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2명, 해변 유대인 행사장 향해 10여분 총격… 시민이 1명 제압
유대인들이 종교 행사를 진행하던 호주 시드니 해변가에서 이들을 겨냥한 총기 난사가 벌어졌다. 호주 정부와 경찰은 이번 행위를 ‘반(反)유대주의 테러’로 규정하고, 사건 배후를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호주 시드니 동부 본다이 해변에서 괴한 2명이 총기를 난사해 경찰에 사살된 용의자 1명을 포함해 최소 12명이 숨졌다. 나머지 용의자 1명이 총기를 든 상태에서 시민에게 제압당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포착됐다. 경찰을 포함해 최소 29명이 다쳤다.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호주 언론에 따르면 뉴사우스웨일스주(州)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40분쯤 본다이 해변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목격자들은 검은색 옷을 입은 총격범이 해변과 인근 보행자 다리 등에서 10분간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현장을 목격한 지역 주민 해리 윌슨(30)은 시드니모닝헤럴드에 “최소 10명이 땅에 쓰러져 있었고 곳곳에 피가 흥건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다리 아래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제보를 받고 수색에 나서 총격범의 차 안에서 급조 폭발물(IED)을 찾아내 제거했다.
원주민어로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라는 뜻을 가진 본다이 해변은 서핑 장소로 유명하다. 남반구인 호주는 요즘이 여름철이라 주말과 휴일마다 서핑이나 해수욕을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인다. 소셜미디어에는 총성과 경찰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사람들이 해변과 인근 공원에서 황급히 대피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들이 확산됐다. 현장 동영상을 보면 총격범이 산탄총으로 보이는 장총을 쏘면서 일대를 활보하는 중, 흰색 티셔츠를 입은 한 남성이 그의 뒤에서 몰래 접근해 몸싸움을 벌여 총기를 빼냈고 총격범은 달아났다.
호주 정부는 이번 사건을 호주 유대인을 겨냥한 반유대주의 테러로 규정했다. 사건 당시 본다이 해변에서는 유대교 명절 하누카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으며, 최소 7구의 시신이 유대교 행사장에서 발견됐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호주 유대인들을 겨냥한 사악한 반유대주의 행위”라며 “우리 나라에 이러한 증오, 폭력, 테러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거대한 반유대주의 물결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도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에 “시드니에서 하누카를 기념하기 위해 모인 유대인 가족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끔찍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전 세계 유대인 공동체에 위로를 보낸다”고 적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애도 메시지를 냈다.
로이터는 이번 사건에 대해 “1996년 태즈메이니아주 총격 사건 이후 호주에서 벌어진 최악의 총기 사건”이라고 했다. 치안이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는 호주에서 총기 난사 사건은 흔하지 않다.
호주 정부는 1996년 태즈메이니아주 한 관광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35명이 숨지자 자동·반자동 총기 소유를 금지했다. 2014년 12월에는 시드니 도심의 초콜릿 가게 겸 카페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이란계 호주인이 손님들을 잡고 인질극을 벌여 범인을 포함해 3명이 숨졌다. 희생자 숫자는 크지 않았지만, 극단주의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이른바 ‘외로운 늑대’가 벌인 자생 테러라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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