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벤자민 버튼이 거꾸로 간다면’…노화 치료 시대 ‘머지 않아’

이준기 2025. 12. 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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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및 노인성질환 확대로 노화연구 ‘각광’
노화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연구성과 속속 발표
생명연 노화융합연구단, ‘생체시계’, ‘노화 분석기술’ 확보
운동 시 혈액 속 노화억제인자 발굴..근감소증 등 활용 기대
아이클릭아트 제공.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속 주인공 벤자민 버튼처럼 나이가 들수록 젊어질 수 있을까?”

최근 저속노화·항노화·역노화 등의 이름으로 노화가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다. 늙지 않고 젊게 오래 사는 삶은 어찌보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일 것이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와 복지 지출 등 국가·사회적 비용이 급증하면서 국민의 건강 수명 연장을 위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나라로,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2년 기준 평균 기대수명은 82.7년, 건강 수명은 65.8세로, 그 차이가 17년에 달한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수명은 늘었지만, 상당 기간 질병 상태로 보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화는 치매, 암,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거의 모든 만성질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의 약 90%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로 인한 노인 의료비는 2023년 기준 48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최근 노화 자체를 늦추거나 되돌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노화 연구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노화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여러 질병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 생명과학 연구자들이 노화 연구에 주목하게 하는 이유다.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까지 노화시장 선점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일론 머스크를 제외한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오픈 AI의 샘 올트먼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등 실리콘밸리 큰 손들도 노화연구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노화연구를 가장 먼저 시작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중심으로 일부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다.

생명연은 2008년 국내 최초로 노화 전담 연구조직인 노화과학연구센터를 설치한 이후 노화전문연구단, 노화치료융합연구단을 거쳐 상설 전담 연구조직으로 노화연구소를 만들어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22년 출범한 노화치료융합연구단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지원을 받아 2028년까지 6년 간 산학연병이 참여하고 있다.

생명연 연구자가 노화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생명연 제공.


융합연구단은 노화가 일어나는 원리를 세포와 조직 수준에서 규명해 노화를 정확히 측정함으로써 노화를 억제하거나 되돌 수 있는 물질과 방법을 찾는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박종열·강용국 박사팀은 혈액, 간, 비장 등 다양한 장기에서 후성유전체 빅데이터를 생산·분석해 고정밀 후성유전체 생체시계를 제작해 주목 받았다.

김천아 박사팀은 노화가 시작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기술을 개발해 실험 쥐에 적용한 결과, 나이가 들면서 간 조직이 서서히 굳어지고 세포 간 신호 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과정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각종 노인성 질환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연구결과로, 노화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이징’에 실렸다.

이 기술은 간뿐 아니라 폐, 심장, 신장 등 다른 장기의 노화 연구에 활용될 수 있어 노인성 질환을 조기에 진단·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험 쥐를 활용한 노화연구 실험 장면. 생명연 제공.


양용열 박사팀은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 물질을 찾기 위해 항노화 효과가 이미 입증된 운동에 주목하고, 운동할 때 혈액에서 변화하는 물질을 분석해 노화 억제 핵심 인자를 찾아냈다.

나이 든 실험 쥐에 이 물질을 투여하자 운동 없이도 근력이 증가하고 뼈가 튼튼해지는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근감소증이나 골다공증 등 노인성 질환을 치료하는 연구로 확장하고 있다.

권은수 노화치료융합연구단장은 “노화연구는 개인의 건강한 삶을 넘어 초고령사회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과제”라며 “융합연구단은 노화가 일어나는 원리를 근본적으로 밝혀 진단·치료·지연 관련 기술개발을 통해 모든 국민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건강 수명을 늘리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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