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건설회관 건립공사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
회원사 ‘입찰 공정성’ 상실 비판
도회 “예산 절감 위한 고육지책”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이하 도회)의 숙원 사업인 경남건설회관 건립공사가 입찰 방식을 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이번 공사 발주 관련 사항을 협의한 건설회관이전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예산 절감과 건실한 시공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공정성을 상실한 짜고 치는 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예산 현실 vs 협회 정체성… ‘최저가 낙찰’의 딜레마= 우선 낙찰자 결정 방식을 두고 업계의 시각이 엇갈린다. 도회는 이번 입찰에 ‘기초금액 이하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건설협회가 그동안 공공기관의 최저가 낙찰제가 건설사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품질 저하를 유발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온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도내 한 건설사 관계자 A씨는 “협회장이 앞장서서 ‘최저가 낙찰제가 부실을 유발하니 적격심사제로 바꿔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느냐”며 “정작 자신들의 공사에는 최저가를 고집하는 건 회원사들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자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 역시 “남들에겐 ‘제대로 돈 주고 일을 시켜라’고 하면서, 우리 건물 짓는데 이런 방식을 쓰면 누가 협회의 진정성을 믿어주겠냐”고 성토했다.
추진위는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했다. 추진위 관계자는“회원들에게 특별회비 등을 걷어 부담을 주기보다, 보유한 예산 범위 내에서 회관을 완공해야 하는 재정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개발업 등록증… ‘행정 절차’와 ‘업무 범위’의 해석 차이= ‘부동산개발업 등록증 제출’ 요건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업계에서는 해당 면허 요구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통상 부동산개발업 등록은 분양이나 임대 사업을 주관하는 ‘시행사(발주처)’에게 필요한 자격이지, 단순히 시공사가 갖춰야 할 요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건설사 관계자 C씨는 “건물을 짓는 시공사에게 시행사가 갖춰야 할 면허를 가져오라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자칫 발주처가 해야 할 분양 등의 책임을 시공사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추진위는 “건축 허가를 위한 필수 행정 절차”라고 해명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신축 회관에 임대 시설이 포함돼 있어, 창원시가 건축 허가 조건으로 ‘착공 전까지 부동산개발업 등록 사업자의 참여’를 걸었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비영리 법인이라 직접 해당 면허를 보유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시공사가 면허를 갖추거나 면허 있는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안내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용등급 ‘BBB-’ 상향… ‘안전장치’인가 ‘진입 장벽’인가= 입찰 참가 자격인 신용평가등급 ‘BBB- 이상’을 두고도 입장이 교차한다.
100억원대 공사에 통상 기준보다 높은 등급을 요구해 중소 업체들의 참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 D씨는 “진짜 안전을 원했다면 차라리 ‘A’ 등급 이상으로 해서 부도 위험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며 “특정 업체의 신용도에 맞춰 하한선을 그은 것은 의도가 뻔한 ‘맞춤형 장벽’”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추진위는 최근 건설 경기 악화에 따른 ‘부도 리스크’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올해 들어 건설사 부도가 늘고 있어,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를 막으려면 재무 구조가 튼튼한 업체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정 업체를 위한 것이라면 실적 제한을 걸었을 텐데, 오히려 실적 제한을 없애고 신용등급만 높여 참여 폭을 열어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보 비대칭과 독소조항 논란= 더 큰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이다. 입찰 유의서에 지질 여건 변동에 따른 공사비 증액은 없다고 명시돼 있다. 건설업 관계자는 “땅속 사정은 파보기 전엔 모르는데 추가 비용을 시공사가 떠안으라는 건 독소 조항”이라며 “추진위나 집행부는 지질 조사서 등 상세 정보를 알고 있지만, 일반 회원사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이는 답을 알고 시험 치는 사람과 모르고 치는 사람의 싸움인 ‘불공정 게임’”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추진위는 “설계 단계에서 땅속 지지대(파일)의 양을 충분히 여유 있게 책정했기 때문에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도회는 견적 기간 제공을 위해 입찰 마감을 24일로 연기했다.

박준영 기자 bk6041@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