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에도 ‘아아’ 당기는 당신?…몸이 보내는 침묵의 경고
한파가 몰아쳐도 거리 곳곳에는 늘 얼음이 가득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이 보인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라는 뜻의 이른바 ‘얼죽아’족은 겨울에도 차가운 음료를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습관을 단순한 ‘취향’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겨울철에는 외부 기온이 낮아 체온이 쉽게 떨어지는데, 이때 차가운 커피가 몸속으로 들어오면 체온을 유지하려는 생리적 반응이 즉각적으로 작동하며 혈관과 위장, 자율신경계에 동시에 자극이 가해질 수 있다.

여기에 커피의 카페인이 더해지면 자극은 더 커진다. 카페인은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고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일시적인 각성 효과를 내는데, 겨울처럼 몸이 긴장하기 쉬운 계절에는 이런 반응이 혈압과 심장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관이 한 번 더 조여지면 손발이 쉽게 차가워지고, 두통·어지러움·가슴 두근거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화 기능도 예외가 아니다. 위장은 따뜻할수록 소화 효소가 원활하게 분비되고 음식 분해 속도도 빨라지는데, 차가운 음료가 들어오면 위장관 운동이 일시적으로 둔해지면서 소화가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역류성 식도염이나 만성 위장염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찬 음료와 카페인이 위 점막을 자극해 복통·설사·속 쓰림 같은 증상을 반복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겨울철 주의가 필요하다.
찬 커피가 면역력과 피로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체온이 떨어지면 백혈구 등 면역 세포 활동이 둔해지고 바이러스·세균에 대한 방어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와 임상 경험을 통해 알려져 있다. 일본 종양내과 전문의 사이토 마사시는 저서 ‘체온 1도가 내 몸을 살린다’에서 체온이 약 1도 내려가면 면역력이 30%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일상에서 체온을 지키는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얼죽아’ 습관이 숨은 질환의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 국내외 연구에서는 철결핍성 빈혈 환자에게서 얼음을 반복적으로 씹어 먹는 ‘빙식증’이 흔히 나타난다고 보고한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연구팀은 철결핍성 빈혈 환자 38명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23명에게서 얼음 중독 양상이 관찰됐고 철분을 보충하자 대부분 얼음 섭취 행동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몸에 열이 많지 않은데도 사계절 내내 얼음이나 찬 음료를 찾는다면,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철분 부족이나 빈혈 여부를 한 번쯤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건강한 성인이라면 추운 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두 잔 마신다고 해서 곧바로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손발이 항상 차갑거나 △소화 기능이 약해 자주 체하거나 △겨울마다 감기나 기관지염이 잦거나 △고혈압·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겨울철만큼은 차가운 커피보다 따뜻한 음료를 선택하는 편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겨울철에는 고혈압·심혈관 질환자의 혈압 관리를 위해 찬 음료를 피하고 체온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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