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한국형 국부펀드

이동욱 논설주간 2025. 12. 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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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욱 논설주간

정부가 싱가포르 테마섹 같은 국부(國富)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테마섹은 싱가포르 재무부가 100% 소유한 국영 투자회사로 자국의 주요 산업과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국부펀드의 시초는 쿠웨이트다. 석유 수출로 쌓인 오일머니로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발상에서 1950년대 이미 시작됐다.

이후 오일쇼크를 거치며 중동 산유국과 노르웨이 등 산유국은 물론 싱가포르와 같은 비산유국으로도 확산됐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국부펀드 운용 자산 규모가 11조200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1조8000억 달러의 6배가 넘는다.

11일 세종시에서 열린 대통령 부처 업무보고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상반기 안에 '한국형 국부펀드'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국부펀드는 공기업 지분 등 국유재산을 재원으로 삼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상업적 수익을 추구하겠다고 한다.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투자에 국가가 마중물이 돼 국부를 키우고 그 성과를 미래 세대에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방산·조선 같은 전략 산업을 육성하고, 상속세 물납 주식처럼 정부가 안고 있던 비효율 자산을 활용하겠다는 발상이다.

정부는 국부펀드와 함께 국민성장펀드도 공식 출범시켰다. 여기에다 이미 기후에너지부환경부의 미래환경산업투자펀드, 중소벤처기업부의 모태펀드 등 정책펀드도 운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국부 펀드'가 추가되면 비효율과 중복 투자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국부펀드는 단기 성과나 정권 치적을 위한 수단이 되면 실패할 것이 뻔하다. 모범으로 삼겠다는 싱가포르 테마섹은 철저히 독립된 투자위원회와 장기투자가 원칙이다. 한국형 국부펀드가 성공하려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구조,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운용 체계, 기존 정책펀드를 아우르는 통합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