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아들의 군 입대 사진을 공개한 이유
[비평] 총선 앞두고 김준형 후보 미국 비판 발언과 가족의 미국 국적 엮어 '위선 프레임' 공세
15세 때 진학 문제로 국적 포기한 아들 '병역 기피' 의혹…15일 입대하며 1년 전 문제제기 반박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15일 오후 아들이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하는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 의원은 “그동안 일부 언론과 악의적 유튜버들이 '고의적 병역기피자'라는 식의 근거 없는 프레임으로 무수히 공격했다”며 “여러 근거 없는 비난과 유언비어에 가족들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일일이 반응하거나 변명하지 않았다”는 글을 남겼다. 김 의원과 그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미국 국적 배우자 만나 자녀들과 미국 생활
김 의원은 미국 유학 시절, 미국 국적인 배우자를 만나 결혼했다. 아들 김아무개씨는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복수국적자였다. 김씨의 두 누나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성인이 되면서 미국 국적을 선택해 현재도 미국에 살고 있다. 김 의원 부부가 아들 병역 기피를 위해 '원정 출산'과 같은 꼼수를 쓴 게 아니라 미국에서의 자연스러운 삶이었다.
10년 전인 2015년, 아들 김씨(당시 15세)는 중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귀국했다. 당시 김 의원은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 교수 신분이었지만 서울을 오가는 상황인 점을 고려해 아들 김씨의 기숙학교 입학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가을학기에 새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에 학제가 맞지 않는다.
김씨는 양국의 학제 차이와 기숙학교 입학, 또한 당시까지 미국에서 교육을 받아온 점 등을 고려해 한동국제학교에 입학을 문의했다. 학교 측에선 김씨 조건을 고려할 때 복수국적이 아닌 외국 단일국적이 조건이라고 했고 김씨는 이를 따랐다.
이로부터 9년이 흐른 지난해 3월, 조국혁신당이 김 의원을 인재로 영입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국립외교원장 등을 지냈고 미디어에 활발하게 출연하던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그의 의견은 이미 알려진 상태였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이란 말이 나올 만큼 조국혁신당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고 김 의원을 비롯해 혁신당 주요 후보자들에 대한 기사도 많았다.
아들 병역 기피 의혹, 위선 프레임 공세
보수 언론은 김 의원 가족의 국적과 아들 병역 문제를 엮어 '위선' 프레임으로 그를 다뤘다. 지난해 3월26일 조선일보는 김 의원의 아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국립외교원장 재직시 펴낸 책 '새로 읽은 한미 관계사'에서 “70년간의 긴 시간 동안 한미 동맹은 신화가 됐고 한국은 동맹에 중독됐다”며 “분단으로 인한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압도적인 상대(미국)에 의한 가스라이팅 현상과 닮아 있다”고 쓴 대목을 함께 인용했다. 이후 다수 언론에서는 김 의원 아들 병역 기피 의혹 기사들이 나왔다.
김 의원(당시 후보)은 2015년 당시 국제학교 측 안내에 따라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해명했지만 이틀 뒤인 3월28일 파이낸셜뉴스에서는 한동국제학교 입학 조건에 '국적'은 없다면서 병역 기피 의혹과 함께 김 의원의 거짓말 의혹을 추가했다. 4월5일 조선일보는 김 의원의 아들이 고등학교 조기입학을 하려고 외국인이 됐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이에 김 의원은 한국 국적 취득 결정의 주체가 아들이란 점을 명시했고 아들이 대학 졸업 후 입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검증이란 명목의 기사는 다른 가족에게도 향했다. 지난해 4월2일 뉴데일리는 아들뿐 아니라 딸들도 미국 국적이라고 보도했다. 김 의원이 '주한미군 철수'를 말하면서 부인과 세 자녀 모두 미국 국적인 것은 “극단의 위선”이라고 주장했다. 4월5일 문화일보는 논설위원 칼럼에서 김 의원이 아들에 대해서는 대학 졸업 후 입대하겠다고 해명해놓고 딸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사는데 뭐가 문제냐고 한 것을 지적했다.
김 의원이 아들 학교 문제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김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지만 이후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김 의원 측에서는 2015년 당시와 2024년의 해당 국제학교 조건이 달랐다면서 9년 당시 자료를 통해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 언론의 이러한 프레임에도 조국혁신당은 돌풍을 일으키며 비례대표 46석 중 12석을 확보하며 원내 제3당이 됐다.

