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벗었다'…현대차·기아, 美시장 재도약 발판 마련
현대차·기아, 관세 부과 악재에도
하이브리드·SUV로 올 판매량 '최대'
한국GM도 11월 수출량 전월비 증가
업계 "향후 美 판매·수출 늘어날 것"
美정부 전기차 보조금 중단은 '악재'
아이오닉·EV9 등 판매량 절반 감소
"현지 공장서 하이브리드로 만회할 것"

한국 자동차가 미국의 ‘관세 폭탄’에서 벗어났다. 미국 정부가 지난 3일 한국의 대미(對美)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한다고 연방 정부 관보에 게재하면서다.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 혜택을 받았으나 지난 4월부터 관세 25%를 부담해왔다. 자동차 부품 역시 5월부터 관세 25%가 적용됐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기아는 올 2분기(1조6140억원)와 3분기(3조550억원)에만 총 4조6690억원에 달하는 관세 손실을 봤다. 지난 7월 한·미 정부가 자동차 관세 15% 인하에 합의했지만 발효가 늦어지면서 가슴을 졸여야 했다.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15% 수준으로 내리면서 한국차는 미국 시장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사상 최대 판매 기록

현대차·기아는 높은 관세에도 하이브리드카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앞세워 올 들어 미국에서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1~11월 미국 판매량이 전년보다 8% 늘어난 82만2756대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다만 11월 실적만 놓고 보면 전년보다 2% 감소했다. 주력 모델인 SUV 3총사가 고른 판매 성장세를 보였다. 투싼은 2만3762대로 18% 증가했고, 싼타페는 1만4004대로 13% 늘었다.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도 9906대 팔리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11월 미국에서 8017대를 판매하며 출범 이후 최고 실적을 냈다. SUV GV80은 2434대로 월간 최대 판매를 달성했고, GV80 쿠페도 출시 후 최고 실적을 올렸다. GV70도 3413대로 역대 11월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기아는 11월에 전년 같은 달보다 3% 증가한 7만2002대를 팔아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새로 썼다. 1~11월 누적 판매는 전년보다 7% 늘어난 77만7152대로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넘어섰다. 11월 판매량은 카니발이 전년 대비 49% 증가한 7632대를 기록했고, 스포티지(1만5795대)와 셀토스(6286대)가 전년에 비해 각각 12%와 23% 늘었다. 기아는 세단(전년 대비 +14%), SUV(+6%), 전기차(+25%) 등 모든 파워트레인 분류에서 연간 누적 기준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9%(10월 말 기준)로 일본 도요타(15.0%)에 이어 해외 자동차 메이커 중 2위다.

미국 수출이 주력인 한국GM도 11월 해외에서 4만2826대를 판매했다. 전년에 비해서는 10% 감소했으나 전월보다는 11% 증가했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2만7328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1만5498대 판매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관세 인하가 확정된 만큼 향후 미국 시장 판매와 수출 모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보조금 중단은 악재
하지만 지난 10월부터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끊긴 점은 악재로 꼽힌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11월 판매량이 전년보다 59% 급감한 2027대에 그쳤다. 아이오닉 6도 판매량이 작년에 비해 56% 감소한 489대에 불과했다. 기아 전기차 EV9은 918대(전년 대비 -57%), EV6는 603대(-68%)로 전년보다 판매량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와 차량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기차 시장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보고서에서 “3분기 전기차 재고 정리 이후 시장은 여전히 낮은 전기차 판매량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며 “소비자의 신차 구매 부담은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판매 감소를 하이브리드 SUV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 시장에 출시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기아는 북미 전용 모델인 텔루라이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미국 시장에 선보인다. 제네시스도 내년부터 주요 모델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순차적으로 탑재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신공장에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등 일부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車 연비규제 완화, 환율 상승도 현대차·기아에 호재
美 정부, 신차 기준 기업평균연비제 L당 21.4㎞에서 L당 14.6㎞로 낮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한 점도 향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그린 뉴딜 정책은 ‘그린 스캠’(사기)”이라며 신차 연비 기준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자동차 제조사가 준수해야 하는 최저 연비인 기업평균연비제(CAFE)를 2031년식 차량 기준으로 L당 21.4㎞에서 L당 14.6㎞로 낮추는 게 핵심이다. 현재 미국 승용차의 평균 연비는 L당 16.6㎞다.
CAFE는 제조사가 해당 연도에 판매한 모든 차량의 평균 연비를 측정해 정해진 기준보다 높도록 규정하고 있어 내연기관차보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를 많이 팔수록 유리하다. L당 연비가 10㎞에 그치는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력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기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주력인 투싼과 스포티지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이브리드카 연비가 L당 16~18㎞에 달해 연비 벌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데다 침체에 빠진 전기차 판매를 늘리지 않더라도 CAFE 요건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45만7000대이던 미국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지난해 172만9000대로 네 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현대차·기아의 11월 하이브리드카 판매량도 전년 동기보다 48.9% 급증한 3만6172대에 달했다. 하이브리드카 모델이 글로벌 메이커 중 가장 많은 일본 도요타도 추가 전기차 모델 없이 CAFE 요건 달성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카를 건너뛰고 내연기관차에서 곧바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유럽 브랜드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수출 비중이 60~70%에 달하는 현대차·기아에 유리한 구조다. 수출대금 대부분이 달러화로 결제되는데,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환차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오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2조2000억원, 1조3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기아는 SUV와 하이브리드카를 앞세워 코로나19 이후 미국 시장 점유율이 가장 많이 상승한 브랜드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9년 7.5%에서 올해(1~10월) 10.9%로 3.4%포인트 올랐다. 조사 대상 27개 글로벌 완성차그룹 가운데 상승폭 1위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같은 기간 4.0%에서 5.8%로, 기아는 3.5%에서 5.1%로 나란히 올라 미국에서 자리를 넓혔다.
반면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완성차는 현대차·기아와 일본 도요타 등에 안방 시장을 내주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점유율이 2019년 대비 5.22%포인트 떨어져 7.5%로 추락했다. 포드(-0.9%포인트)와 GM(+0.7%포인트)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도요타를 제외한 혼다(-0.4%포인트), 닛산(-2.1%포인트), 폭스바겐(+0.1%포인트) 등 다른 일본과 유럽 메이커도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비야디(BYD)와 지리 등 중국차 업체는 관세 탓에 미국 시장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카와 SUV 라인업이 탄탄한 현대차·기아, 도요타가 당분간 미국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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