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부터 정교유착 DNA… 문어발 베팅하다 해산 위기 몰린 통일교
신흥종교 붐, 반공주의 앞세워 국내외 교세 확장
국내선 2008년 총선 후보 내며 정치행보 노골화
한학자 체제서 교회 분열 "재정 사정 악화했을 것"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이 김건희 여사를 넘어 여야 정치인들로 번지면서 올해로 창립 71년을 맞은 통일교의 운영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교계에선 통일교 창시자인 고(故) 문선명 총재가 ‘지상천국’이라는 정교일치 사회를 추구하는 교리를 갖춘 데다가, 약소국이던 한국의 신흥종교를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지로 적극 포교하는 과정에서 현지 정치권력과 유착하는 체질이 형성됐다고 분석한다. 문 총재 사후에는 부인이자 현 교주인 한학자 총재와 아들들 간의 후계 갈등,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에 따른 일본 통일교 존립 위기로 조직이 위축되고 재정난을 겪자 한국에서 보다 공세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하다가 해산 대상으로 거론되는 사태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과 우호관계 속 교세 확장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교는 창립 초반부터 교세 확장을 위해 정치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전략을 구사했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미국 선교 방식이다. 1960, 70년대 서구 신흥종교 운동 붐을 타고 미국에 진출한 통일교는 헌금과 부동산 사업 수익 등을 재원으로 보수신문 ‘워싱턴타임스’를 창간하고 워터게이트 사건 국면에 리처드 닉슨 대통령 하야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주로 공화당과 두꺼운 인맥을 쌓았다.
여기엔 실향민 출신으로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던 문 총재의 보수 성향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박정희 집권기였던 이 시기 한국에서도 통일교는 ‘공산주의를 이기자’는 승공(勝共)운동으로 정권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유신정권 시절 한국 중앙정보부가 미국 의회에서 친한 여론을 조성하려 뇌물 로비를 했다고 폭로된 ‘코리아게이트’ 사건에 문 총재가 연루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통일교가 일본에서 교세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보수파 거두이자 아베 전 총리 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 문 총재의 친분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가 한국에서 정치적 의지를 드러낸 건 2000년대 들어서다. 2007년 8월 평화통일가정당을 창당하고 이듬해 4월 18대 총선에서 전국 245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낸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결과는 당선자 전무, 1%대 득표로 초라했다. 한학자 총재가 2012년 9월 문 총재 사후 교주 자리를 이어받은 후에도 통일교는 ‘신통일한국’ 건설을 주창하며 정교일치 기조를 유지했다.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실행자로 특검 수사대상에 오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이 교단 실세로 부상한 건 한학자 체제가 구축된 2016년쯤으로 알려졌다.
창시자 사후 교세 위축 타개책이었나

통일교가 특정 정당 당원명부에 교인들 이름을 올려 선거에 개입했다거나 유력 정치인에게 직접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을 만큼 노골적인 유착을 꾀한 걸 두고 그만큼 교회 사정이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설치, 한일 해저터널 건설 등 그간 드러난 로비 내용이 대부분 교회 현안 사업에 정부 예산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라는 점도 자금난의 방증이라는 것.
한 총재 등극 이후 통일교는 극심하게 분열됐다. 문 총재 생전에 후계자로 지명됐던 문형진(7남)씨는 모친을 맹비난하며 미국에 별도 교회(생추어리처치)를 세웠다. 동생보다 먼저 후계자로 지명됐다가 축출된 문현진(3남)씨도 글로벌피스재단(GPF)을 세워 ‘통일교 적자’를 자처하고 있다. 내부 비판자들은 한 총재가 ‘독생녀’를 자처하며 자칭 ‘재림 예수’였던 창시자 남편의 반열에 올라 ‘교회는 문형진, 사업은 문국진(4남)이 잇는다’는 남편 유지를 어기고 측근들 전횡을 방조했다고 주장한다.
교회 수입 기반인 신도들이 내분으로 줄어든 데 더해, 통일교는 대형 재정 악재를 연달아 맞았다. 문현진씨가 원래 통일교 내부 조직이던 UCI그룹 회장 자격으로 통일교와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수천억 원대 재산 분쟁을 치러 모두 승소했다. 2022년 일본에선 통일교에 원한을 품은 남성이 아베 전 총리를 암살하고 그 여파로 ‘통일교 해산’ 재판이 진행되면서 통일교 최대 돈줄인 일본교회 헌금이 급감했다. 통일교 재단이 그간 일본에서 얻은 수입은 연 2,000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마침 통일교는 2016년부터 교황청을 모델로 한 초대형 건물이자 한 총재 거처가 될 ‘천원궁(2023년 준공)'을 경기 가평군 본거지에 짓느라 복합적 자금난을 겪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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