타석을 소화했다. 당시 안타를 치지 못해 동료들과 씁쓸하게 고개를 숙였다.
당시 팀의 주축 선수들은 이제 은퇴하거나 팀을 떠난 상황이다. 야수 쪽에서는 이제 전준우 딱 한 명이 남았고, 타 팀에서 현역을 이어 가고 있는 선수도 강민호 손아섭 정도다. 당시 포수였던 나종덕은 나균안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뒤 현재 투수로 뛰고 있다. 하지만 투수도 많이 남은 것은 아닌데 박세웅 김원중에 박시영이 타 팀으로 이적했다 롯데로 돌아온 정도다.
8년의 세월이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을 수도 있지만 당시 롯데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을 기억하는 이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팬들의 기억 또한 희미해지고 있다. 2026년에는 후배들이 다시 가을 무대를 밟지 못하고 롯데 유니폼을 벗은 선배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편 정훈은 구단을 통한 인사 외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자필 편지를 공개하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정훈입니다”는 인사말로 편지를 시작한 정훈은 “오랫동안 제 인생의 전부였던 야구를 이제 내려놓으려 합니다. 2010년에 처음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팀에서 뛰며 팬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습니다”고 했다.
이어 정훈은 “잘한 날보다 부족했던 날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에 서려 노력했습니다. 16년 동안 한결 같이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팬분들의 응원과 박수는 언제나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면서 “함께했던 동료들, 믿어주신 코칭스태프,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과 함께 한 모든 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선수로서의 시간은 마무리되지만, 롯데 팬 여러분은 제 인생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이름입니다. 앞으로도 제가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다시 돌려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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