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불경 베껴 쓰면...뇌에 참 좋다, 왜?

김영섭 2025. 12. 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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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 쓰기, 자판 두드리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뇌 자극...신경가소성 활성화
성경 불경 등 경전을 베껴 쓰는 필사나 캘러그래피 등 손글씨 쓰기를 하면 뇌의 노화 속도를 32%나 늦출 수 있다. 손글씨는 특히 노년층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자극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손글씨를 꾸준히 쓰면, 굳어가는 뇌 신경망에 새로운 연결 통로가 생겨 뇌 기능을 보존하는 데 좋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독교·불교 등 신자들 사이에서 성경·불경 등을 한 글자씩 정성 들여 옮겨 적는 필사가 최근 널리 퍼지고 있다. 서예와 캘리그래피도 중장년·노년층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캘리그래피는 서예의 기본 원리를 따르면서도 글자를 자유롭게 바꿔 쓰는 '아름다운 글씨 쓰기'다.

미국 과학·문화 매체 '스터디파인즈(StudyFinds)'는 필사·캘리그래피·서예 등 손글씨 쓰기가 실제 뇌 노화를 강력히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탈리아 로마가톨릭성심대 주세페 마라노 박사팀은 손글씨와 타이핑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뇌 영상 연구 논문 30편을 종합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판을 두드리는 등의 타이핑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손가락 움직임에 그치는 '수동적 인지 활동'에 불과한 반면, 필기도구를 이용하는 손글씨 쓰기는 뇌 전체를 깨우는 고도의 '능동적 활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손글씨가 특히 노년층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자극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한 손글씨를 꾸준히 쓰면 굳어가는 뇌 신경망에 새로운 연결 통로가 생겨 뇌 기능의 보존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伊 로마가톨릭성심대 연구팀 "타이핑은 뇌를 스치고, 손글씨는 뇌를 깨운다"

손글씨 쓰기의 노화 억제·지연 효과는 뇌과학과 각종 임상 연구를 통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이런 활동이 마음의 평안을 넘어 뇌 건강을 지키는 핵심 비결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손글씨를 쓸 때 우리 뇌는 글자 모양을 떠올리는 시각 영역, 미세 근육을 통제하는 운동 영역, 펜 끝의 저항을 느끼는 감각 영역, 언어를 구성하는 인지 영역을 동시다발적으로 활발하게 사용한다.

손글씨가 뇌 건강에 미치는 구체적인 효과는 앞서 미국 러시대 연구 결과에서 입증됐다. 미국 러시대 메디컬센터 로버트 윌슨 박사팀은 노인 294명을 대상으로 사망 전 6년간 매년 인지 기능을 검사하고, 사후 뇌 부검까지 진행하는 대규모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평생 편지 쓰기나 일기 쓰기 등 지적 활동을 꾸준히 해온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인지 능력의 감퇴 속도가 32%나 더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일종의 '방어 효과'다. 뇌 부검 결과를 보면 알츠하이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를 일으키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플라크(찌꺼기)가 뇌에 쌓였더라도 꾸준히 글을 써온 사람들에게는 치매 증상이 훨씬 더 늦게 나타나거나 가벼웠다. 이는 필사 등 활동이 뇌 속에 일종의 '인지 비축분'(Cognitive Reserve)을 쌓아, 물리적인 뇌 손상을 견뎌내게 할 수 있음을 뜻한다.

"손글씨 쓰기, 속도의 시대를 역행하는 '느린 뇌 훈련'에 해당"

전문가들은 성경·불경 필사 등이 뇌 건강에 탁월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로 '느림'과 '복잡성'을 꼽는다. 타자는 ㄱ을 치든 ㅎ을 치든 손가락으로 누르는 동작이 같아 뇌에 썩 큰 자극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손글씨는 글자마다 획의 순서, 방향, 힘의 강약이 모두 달라 뇌에 큰 자극을 준다. 뇌과학자들은 이를 "운동과 의미가 직접 연결되는 과정"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문자를 배울 때 손으로 직접 써본 그룹이 타자를 치는 그룹보다 훨씬 더 오래,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보를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하고, 손끝으로 정교하게 재구성하는 필사의 과정은 그 자체로 뇌의 전두엽을 자극하는 최고 수준의 인지 훈련이다. 디지털 기기의 편리함 속에 펜을 놓아버린 현대인들에게 과학은 다시 손글씨 쓰기를 권한다. 거창한 글이 아니어도 좋다. 하루 10분, 경전의 한 구절이나 좋아하는 시·소설 등 문학작품의 내용을 노트에 옮겨 적어보자. 100세 시대에 뇌를 지키는 쉽고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창작 글쓰기가 아닌, 단순히 남의 글을 베껴 쓰는 필사만으로도 '뇌 운동'이 되나요?

A1. 네,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가톨릭성심대 연구 결과를 보면 손으로 글씨를 쓰는 물리적 행위 자체가 뇌의 광범위한 영역을 자극합니다. 필사는 문장을 눈으로 읽고(시각), 단기 기억에 저장했다가(기억), 손으로 재구성(운동)하는 복합적인 과정을 거칩니다. 손글씨 쓰기는 창작 못지않게 전두엽을 강력히 활성화합니다.

Q2. 종이와 펜 대신, 태블릿 PC와 전자 펜을 사용해도 괜찮나요?

A2. 타이핑보다는 훨씬 낫지만, 종이와 펜이 가장 좋습니다. 전자 펜도 손을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종이에 펜 끝이 닿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마찰력'과 '사각거리는 진동'이 뇌의 감각 피드백 영역을 더 섬세하게 자극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뇌 자극을 극대화하려면 아날로그 방식을, 편의성을 찾는다면 태블릿 필기를 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를 병행하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Q3. 뇌 노화를 막으려면 하루에 얼마나 손글씨를 써야 하나요?

A3. 하루 15~2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양'보다 '꾸준함'입니다. 한 번에 많이 쓰고 그만두는 것보다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펜을 잡는 습관이 뇌 신경망을 유지하는 데 훨씬 더 좋습니다. 너무 무리해서 손목에 통증을 느끼기보다는, 좋아하는 시 한 편이나 경전 3~4구절을 천천히 정독하며 쓰는 게 바람직합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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