위선 프레임은 타당했나
당시 언론과 일부 유튜브에서는 '아들 국적이탈', '한미동맹은 가스라이팅' 등 자극적인 언어를 동원해 김 의원과 혁신당을 비난했는데 이러한 문제 제기가 타당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부모의 권력·권한을 이용해 자녀가 특혜를 받은 사안이 아니다. 당시 대학교수였던 김 의원이 교수 권한을 남용해 아들의 병역을 회피할 목적의 국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살아온 자녀들이 자신의 뜻대로 국적을 선택한 일이다. 부모란 이유로 자녀의 진로나 국적을 강요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전제 위에선 성립할 수 없는 언론보도들이 적지 않았다. 병역 기피를 위해 국적 선택을 하기에 현실적으로 15세는 이른 나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국회의원 자녀의 병역 문제는 법과 제도를 떠나 국민 정서상 민감하다. 백번 양보해 아들의 군입대 관련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고 있는 두 딸의 국적까지 문제 삼는 것은 불필요한 보도일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당시 최소한의 사실관계만 설명하고 '대학 졸업 후 군입대하겠다'는 아들의 뜻을 전한 채 실제 입대 날까지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아버지가 정치인이 됨으로써 시작된 문제이기에 아들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기꺼이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 하겠다고 나선 아들이 고맙다”고 썼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박수 받을 일이다. 이 회장 아들은 김 의원 아들과 동갑인데 만약 이 회장 아들이 만 24살이 될 때까지 병역을 기피했다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합리적인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을까. 최근 이 회장 아들에게 따라붙는 평가처럼, '노블리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두 청년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군 입대를 한 것은 칭찬을 받아야 할 일에 가깝다.
김 의원의 가족이 미국 국적인데 김 의원이 '반미'를 주장하니 '극단의 위선'이란 주장도 비논리적이다. 진보의 위선을 말할 때 쓰는 '강남좌파' 프레임과 비슷한 논리구조다. 진보는 가난해야 한다는 부당한 전제를 설정한 뒤, 현실은 부자로 살고 있거나 부자를 원한다며 앞뒤가 다른 위선자라는 비난이다.
김 의원에 대한 비난 역시 한국 국적보다 미국 국적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전제한 궤변으로 현재 한국사회에서 쉽게 동의받을 수 없는 내용이다. 보수 언론의 주장은 김 의원이 사적영역, 즉 가족들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공적영역에선 미국을 이념적으로 비판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이 만약 미국 국적을 더 우월한 것으로 여겼다면 배우자와 결혼하고 30여년을 살면서 이미 미국 시민권을 얻었을 것이다.
김 의원은 총선 국면에서 SNS에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딸 국적은 무엇인지, 최근 의원직을 사퇴한 인요한 당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의 이중국적(한국·미국) 문제에 대해 반문하는 글을 썼다. 이후 김 의원 가족에 대한 비난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김 의원 가족에 대한 기사가 후보자 검증의 외피를 썼지만 진영논리에 입각한 정치 공세 성격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의원은 70년이 넘은 한미동맹이 시대 변화에 맞춰 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반미'라는 단순 논리로 요약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한국의 사회과학자가 한국의 외교정책을 비판한다고 '반한(반한국)', '반국가'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 군사독재 시절에나 들어볼법한 비민주적인 논리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가 한미동맹에 대한 여러 주장을 하면 '반미'가 되는 게 타당할까. 때로 한미 동맹이 한국 국익을 침해할 때는 동맹의 성격에 대해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외국 국적 포기 행정절차 개선해야
복수국적자가 한국 국적을 선택하는 법적 절차에는 허술한 부분이 있다. 국적법 제12조에 따르면 복수국적자는 만 22세에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병역법 제8조에 따르면 남성은 만 18세에 병역 대상에 오르기 때문에 이때 국적을 사실상 선택해야 한다. 국적 선택과 포기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므로 법무부와 병무청 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 의원의 아들 문제로 예를 들면 김씨는 지난해 4월 한국 국적 회복을 신청했다. 이후 외국인등록증에 거소 지위 변동이 생기는 문제로 사실상 출국을 못하게 된다. 법무부에선 한국 국적 회복이 최종 확인되는 순간 온전한 한국인으로 보기 때문에 그 사이에는 행정적으로 출입국 관리가 번거롭다는 이유도 있다. 김 의원은 “한국 국적 취득에 10개월, 미국 국적 포기에 8개월, 총 1년 6개월의 시간이 걸렸고 이 기간 신분증을 발급받지 못해 사실상 무국적자처럼 살았다”고 전했다.
언론에서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라는 당위적 주장만 나올 뿐 실제 한국 국적을 선택하는 행정 절차는 이처럼 까다롭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나 예비 공직자에 대한 검증기사를 돌아보는 한편 국방부와 병무청,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소, 행정안전부까지 협의해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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