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부부 변호인 구실한 박성재…석달 동안 ‘명태균 보고서’ 10건 작성

김가윤 기자 2025. 12. 1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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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현안 관련 긴급회의를 마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박성재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인 지난해 9월 검찰이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수사에 착수하자 법무부에서 석달 동안 10건의 관련 보고서를 집중적으로 생산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명태균 게이트’는 명씨가 무상 여론조사 대가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통해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당시 법무부 보고서에는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수사 대응에 필요했음직한 법리 검토 성격의 내용이 다수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해 9월∼12월 ‘명태균 게이트’ 사건 관련 법무부 내부 보고, 법무부와 검찰 사이 연락·보고 자료 총 10건을 만들었다. 이 의혹은 2023년 12월부터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고발로 검찰에 사건이 접수됐고, 지난해 9월 김 여사의 명씨를 통한 공천 개입 보도 뒤 창원지검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 수사 착수 직후인 지난해 9월 법무부는 ‘정치자금법상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 검토’란 제목의 문서를 생산했다. 이는 정치자금법에서 정한 ‘정치활동하는 사람’에 명씨가 해당하는지를 다룬 것으로 보인다.

이어 10월엔 ‘박근혜 전 대통령 공천개입 사건 판결 분석’,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법리 쟁점’ 등 문서가 연이어 작성됐다. 11월엔 이른바 ‘이준석-명태균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자 ‘명태균 전화통화 녹음 관련 쟁점 검토’가 만들어졌고, 11월7일 윤 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관련해선 ‘대통령 기자회견 중 명태균 관련 주요 내용’을 분석한 문건도 생성됐다. 또 같은달 ‘김 여사가 명씨에게 500만원을 건넸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는 ‘명태균에게 500만원 지급한 의혹 관련 쟁점’ 문서가 작성됐다.

계엄 선포 하루 전날인 12월2일 이 사건 최초 폭로자인 강혜경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휴대전화에 대한 증거보전 청구를 법원에 낸 직후에는 곧바로 이와 관련한 검토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에선 검찰 사무에 대한 지휘, 감독을 담당하고 있어 주요 사건에 대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직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문건 내용을 보면 사실상 법무부가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변호인처럼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 전 장관은 지난해 5월·10월 윤 전 대통령 부부 사건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와 직접 연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내란 특검은 지난 11일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박 전 장관의 공소장에서 “박성재는 윤석열의 정치적 부담을 가중할 수 있는 명태균 사건 관련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수사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병주 전 법무부 공공형사과장은 지난해 11월3월 박 전 장관에게 ‘오늘 현재까지 김영선 조사 내용입니다’라며 구체적인 진술 내용을 보고했고, 같은달 9일 ‘오늘 명태균 조사가 있었다’며 ‘명태균 2회 진술요지’ 등을 보냈다. 이어 지난해 11월15일엔 명씨와 강씨의 구속심사 결과를 보내며 피의사실 요지까지 상세히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직 부장검사는 “단순히 보고를 받은 것을 넘어서 이를 (윤 전 대통령 부부 쪽에) 전달했거나, 보고를 받고 수사팀에 어떠한 지시를 내렸거나 수사팀에 압박이 있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 무마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김건희 특검은 최근 내란 특검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해당 내부 문건을 매개로 윤 전 대통령 부부 쪽에 수사정보가 유출됐는지, 수사팀에 외압 정황이 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피의자로 입건하고, 당시 명씨 사건을 맡았던 정유미 전 창원지검장에 대해선 직무유기 피의자로 입건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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