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세계와 인간을 잇는 조각의 언어

한유진 2025. 12. 1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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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은 어떻게 다시 세계와 인간을 잇는 감응의 매개가 될 수 있을까.

프롤로그전에서 두 감독은 창원이 지닌 조각의 지층과 도시의 기억을 새로운 감응의 언어로 번역하며 내년 본전시로 이어질 서곡을 펼쳐 보인다.

조혜정·장쥔 공동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는 조각을 다시 세계와 인간을 연결하는 감응의 언어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며 "창원에서 시작되는 이 서곡이 내년에 열릴 본전시에서 더 넓고 깊은 울림의 장으로 펼쳐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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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전 ‘레조넌스 튜닝: 공명장을…’
임형준·아틀라스 매핑 콜렉티브 등 12팀
28일까지 성산아트홀 전시동 지하 1층

조각은 어떻게 다시 세계와 인간을 잇는 감응의 매개가 될 수 있을까.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서막을 여는 프롤로그 전시 ‘레조넌스 튜닝: 공명장을 위한 서곡’이 창원 성산아트홀 전시동 지하 1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혜정, 장쥔 예술감독이 이끄는 내년 창원조각비엔날레의 방향성을 조율하는 중요한 축이다.

서울과 상하이에서 출발해 각각 중국과 독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두 감독은 서로 다른 문화권을 이동하며 형성된 관점을 바탕으로 ‘공명·관계·재맥락화’라는 비엔날레의 핵심 감각을 함께 구축하고 있다.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프롤로그 전시 ‘레조넌스 튜닝: 공명장을 위한 서곡’에서 조혜정 예술감독이 오제성 작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프롤로그전에서 두 감독은 창원이 지닌 조각의 지층과 도시의 기억을 새로운 감응의 언어로 번역하며 내년 본전시로 이어질 서곡을 펼쳐 보인다. 전시에는 김상균, 민성홍, 앤드류 아난다 부겔, 오제성, 왕정홍, 유수진, 임형준, 아틀라스 매핑 콜렉티브 등 작가 12팀이 참여했다. 이들은 예술이 우리의 삶에서 무엇을 회복할 수 있는지, 조각이 어떻게 다시 세계와 인간을 잇는 감응의 매개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김상균 작가는 사라지거나 변형된 건축물의 파사드를 통해 도시가 기억하고 지워온 시간을 포착한다. 근대와 식민, 산업화의 흔적을 품은 건축의 표면을 실제 비례로 축소한 콘크리트 패널로 제작한 뒤, 이를 도시의 순환적 역사를 조형적 언어로 재해석했다.

김상균, The Scene 180705, 2018, 그라우트·포맥스, 가변 크기 설치./작가 제공/

민성홍 작가는 재건축을 앞두고 이웃들이 흩어지던 시기 그들이 두고 간 사물들을 모아 바퀴가 달린 이동 조형물로 재구성했다. 기능을 잃은 사물들은 해체와 재조합을 거쳐 움직임을 갖게 되고, 이는 공동체가 경험한 변화와 감정의 진동을 또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는 매개가 된다.

민성홍, 다시락(多侍樂), 2016, 수집된 오브제·세라믹·목재 채색·바퀴·종이꽃, 220 × 70 × 240cm./작가 제공/

백정기 작가는 동상의 3D 스캔에 상상적 왜곡과 변형을 더해 기념비적 형상을 탈주하는 새로운 조각적 신체를 만들었다. 조형물들은 소설 낭독을 라디오 신호로 변환해 송신하며 조각을 시각적 매체를 넘어 신호와 기억, 잔향의 매개로 확장한다.

백정기, 능동적인 조각, 2023, 금속분말 캐스팅, 송신기, 라디오, MP3 플레이어, 스테인리스 파이프, 나무, 혼합재료, 가변 설치./아라리오 갤러리 제공/

전시장 한편에는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역사와 도시의 기억, 장소의 결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를 선별해 창원의 문화 생태를 시각화한 ‘아틀라스 매핑 콜렉티브’의 ‘창원 조각 아틀라스’도 설치돼 있다. 2010년 이후 도시 곳곳에 설치된 조각과 전시의 흐름을 디지털 지도 위에 재배열함으로써 창원과 조각 비엔날레가 어떻게 서로의 시간을 형성해 왔는지 보여준다.

관람자들이 한요한 작가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김승권 기자/

오제성 작가는 문신, 김영원, 박석원 등 창원과 연관된 조각가들의 조형 언어를 새로운 입체로 확장했다.

문신의 ‘화’는 촬영 이미지로부터 3D 데이터를 추출해 재구성했고, 김영원의 ‘중력, 무중력’과 권오상의 작업 이미지는 AI에서 생성된 입체 구조로 재해석됐다.

박석원의 ‘초토’는 음각 조형을 양각으로 전환해 현대 재료로 제작하며 원작에 담긴 정서를 다른 형식의 감각으로 옮겨 놨다.

전시장에 놓인 통조림 1000개로 구성된 유수진 작가의 ‘리틀 마닐라’는 관계의 이동에 따라 재배치되며 공간의 ‘채움’과 ‘비움’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유수진, 파도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섬처럼, 2024, 통조림·시트지, 설치, 가변 크기. /작가 제공/

한요한 작가는 한국의 밤 풍경에서 볼 수 있는 간판의 색채와 점멸, 문자 배열로 독자적 시각 언어를 선보인다.

조혜정·장쥔 공동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는 조각을 다시 세계와 인간을 연결하는 감응의 언어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며 “창원에서 시작되는 이 서곡이 내년에 열릴 본전시에서 더 넓고 깊은 울림의 장으로 펼쳐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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