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금지 시대의 역설... 우리는 왜 훈육 앞에서 작아지는가?

칼럼니스트 김선희 2025. 12. 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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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의 훈육 인사이트] 1. 훈육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시대를 사는 부모들
현대 부모들이 겪는 훈육의 딜레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봐야 한다. ⓒ베이비뉴스

오늘날 서점의 육아 코너는 그 어느 때보다 붐비고, 스마트폰 속 육아 콘텐츠는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바야흐로 '육아 정보의 바다'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의 부모들은 과거보다 더 큰 혼란과 어려움을 호소한다. 육아 책을 읽고 전문가의 영상을 챙겨 볼수록 오히려 내 훈육 방식에 대한 확신은 희미해지는 경험, 아마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개별 부모의 부족함 탓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훈육의 가치관이 뿌리째 흔들리고 재편되는 거대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이다.

◇ 내 안의 두 목소리: 과거의 그림자와 현재의 다짐

현대 부모들이 겪는 훈육의 딜레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가 자녀를 대하는 방식의 기저에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뿌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 자신이 어린 시절 원가족으로부터 받았던 훈육의 경험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세대 간 전이'라고 부르는데, 이 과거의 기억은 현재 우리의 훈육 방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내면의 갈등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이 된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부모들이 회상하는 어린 시절의 훈육은 대부분 '사랑'보다는 '두려움'에 가깝다. 많은 이들이 당시의 훈육을 떠올릴 때 강압적인 분위기, 수용받지 못했다는 서러움, 그리고 '회초리'로 상징되는 체벌과 일방적인 꾸짖음을 기억해 낸다. 대화보다는 통제가, 이해보다는 복종이 우선시되었던 그 시절의 경험은 부모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무의식 속에 훈육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결심,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은 현재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이중적인 유산을 남겼다. 첫 번째는 '부정적 경험의 대물림을 피하려는 강력한 의지'이다. 부모들은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자녀에게만큼은 절대 물려주지 않으려 노력한다. "제가 어렸을 때 상처받은 게 너무 싫으니까, 폭력을 안 쓰려고 한다"는 한 부모의 고백처럼, 과거의 아픔을 긍정적인 훈육의 동력으로 승화시키려는 성숙한 다짐을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두 번째 유산, 바로 '무의식적인 답습'이다. 확고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격해지거나 아이의 행동이 통제되지 않는 한계 상황이 오면 부모들은 여전히 체벌을 선택지로 고려하게 된다. "말을 안 들었을 때는 적절한 체벌이 필요하다"며 자신도 모르게 과거 부모님의 방식을 답습하거나 정당화하기도 한다. 이는 훈육을 '잘못된 행동에 대한 처벌'로 바라보는 뿌리 깊은 관념이 여전히 우리 무의식 속에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현대 부모의 내면에는 '내 아이에게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는 이성적인 결심과, '그래도 안 될 때는 어쩔 수 없다'는 과거의 학습된 목소리가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다. 이 내면의 전쟁이야말로 새로운 훈육법을 배우고 실천하려는 부모들을 끊임없이 좌절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 글은 필자(김선희)의 논문 '영유아 부모의 자녀 훈육 경험 및 인식'(유아교육학논집, 2025)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선희는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와 강의를 이어오고 있는 연구자다. 아이와 부모, 교사를 직접 만나며 쌓아온 현장 경험을 토대로 박사과정에서는 아동권리와 부모의 양육태도를 연구했다. 그는 아이를 '잘 키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꾸준히 탐구해 왔다. 현재 영남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예비교사를 지도하며, 연구교수로서 강의를 맡아 교육의 이론이 가정과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지를 질문하고 있다. [김선희의 훈육 인사이트]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부모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갈등을 학문적 근거를 통해 차분히 풀어낸다. 교육 현장의 시선과 연구자의 사유를 함께 담아, 아이의 삶을 길게 바라보는 양육의 관점을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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