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성장→속도’ 무한굴레 갇힌 쿠팡…노동자 건강과 안전은 뒷전

“쿠팡은 사람을 부품으로 생각하거든요.”(5개월차 쿠팡 야간 택배기사 이아무개씨)
“아들은 퇴근 후 바로 잠을 자고, 일어나면 바로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1년여 만에 몸무게가 15㎏ 줄더라. 쿠팡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을 수명 다한 부품 취급했다.”(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고 장덕준씨 어머니, 단행본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2022) 중)
올해 쿠팡에서는 알려진 바로만 8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전국택배노조는 2020년부터 5년간 사망한 노동자가 29명에 이른다고 말한다. 경쟁사 대비 알려진 사망자 수가 유독 많다. 쿠팡이 사람을 쓰고 버리는 부품 취급한다는 목소리가 반복되는 배경이다. 쿠팡 노동자가 이런 상황에 내몰린 이유는 뭘까.
멈추지 않는 성장이라는 목표
지난달 4일(미국 뉴욕 현지시각), 쿠팡아이엔씨(Inc. 쿠팡 모회사인 미국 법인)의 올해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최고경영자(CEO)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한 말이다. 그의 말은 쿠팡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보여준다. 멈추지 않는 성장이다.
김 의장은 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미래 먹거리 투자에 거침없다. 2023년 명품 의류 플랫폼 파페치를 5억달러에 인수했다. 올해 들어선 대만 시장 물류 네트워크 확대 등에 9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외형 성장 부문에 대한 자원 집중은 비용 부문에 대한 엄격한 관리로 이어진다. 비용을 줄여야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노동자 안전과 건강이다. 과로사 등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은 쿠팡의 성장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뜻이다.
두 재무 정보는 이런 실태를 뒷받침한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21년 23%에서 2023년 17%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19%로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20%를 밑돈다.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 역시 2021년 83%에서 지난해 71%로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공급망 최적화 등에 따라 효율이 높아진 덕택이나, 매출 급증만큼 임금(또는 수수료) 조정과 인력 확충 등이 뒤따르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쿠팡 고용 형태는 물류 자회사→물류 대리점으로 이어지는 간접고용이 상당 부분 차지하는 터라 쿠팡이 사람을 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직접고용일 경우엔 인건비로, 간접고용일 땐 수수료로 반영된다. 인건비 비중과 더불어 매출원가 비중도 살펴야 쿠팡의 사람 투자를 좀 더 포착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런 실태는 쿠팡 노동자의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택배기사로 3년여 일한 한 쿠팡 직원은 “2년 전만 해도 1200원대였던 건당 수수료가 현재는 800원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말한다. 전국택배노조가 지난 10월 쿠팡 택배기사 67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75%는 수수료가 삭감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쿠팡식 실시간 작업속도 통제…무단협 경영의 속살
캠프에서 물품 분류 일을 3년간 한 조혜진씨는 “작업 속도를 높이라는 관리자들 주문이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방송되고, 잠깐 옆자리 동료와 농담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지적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법정 휴게 시간 1시간(식사 시간 포함) 외에 추가 휴게 시간을 주지 않는 곳은 대형 물류업계에선 쿠팡뿐이다.
쿠팡 택배기사들 역시 실시간 배송 현황을 대리점뿐 아니라 캠프에 있는 관리자들도 확인한다. 예컨대 아침 7시까지 배송을 마치지 못할 것 같으면 배송을 서둘러달라는 독촉이 날아온다.
작업 속도는 통상 노조와의 단체협약 사안이다. 한 예로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회사들은 컨베이어벨트 작동 속도를 노조와 합의를 거쳐 결정한다. 작업 속도는 노동 조건의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쿠팡은 노조는 있으나 ‘단협’은 없다. 쿠팡의 모든 자회사가 그렇다. ‘무노조 경영’은 아니나 ‘무단협 경영’이 쿠팡의 한 특징인 셈이다. 작업 속도 결정에서 성장과 효율의 잣대가 우선될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이다. 이 구조 아래 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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