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그만?…쿠팡, 2주 넘게 고객 보호 대책 ‘나 몰라라’

서혜미 기자 2025. 12. 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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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0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뒤 쿠팡에 책임을 묻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고, 시민단체가 집단분쟁 조정 신청에 나선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손해배상 단체소송은 결론이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 수준도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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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서울 서초구 본사 건물.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3370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뒤 쿠팡에 책임을 묻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고, 시민단체가 집단분쟁 조정 신청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쿠팡은 사태 발생 2주가 지나도록 2차 피해 예방이나 고객 보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1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의 긴 침묵은 이례적인 모습으로 평가된다. 지난 4월 가입자식별키(IMSI) 등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에스케이(SK)텔레콤의 경우,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유심 무상 교체 등 추가 피해 차단 조처가 이어졌다. 지난 8월 해킹으로 고객 신용정보가 유출된 롯데카드 역시 부정 사용 우려가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 재발급을 진행하고, 국내외 의심거래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집단소송제가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도드라진다. 미국 이동통신사 티모바일은 지난 2021년 해킹 사고가 일어나자 고객에게 2년간 무료 신원 보호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후 집단소송 과정에서는 총 3억5천만달러(5100억원가량)의 손해배상금을 피해자에게 차등 지급하고, 1억5천만달러를 보안 강화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 조정과 협의에 응한 셈이다.

하지만 쿠팡은 유출 정보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모회사가 미국 법인인 까닭에 여론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데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과징금 등 제재가 강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이에 쿠팡의 이례적인 긴 침묵이 이같은 계산을 모두 거친 뒤에 이뤄지는 것 아니냔 반응이 업계에서 나온다.

실제 제도 여건은 쿠팡에 유리한 편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손해배상 단체소송은 결론이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 수준도 낮은 편이다. 2014년 카드 3사에서 1억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피해자 1인당 위자료는 10만 원에 그쳤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4년이 걸렸다.

50명 이상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정부나 소비자단체가 대신 피해구제를 신청하는 집단분쟁조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송에 비해 절차가 빠른 편이긴 하지만, 피해자가 직접 정부나 단체에 신청을 해야 하는 데다, 법적 강제력도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제재 강화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기업의 호의나 자발적 조처에 기댈 게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재발 방지 억지력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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