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무릎 위에 두고 쓰다듬을 언론을 원하는가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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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감정이 잔뜩 배인 이 문장들은 1980년 초 계엄사령부의 언론검열단이 작성한 보고서에 담겨 있다.
언론검열단은 1979년 10·26 사건 직후 비상계엄 정국에서 사회안정 등을 꾀하겠다는 명분으로 만든 조직이다.
정권이 패소하더라도 언론사를 위축시키는 효과는 분명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번엔 언론 보도와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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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정권들도 '길들이기'
'워치도그' 원한다면 입법 재고돼야

'(경제 보도에서) 폭등, 폭락, 큰 타격, 폭삭 등 원색적 용어 남발' '불확실한 내용을 경쟁적으로 보도해 경제생활 불안감 조성'
불편한 감정이 잔뜩 배인 이 문장들은 1980년 초 계엄사령부의 언론검열단이 작성한 보고서에 담겨 있다. 신문 경제 기사를 분석해 만든 보고서다. 언론검열단은 1979년 10·26 사건 직후 비상계엄 정국에서 사회안정 등을 꾀하겠다는 명분으로 만든 조직이다.
1979년과 1980년 한국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제2차 석유파동(오일쇼크)이 터진 탓에 유가가 급등한 데다 냉해까지 겹쳐 농사도 망쳤다. 달러가 바닥나면서 수입품 가격부터 오르며 물가가 뛰었다. 신문이 썼던 '폭등' '폭락' '폭삭'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권력을 쥔 전두환 신군부에 진실은 중요치 않았다. 정권 찬탈의 큰 그림을 그리던 때에 '나라 경제가 어렵다'는 보도가 나오면 안 됐다. 성난 민심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전 검열을 통해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무더기로 지웠다. 한국일보가 최근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로부터 입수, 분석한 1979년 10월~1981년 1월의 본보 검열 삭제 기사를 보면 경제난을 다룬 보도가 많았다. "남대문 시장에서 암거래되는 100달러 가격이 이틀 새 1,500원이나 뛰었다" "경기 성남 공단 입주 기업들이 불황과 자금난 탓에 줄도산해 2,000여 명의 근로자가 실직했다"는 기사 초고가 삭제됐다. 경제 기사뿐 아니라 군인 범죄 등도 보도하지 못하게 했다. 전두환은 보도 삭제, 언론인 강제해직, 언론사 통폐합 등으로 언론을 길들여 권력 탈취의 장애물을 없앴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1909450005795)
진영을 떠나 권력이 공통적으로 가진 속성이 여럿 있다. 언론을 통제하려는 습성이다. 힘 있는 이들은 보통 자신을 향한 비판을 싫어한다. 대중의 인식과 여론을 의도한 대로 형성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비판을 내켜 하지 않는 건 인간의 본능에 가깝지만 권력집단이라면 이를 받아들이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부패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두환 식의 무자비한 탄압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민주적 선거를 통해 집권한 정권들도 언론을 길들이려는 시도를 해왔다. 비판적 언론을 상대로 벌이는 무리한 거액 손해배상 소송이 대표적이다. 정권이 패소하더라도 언론사를 위축시키는 효과는 분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했던 '바이든 -날리면' 소송이 당장 떠오른다. MBC 기자를 전용기에 탑승시키지 않는 조치는 덤이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재갈 물리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번엔 언론 보도와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 등을 담았는데 허위조작정보의 기준부터 모호하다.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대기업 임원 등이 비판 보도를 막으려고 소송을 남발할 여지도 있다. 주요 언론단체와 진보 성향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가 몰락한 이유는 한두 개가 아니지만 언론을 '워치도그'(감시견)가 아닌 '랩도그'(애완견)로 인식한 것도 원인이다. 민주당은 어떤 언론을 원하는가. '워치도그'로 생각한다면 연내 입법 강행 방침은 재고돼야 한다.
유대근 사회정책부장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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