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522] 통일교 천정궁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통일교의 중요 건물인 천정궁에 간 적이 있다. 장락산 중턱에 온통 하얀 대리석으로만 지은 웅장한 건물이다. 국내 건물 가운데 가장 고급스러운 건물이 아닌가 싶다. 멀리 도로에서 보면 대리석 건물이 마치 미국 국회의사당 건물과 비슷한 아우라를 풍긴다.
2009년 어느 날 이른 아침 6시쯤에 문선명 통일교 총재 비서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총재님이 오늘 한번 보자고 한다는 것이다. 문 총재는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내 쪽에서 만나고 싶다고 해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쪽에서 불러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정보가 입력돼 있던 상태였다. 반대로 현대 정주영 회장과 문 총재는 서로 만나기로 약속돼 있다가 사흘 전에 정 회장 쪽에서 갑자기 약속을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만나면 내가 문선명한테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번뜩이는 기지와 황소 같은 추진력을 지닌 천하의 정주영 회장도 조심한 인물이 문선명이었다.
나를 데리러 온 문 총재 수행비서 차를 타고 천정궁으로 가는 길에 물었다. “왜 나를 오라는 거요?” “예전에 조 선생님이 대권 주자들 관상평을 신문에 쓴 적이 있는데 총재님이 그걸 아주 재미있게 읽으셨던 것 같습니다.” 기억을 떠올려 보니 ‘노무현은 스라소니, 이회창은 매, 정몽준은 얼룩말’이라고 쓴 글이었다. 천정궁에 도착해 보니 건물 짓는다고 바위들을 너무 깨트렸다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불교의 고승들도 절 짓는다고 바위 깨트리는 일은 아주 조심한다. 건물을 지을 때 암석과 바위를 많이 훼손하면 후과(後果)가 있다는 역대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총재를 만나자마자 필자가 밑도 끝도 없이 단도직입으로 질문했다. “산신령의 보복이 있겠는데요?” “내가 3년간은 이 터에 상주하면서 터의 기운을 눌러야 돼.” 필자는 이 대답을 듣고도 또 물고 늘어졌다. “그래도 보복이 있을 텐데요?” “건물 완공하고 처음 여기 있는데 비몽사몽간에 검은 먹구름이 오는 게 보이더구먼. 꿈보다 해몽이 어려워!” 종교 교주도 해몽이 어렵다는 소리를 듣고 공감되는 바가 있었다. 그 먹구름은 나중에 헬기 추락 사고를 예시하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문 총재는 나에게 행재(行財·노잣돈)도 안 챙겨 줬다. 혹시 중간에서 배달 사고(?)를 낸 거 아닐까 나름 짐작했다. 이번 통일교 게이트를 보고 이치를 재삼 확인한다. 역시 배지를 달고 있어야 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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