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방시혁 공언처럼… 하이브는 '플랫폼 기업' 됐나

조서영 기자 2025. 12. 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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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플랫폼 기업 표명하는 하이브
의아하게 보는 시선 많았지만
팬 플랫폼 위버스 크게 성장해
대체하기 어려운 글로벌 플랫폼
독점적 요소 있는지 살펴봐야

엔터사 하이브의 지향점은 단순한 연예 기획사가 아니다. 하이브는 2020년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하이브의 '위버스(Weverse)'는 글로벌 팬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올 1~3분기엔 9억9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적자의 늪에서도 탈출했다. 하지만 이 이면엔 팬덤 장사와 플랫폼 독점 등 불편한 요소들이 숨어 있다.

2020년 하이브는 세계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 | 연합뉴스]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 2020년 10월 15일 방시혁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이 상장기념식에서 남긴 말이다. 그는 "빅히트엔터는 전 세계에서 팬덤 비즈니스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회사"라며 "질 높은 콘텐츠를 제작해 이를 사업화하는 등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계속 만들어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내겠다"고 말했다.

방 회장은 2021년 사명을 빅히트엔터에서 하이브로 변경하며 플랫폼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해나갔다. 그해 4월 하이브는 사업 구조를 레이블·솔루션·플랫폼 세가지 축으로 개편했다. 기존 음반 제작·유통 사업은 레이블에서 이어나가고, 공연·굿즈 등의 지식재산권(IP) 사업은 솔루션 영역에 맡겼다. 그리고 이 모든 사업은 플랫폼을 통해 연결한다고 밝혔다.

[※참고: 레이블이란 음악 제작·유통 등 아티스트의 음악 활동을 지원하는 음반사를 의미한다. 하이브 산하엔 다양한 레이블이 있는데, 민희진-하이브 간 갈등의 원인이 된 어도어가 하이브의 레이블 중 하나다.] 그렇다면 6년이 흐른 지금, 하이브는 처음 밝힌 목표처럼 세계 최대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했을까.

■플랫폼 사업의 시작 = 하이브의 플랫폼 사업 중심엔 '위버스(Weverse)'가 있다. 2019년 6월 출시한 위버스는 커뮤니티·커머스·콘텐츠를 제공하는 종합 팬덤 플랫폼이다. 글로벌 팬들은 이곳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보거나 굿즈 또는 콘텐츠를 구매하며 팬덤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위버스는 출시 직후부터 빠르게 성장했다. 론칭 1년여 만에 전체 가입자는 860만명을 기록했다(2020년 8월 기준). BTS가 입점해 있다는 점이 가입자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BTS 채널 구독자는 전체 가입자의 78.3%인 673만명이었다.

위버스가 성장하며 하이브의 플랫폼 매출도 급증했다. 2020년 상반기 기준 위버스 매출은 1127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상반기 311억원 대비 3.6배로 늘어났다. 위버스 매출이 전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9.7%에서 38.3%로 커졌다.

위버스는 서비스를 확대하며 이용자를 더 늘려갔다. 2021년 1월 네이버가 운영하던 아티스트 방송 플랫폼 '브이라이브(V LIVE)'를 위버스에 통합했다. 이를 기반으로 2022년 7월 아티스트 스트리밍 기능인 '위버스 라이브'를 론칭했다. 위버스 라이브는 위버스가 몸집을 키우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위버스가 소속 가수 아티스트의 '팬 카페' 역할 맡았다면 이 서비스를 통해 타사 아티스트들을 위버스로 유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 연합뉴스]

■ 글로벌 K-팝 플랫폼 발돋움 = 2021년 8월엔 블랙핑크를 비롯한 YG엔터 소속 가수들이 위버스에 입점했다. 2023년 9월엔 NCT, 에스파, 라이즈 등 SM엔터 아티스트 13팀이 위버스 플랫폼에 합류했다. '4대 소속사' 중 JYP를 제외하고 모든 소속 가수들이 위버스에 입점한 셈이다.

현재 위버스는 월간활성화사용자(MAU) 1100만명 수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팬 플랫폼이 됐다. 위버스는 전세계 245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다운로드 수는 누적 1억5000건을 달성했다. K-팝 산업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엔 고질적 문제로 꼽히던 적자 구조도 해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위버스컴퍼니(위버스 운영사)의 올 3분기 누적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194억5000만원, 9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2023년(-44억1000만원)과 2024년(-107억원)엔 이태 연속 당기순손실이 났는데, 올해 들어선 페이스가 좋다.[※참고: 당기순손익이란 회계기간에 발생한 총 수익에서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영업 외 비용 등을 차감한 손익을 뜻한다. 기업의 최종적인 경영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다.]

하이브 관계자는 이를 두고 "디지털 멤버십, 광고 등 신규 비즈니스 모델 도입에 따른 성과"라며 "주요 아티스트들의 성장, 위버스 자체 디지털 사업 부문의 성장에 따라 내년에도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 팬덤 장사 논란 = 하지만 위버스가 흑자 전환하는 과정에서 팬덤의 지갑을 노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 중심엔 '디지털 멤버십'이 있다. 지난해 12월 1일 도입한 디지털 멤버십은 월 2700원, 3900원, 5400원으로 구성된 유료 요금제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위버스 내 콘텐츠들을 광고 없이 볼 수 있다.

그런데 팬덤 사이에선 "디지털 멤버십 때문에 위버스를 사용하는 게 불편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버스가 디지털 멤버십을 운영하며 플랫폼에 도입한 광고를 늘렸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디지털 멤버십을 출시하기 석달 전인 9월부터 플랫폼 곳곳에 외부 광고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멤버십을 도입한 이후엔 라이브 스트리밍과 VOD에도 동영상 광고도 적용했다.

위버스의 요금제는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취해온 전략과 맞닿아 있다. 2021년 6월 유튜브는 광고 약관을 변경해 모든 영상에 광고를 붙였다. 점점 늘어나는 광고에 불편함을 느낀 이용자들은 광고 제거 멤버십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기 시작했다.[※참고: 이 이야기는 '어디선가 본 듯한 약탈적 전략: 하이브의 길 유튜브의 길(더스쿠프 통권 624호)'에서 한번 다뤘다.]

여기서 파생하는 문제는 또 있다. 위버스는 이미 여러 유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티스트별로 판매하는 연 3만원의 유료 멤버십과 월 5000원 상당의 프라이빗 채팅 서비스 '위버스 디엠'이다. 여기에 디지털 멤버십까지 추가하면 팬들은 위버스에서 최대 3가지의 서비스를 결제해야 한다.

하이브 측은 "각 멤버십은 혜택을 다르게 구성해 필요에 의해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며 "디지털 멤버십의 경우 결제하지 않아도 위버스의 기능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지털 멤버십을 도입하며 광고를 붙였단 점에서 기존과 같은 퀄리티를 제공받기는 어렵다.

하이브는 목표처럼 위버스를 K-팝 산업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플랫폼으로 키워냈다. 올 3분기 위버스의 MAU는 1160만명(글로벌 기준)에 달한다. 경쟁사 SM엔터의 플랫폼 '버블' MAU(200만명대)의 5배 이상 수준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하이브와 위버스는 K-팝 산업에서 온라인 상거래·커뮤니티에서 독과점 플랫폼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다양한 유형의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현재 우리의 규제안이 적절한지 검토 및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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