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 유사역사학은 국뽕? "뿌리는 일제 역사관 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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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역사학계에서 위서(僞書)로 규정한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지난 12일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비중 있게 언급한 것을 두고, 학계에서는 환단고기 옹호론과 같은 '유사역사학'이 학문적 엄정성이 결여됐음에도 여전히 득세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조교수는 논문 '한국 유사역사학의 특성과 역사 왜곡의 방식'에서 "일제 식민주의 사학은 침략 대상이 확장됨에 따라 일본·조선·만주·몽골이 같은 조상을 가졌다는 주장도 만들어냈다"며 "한국 유사역사학의 뿌리는 이 같은 대아시아주의에 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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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사관 주어만 조선으로 바꿔"
"분단체제하 진보적 가치로 통용"

이재명 대통령이 역사학계에서 위서(僞書)로 규정한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지난 12일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비중 있게 언급한 것을 두고, 학계에서는 환단고기 옹호론과 같은 '유사역사학'이 학문적 엄정성이 결여됐음에도 여전히 득세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 이 대통령이 박지향 재단 이사장을 식민사관에 동조하는 뉴라이트 성향으로 상정하고 이를 비판할 '역사적 문헌'으로 환단고기를 언급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학계에선 사실이라면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사역사학이 민족주의 정서에 편승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기원을 따져보면 일본 제국주의 논리를 그대로 본떴다는 것이다.
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역사학계에선 유사역사학이 통념과 달리 식민사관을 원형으로 삼고 있다는 견해가 상당하다. 민족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일제식 논리가 주어만 '일본'에서 '조선'으로 바뀐 채 해방 후 한국사회에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1960년대 태동해 1980년대 중반 큰 인기를 끈 국내 유사역사학은 실제로 일본 군국주의의 '황국사관'과 궤를 같이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 △신의 혈통을 이은 자국민이 아시아의 중심이고 △대륙을 지배할 자격이 있으며 △아시아인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본다는 관점이 그렇다.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조교수는 논문 '한국 유사역사학의 특성과 역사 왜곡의 방식'에서 "일제 식민주의 사학은 침략 대상이 확장됨에 따라 일본·조선·만주·몽골이 같은 조상을 가졌다는 주장도 만들어냈다"며 "한국 유사역사학의 뿌리는 이 같은 대아시아주의에 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유사역사학이 해방 후 이승만 정부의 '일민주의(하나로 뭉쳐 공산주의에 배척하자는 통치 이념)'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보는 역사학자도 많다. 초기 환단고기 옹호론자 가운데는 극우 성향의 기득권층이 적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역사 작가 이문영은 저서 '유사역사학 비판'에서 "5·16 쿠데타 이후 독재 옹호를 위해 국정 국사교과서를 만들게 되면서 유사역사가들이 결집했다"고 지적했다. 김대현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유사역사학자들이 군부독재를 옹호했다는 입장이다.
역사학의 핵심 방법론인 '사료를 통한 실증'을 유사역사학이 음모론까지 동원해가며 외면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 작가는 "유사역사가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사료가 부족한 까닭이 조선을 침략한 중국과 그들에게 굽실대던 왕실에서 불태웠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역사학자 신채호의 권위를 빌리고자 입맛에 맞는 부분만 잘라 이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허점이 뚜렷한 역사관임에도 국수적 진영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에서도 환단고기를 포함해 유사역사학에 우호적인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학계에서는 "외세에 의해 이뤄진 분단체제하에서 민족주의가 진보적 가치로 통용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분단체제, 군부독재 체제에 맞서며 주류 역사학 또한 식민사관에 적잖게 젖어 있다고 치부했던 진보 운동권 진영이 뿌리는 의심스럽지만 주류에서 확연히 벗어난 유사역사학을 식민사관에 저항하는 흐름으로 여겼다는 것.
기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의 유사역사학 수용 집단은 정치적으로 진보를 자임하는 이들과 극우가 뒤섞여 있는 독특하고 기괴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며 "유사역사가는 정치권력과 결탁하고 학계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지속적으로 조장하는, 파괴적이고 반지성적 행위를 일삼는다"고 경고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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