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톡톡] 개교 앞둔 흑석고 증원 요구에 동작맘 ‘와글와글’

이유경 기자 2025. 12.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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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흑석고등학교가 2026년 3월 개교할 예정입니다. 1997년 중앙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중대부고)가 강남구로 이전한 뒤 29년 만에 들어서는 고등학교입니다. 그동안 흑석동 학생들은 직선거리로 2~3㎞ 떨어진 경문고, 동작고 등으로 통학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새로 문을 여는 흑석고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하지만 개교를 앞두고 흑석고의 학년당 정원을 두고 동작구 안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흑석동 주민들은 흑석고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인근 학교 학부모들은 흑석고로 학생이 빠져나가는 만큼 불이익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시행된 내신 5등급제와 고교학점제로 학교별 ‘학생 수’의 중요성이 커진 영향입니다.

지난 5일 오후 1시쯤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고등학교 신설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유경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흑석고의 학년당 정원을 156명으로 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내신 5등급제에서는 상위 10%만 1등급을 받습니다. 흑석고가 정원을 모두 채워도 내신 1등급 학생이 17명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수강생이 적은 탐구 과목은 영향이 더 큽니다. 예를 들어 흑석고에서 과학 과목의 수강생이 30명이라면, 전교 3등까지만 1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신 2등급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내신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서 2등급까지 누적 인원이 11%에서 34%로 넓어졌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1등급이 아니면 이른바 ‘인서울’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이 정시 모집에도 내신 성적을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학생 수에 더 민감한 이유입니다.

학생 수는 학생이 직접 과목을 선택해 듣는 고교 학점제와도 연결됩니다. 학생 수가 많을수록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개설할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입 입시에서 고교 학생 수는 내신 1등급 인원 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며 “학생 수는 고교 학점제 시스템에서 학교가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개설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흑석동 주민들은 흑석고 정원을 인근 고교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024년 기준 서울 지역 고등학교의 학년당 평균 학생 수는 약 217명, 동작구 관내 고교 평균은 247명 수준입니다. 흑석고 학년당 정원(156명)이 상대적으로 적은 셈입니다.

흑석고 인근 학부모 A씨는 “학생 수도 계속 줄어들 텐데 내신 등급을 고려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중대부중 3학년 김모(15)양도 “학년당 정원이 156명이면 정상적 평가를 기대하기에 너무 적어 진학이 망설여진다”고 말했습니다.

흑석동이 포함된 동작구 제4선거구의 이희원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흑석고에 두 학급을 추가해 (학년당 정원) 최소 200명 이상은 확보해 달라고 교육청에 요청했다”며 “200명 이상이 돼야 내신 5등급제 기준 1등급 인원이 20여명이 된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25일 흑석고 예비 학부모들의 증원 주장 내용과 교육청 간담회 일정을 알리는 안내문 내용./이유경 기자

흑석고 정원이 늘어나는 만큼, 인근 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후기 일반고 배정은 ▲서울 전역에서 학교를 선택하는 1단계(정원 20%) ▲학생 거주지 기준 학교군에서 선택하는 2단계(40%) ▲1·2단계에서 배정되지 않은 학생을 통학 편의 등을 고려해 전산 추첨하는 3단계(40%)로 나뉩니다.

신생 학교인 흑석고는 1단계 지원자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커, 상당수 학생이 2·3단계를 통해 입학할 예정입니다. 현재 흑석고 인근 동양중학교와 중앙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의 3학년 학생 수는 총 339명입니다. 만약 흑석고 배정 인원이 50~100명 늘어나면, 그만큼 인근 고등학교 학생 수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졸지에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하는 주변 학교 입장에선 흑석고의 정원 확대가 달가울 리 없습니다. 경문고 2학년 박모(17)군은 “고1 후배들은 안 그래도 다른 학년보다 인원이 적은데, (흑석고 정원이 늘면) 1등급 인원이 더 감소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문여고 1학년 김모(16)양도 “전학 등의 이유로 입학 당시보다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인원이 더 감소하면 내신에서도 불리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흑석고 증원 요구를 긍정적으로 논의하면서도, 인근 학교의 입장도 살피겠다고 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흑석고에 학년당 200명에 가까운 정원을 채우고자 노력 중이다”라며 “지난 5일까지 원서 접수를 받았던 터라 인근 학교의 학생, 학급 수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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