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가능한 강제추방으로 드러난 대만 화교 인권문제

60대 대만 화교 3세에게 이례적인 강제 퇴거명령이 내려졌다. 법무부 안산출입국은 “한국의 선량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한국을 떠나라고 명했다. 중범죄가 아닌 생계형 범죄에 추방 조치가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한씨가 대만에 송환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국적만 대만일 뿐이지, 본국에서 정주 자격조차 없는 ‘무호적(無戶籍) 국민’이기 때문이다.
화교는 대만 국적의 구화교와 중국 국적의 신화교로 나뉜다. 구화교는 140여년 전 한국에 정착한 가장 오래된 이주민이다. 1880년대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한국근대사를 함께 겪었고, 인천에서 항일운동을 돕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 거주 중인 구화교는 약 1만4천명, 인천에는 2천800명이 있다. 신화교 95만명에 비해서 적은 규모다. 신화교가 중국에 호적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구화교는 대만 정부로부터 신분증번호를 부여받지 못했다. 본국에 입국할 때도 비자 발급이 필요하다. 대만에 거주하려면 ‘외국인등록증’을 만들어야 하는 ‘무늬만 대만 국적’이다. 화교들의 대만 여권이 자국민을 차별하는 ‘깡통 여권’으로 불리는 이유다. 구화교의 신분 기록을 정부가 아닌 민간단체가 관리하고 있는 것도 이방인의 설움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화교협회가 발급하는 호적증명서가 있지만 은행이나 병원에서는 공신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추방 위기에 내몰린 한씨는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다. 지금은 법무부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되어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63조는 외국인이 강제 퇴거명령을 받고 즉시 출국할 수 없는 경우 본국 송환 전까지 보호시설에 수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천에서 태어나 외국 한번 안 나가봤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고 불안하다. 추방되면 평생 살아온 한국에도 5년간 입국할 수 없다. 난민처럼 공항에서 생활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도 고민이 깊다. 지난 6월 출입국관리법 개정으로 외국인을 무기한 보호(구금) 할 수 있었던 법 조항이 사라졌다. 추방할 곳이 없는 외국인을 구금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송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구금의 목적에도 충돌한다. 법무부는 한씨에게 내려진 처분이 정당한지 검토에 나섰다. 정부는 구화교의 불안정성을 해소할 제도적 방안을 외교적, 인도적 차원에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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