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러닝 지도자가 본 ‘한국의 러닝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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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26분12초. 10여 년간 제자 수백 명을 가르쳐온 '현역' 지도자에게 최근의 러닝 문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대학생들이 러닝 인구로 유입된 건 상당히 눈에 띄는 변화다. 러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 삼척시청 소속 선수와 감독 간의 논란에도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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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26분12초. 21년간 한국 신기록을 지켜온 권은주 감독의 풀코스 마라톤 기록이다. 선수로서 크나큰 영예였지만 부상과 교훈을 안겨준 기록이기도 하다. 2015년부터 아식스 러닝클럽을 이끌며 일반인과 마스터스 선수들을 만났고, 현재는 러닝 클래스 ‘런위드주디’를 운영하고 있는 그를 12월2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여 년간 제자 수백 명을 가르쳐온 ‘현역’ 지도자에게 최근의 러닝 문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오랜 시간 일반인, 마스터스 등을 만나왔다. 최근 변화가 있나?
대학생들이 러닝 인구로 유입된 건 상당히 눈에 띄는 변화다. 대학 동아리도 많이 생기고 러닝 클래스에도 적극적이다. 달리기를 하는 유명인들을 보며 관심을 갖게 된 경우가 많더라.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달리기를 통해 성장하고 삶을 정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러닝이 건강하고 멋있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가볍게 즐기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꾸미고 달리는 것도 좋은 면이다. 러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 삼척시청 소속 선수와 감독 간의 논란에도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냈다. 러닝 붐이 없었다면 이만큼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러닝 문화를 비롯해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유례없이 높다.
최근 심진석 선수에 대한 관심을 실감한다. 다만 사소한 말실수, 행동 하나하나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상처받을 만한 일들이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이 무섭기도 하다. 선수와 지도자 간의 신뢰 속에서 적극적으로 선수를 지켜줘야 한다.
러닝 크루 문화에 대한 비판이 있다. 통행을 방해하고 위협적이라는 이유다.
소수의 무례한 러너가 있고 나 역시 그런 이들을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많은 경우 조심하려고 노력 중이란 걸 이해해주면 좋겠다. 과도기인 만큼 인식 교육 등이 병행되면 좋겠다. 안전하게 달릴 공간을 확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트랙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곳이 굉장히 한정적인데, 그런 곳은 보행자와 페이스가 다른 러너들이 서로 다 엉켜서 안전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우후죽순 대회가 생기면서 미흡한 대회 운영과 시민 불편에 대한 우려도 많다.
대회 주최 측의 대회 운영 역량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예컨대 여의도는 1만명 이상 들어가는 행사를 할 수가 없는데 2만명씩 참가자를 받으니 물품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한다. 대회에 참가했는데 좋은 경험과 기분을 나눌 수 없다면 의미가 있을까? 참가자들도 큰 대회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대회 참가 운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일반인 러너들이 많다 보니 한국 엘리트 선수의 역량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엘리트 선수들의 목표는 마스터스들이 목표로 삼는 2시간30분 내 완주가 아니라, 한국 신기록인 2시간7분이다. 우선 출발선상이 다르다는 점을 짚고 싶다. 그리고 2시간7분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거다. 이 실패에서 오는 상처와 좌절감 역시 엘리트 선수들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엘리트 선수층이 너무 얇아서 선수들의 훈련과 기량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맞다. 달리기는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고,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일도 한정적이다. 기반이 약하니 육상계 전반이 성장하기 힘들고 선수들 간에도 경쟁자가 없다. 그냥 직장인 같은 마인드로 임하는 선수, 지도자도 있다. 결국 신뢰의 문제로 이어진다. 관심과 응원만큼 필요한 비판도 함께 나와야 한다.
춘계 대회를 준비하며 동계 훈련이 한창이다. 조언을 해준다면.
기록 단축과 순위에 연연하기보다 내가 왜 달리는지, 왜 즐거운지를 생각하며 달리길 권한다. 지난번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도 떨치고 오늘 뛸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즐기시길. 겨울에는 평소보다 10~20% 느리게 천천히 달려야 부상을 줄일 수 있다. 느리게 뛰되, 조금씩 더 길게 뛰는 훈련을 해야 한다.
달리기가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많은 문제를 ‘장거리’로 보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고 해결되더라. 급히 서두르지 말고 꾸준하게, 성실하게. 길게 내다보고 달리듯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믿게 됐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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