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에너지 시설 맹폭…난방 끊어 ‘영토 포기’ 압박
젤렌스키, 오늘부터 베를린서 미 특사·유럽 정상들과 연쇄 회동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간 연쇄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맹폭해 100만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봤다. 러시아가 종전 조건으로 요구하는 영토 할양 문제에서 우크라이나가 양보할 뜻을 보이지 않자 대우크라이나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남부의 주요 항구도시 오데사를 공습해 이 도시 대부분 지역에 전력, 난방, 상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이번 공격은 2022년 개전 이후 러시아의 오데사 공습 중 최대 규모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에선 러시아 포탄이 주거용 건물을 타격해 80세 여성이 사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에 “모든 사람이 러시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 국민에게 어떤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러시아는 전쟁을 끝내려는 의도가 없다”고 썼다. 그는 “그들은 여전히 우리 국가를 파괴하고 우리 국민에게 최대한의 고통을 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개전 이래 겨울이 되면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무력화해 민간인의 난방, 전기 사용을 차단해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추위를 무기화한다고 비판해왔다.
러시아의 이번 공습은 미·러가 작성했던 28개항 평화협정안이 미·우크라이나 협의를 거쳐 대폭 수정되는 와중에 이뤄졌다. 애초 28개항 평화안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영토를 모두 넘겨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협상을 벌여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평화안을 대폭 수정했다. 지난 10일에는 영토 문제, 전후 안전보장 등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담은 20개항 평화안을 미국에 역제안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평화안에 현재 통제하고 있는 자국 영토를 러시아에 할양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포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14~15일 베를린에서 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 중동특사 및 유럽 정상들과 연쇄 회동함에 따라 평화안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를 위한 회의’는 더는 하지 않겠다면서 크리스마스까지 협상을 타결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회동은 미국이 연내 종전 합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열리는 중대한 만남”이라며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압박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돈바스 할양 요구를 포기하지 않고 있어 이번 베를린 회담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영토 문제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협상은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공산이 크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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