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부의 적’ 처단 요구에… 4성 장군 “부당 지시 거부”
공화 군사위원장 “근거 없다” 퇴짜

재집권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력 누수 징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자신의 지지세가 압도적이던 지역에서의 잇단 선거 참패로 공화당 내 동요가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군(軍) 수뇌부까지 트럼프의 안보관을 공개 반박하며 “부당한 지시는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4성 장군 “내부의 적 없다”...트럼프 논리 정면 반박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에 따르면, 지난 11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그레고리 기요 미군 북부사령관(공군 대장)은 최근 트럼프가 여러 차례 “‘내부의 적(enemy within)’이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나는 내부의 적이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어 “우리는 국토 수호를 위해 여러 방법으로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이런 방식(내부의 적 처단)으로 임무를 부여받은 적은 없었다”고도 했다.
‘내부의 적’은 최근 트럼프가 강경 반이민 정책 등 자신의 국정 방향에 반대하는 민주당 및 시민단체들을 비난하면서 써온 말로 미국 정치권을 분열시키는 뇌관 역할을 해왔다. 지난달에는 “급진 좌파 등 ‘내부의 적’을 제압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트럼프 주장에 맞서 해군 파일럿·우주 비행사 출신 마크 켈리 민주당 상원의원이 “현역 군인은 헌법을 수호하고 불법적인 (대통령) 명령을 거부할 의무가 있다”는 소셜미디어 영상 메시지를 냈다. 이에 국방부가 켈리에 대해 반역 혐의로 징계까지 추진하며 정치권 갈등은 극대화됐다.
북부사령부는 다른 사령부와 달리 미 본토 수호를 전담하는 핵심 조직이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기요 사령관은 트럼프 재집권 이후 군 고위 장성들이 대거 물갈이되는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킬 정도로 새 정부의 신뢰를 받아왔다. 그런 그가 트럼프의 안보관을 상징하는 단어 ‘내부의 적’을 공개적으로 부정하자 “군 최고 지휘관이 통수권자의 안보관을 정면으로 허물어뜨렸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기요 사령관은 “대통령이 특정 단체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공격을 명령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민주당 잭 리드 의원의 질의에 “명령이 내려오면 즉시 참모 법무관 및 법률 고문들과 상의해 합법성을 우선 평가할 것이고, 검토 결과 합법적이지 않다면 수행하지 않겠다”고도 답했다.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 명령이라 해도 불법 정치 개입으로 판단될 경우 따르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적 처벌’ 거부한 與 군사위원장
최근 애리조나주 의회가 트럼프가 밀어붙이던 선거구 재획정을 부결시키며 본격화한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기조는 워싱턴 중앙 정치권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은 11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주도로 작성된 켈리 의원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 대해 “별다른 내용이 없기 때문에 처벌할 근거가 없다”며 퇴짜를 놨다. 켈리는 최근 트럼프의 새로운 정적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해군 파일럿으로 참전하고 우주비행사로 활약한 그가 공개적으로 현역 군인들을 향해 “헌법을 수호하고 불법적인 대통령 명령을 거부할 의무가 있다”고 발언하자 백악관은 “군 통수권자에 대한 항명과 선동, 나아가 반역”이라며 격앙했다. 국방부도 켈리의 계급(예비역 해군 대령) 박탈이나 군사재판 회부 추진 방침을 밝히고, 징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트럼프가 소속된 공화당 거물마저 “처벌 근거가 없다”고 단칼에 퇴짜를 놓으면서 켈리를 반역자로 몰아가려던 트럼프의 계획은 일찌감치 실행 동력을 잃게 됐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與 대중국 특위 “돈보다 안보”...반도체 수출도 제동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의 반기는 국방 분야를 넘어 국정 전 분야로 번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AI(인공지능) 칩 ‘H200’의 대중국 및 중동 수출을 허용하려 하자 공화당 내 대중국 강경파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공화당 존 물레나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은 지난 3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 “중국 기업들에 최첨단 칩 판매를 승인하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스스로 허무는 꼴”이라며 트럼프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상원에서도 공화당 피트 리케츠 의원이 주도로 해당 칩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트럼프의 대중 수출 방침은 좌절돼 다시 한번 타격을 입게 된다. 기업 친화적인 공화당조차 안보 이슈에서만큼은 같은 당 소속 대통령의 ‘거래적 본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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