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원룸에 쓰레기 모아둔 ‘청년’의 이야기”…은둔 청년 도울 정책 나왔다
용산구, 전국 첫 ‘저장강박 의심가구 지원’ 조례로 은둔 청년들에 ‘빛’ 비춘다
‘2025 민주당 지방의회 우수조례 경진대회’서 해당 조례안, ‘최우수’ 선정
윤정회 용산구의원 “국회도 청년 저장강박 문제를 새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지난 10월20일, 경기 오산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불이 나 주민 1명이 숨졌다. 당시 2층에 거주하고 있던 20대 은둔형 여성 A씨가 라이터와 스프레이 파스로 바퀴벌레를 잡으려다 발생한 작은 불이 집안의 '생활 쓰레기' 더미에 옮겨 붙으며 삽시간에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가 혼자 살던 5평 남짓한 방에서 생활 쓰레기만 두 트럭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일부 은둔형 청년들의 '쓰레기 집' 문제가 사회 화두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멀쩡한 집이 쓰레기 집으로 변하는 핵심 원인은 '저장강박증'이 꼽힌다. 저장강박증은 사용 여부나 가치와 관계없이 물건을 계속 저장하고 버리지 못하는 증상으로 정의된다. 이 증상이 있는 사람은 물건을 버리려 할 때 강한 불안이나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당사자가 우울감 등으로 주변 환경을 돌볼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집안 내부 쓰레기 적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형성된 집 안의 쓰레기 적체는 악취를 유발하고 화재 등 사고에서 피해를 키울 수 있다. 또 당사자도 비위생적 환경에서 외부의 도움마저 기피하면서 '미래에 대한 포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통계로 봐도 문제는 심각하다. 건강보험공단의 통계(2019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강박장애 전체 진료 인원(3만152명) 중 2030대가 절반에 가까운 1만4740명(48.9%)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 1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서울시에서 청년 쓰레기집을 자체적으로 발굴·지원한 자치구는 3곳, 건수로 따지면 불과 8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기존 조례의 사각지대에 있다.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선 조례를 통해 청소와 정신질환 진료 지원과 같은 각종 행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례들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기초연금 수급 가구 등 특정 조건으로 제한되어 있어, 해당 조건에 들지 못하는 청년층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허점이 있다. 자연스레 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집계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지자체에서 처음으로 해당 허점을 보완한 조례안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정회 용산구의회 의원(비례대표)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용산구 저장강박 의심가구 지원 조례' 제정안이 지난 8일 구의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것이다. 특히 해당 조례안은 더불어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가 주최한 '2025 지방정부 우수정책·지방의회 우수조례 경진대회'에서 최고 득점을 받으며 최우수 조례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조례안은 소득 조건에 상관없이 위기에 빠진 청년 전체를 지원 대상에 명시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은둔형 청년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윤정회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조례안에 대해 "①주거환경 개선 ②심리 지원 ③사회복귀 지원 ④재발 방지 모니터링을 통해, 미래를 포기할 정도로 위기에 몰린 청년들이 희망을 되찾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국회와 중앙정부도 청년 저장강박 문제를 새로운 사회적 위기로 인식하는 신호탄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례안을 발의하게 된 계기는.
"요즘 청년들은 입시 경쟁부터 취업 경쟁까지 연일 비교와 압박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번아웃과 우울이 빠르게 찾아오고, 자신감이 무너진 청년들은 삶의 동력을 잃어 가장 가까운 공간조차 정리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부정적 시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져 이들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사회의 그림자 속으로 숨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을 보며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계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은둔형 청년들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데, 왜 그간 행정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왔다고 보나.
"청년 저장강박 문제는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니라 우울과 무기력, 사회적 고립이 누적되며 나타나는 정신적 위기의 신호다. 겉으로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여 행정의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또 청년들은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움 요청을 꺼리고 기존 복지제도 역시 경제적 취약계층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자연스레 사각지대에 놓여왔다. 이번 조례는 이 문제를 개인 책임이 아닌 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할 정신건강 문제로 전환하는 계기다."
청년들 입장에선 이번 조례안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달라지나.
"이번 조례안을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그동안 제도 밖에 있었던 청년들에게 주거·정신건강·사회복귀를 아우르는 통합지원 체계가 처음으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단순 청소 지원이 아니라 청년의 회복과 재출발까지 연결되는 구조가 마련됐다. ①주거환경 개선 ②지역 전문기관과 연계한 심리상담·정신건강 지원 ③생활습관 회복과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한 사회복귀 지원 ④재발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등이다."
조례안과 관련한 지원 사업 진행 상황도 궁금하다.
"현재 용산구는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협의를 완료했으며, 현재 내년 추경 예산 편성을 준비 중이다. 예산이 확보되는 즉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조례는 청년이 먼저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행정이 먼저 손을 내미는 체계를 만든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번 조례안이 민주당 지방의회 우수조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로 뽑혔다. 국회 차원에서도 해당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입법으로 확대되길 기대하는지.
"국회와 중앙정부가 해당 문제를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앞으로는 세 가지 방향의 제도 확장이 필요하다. 먼저 지자체마다 지원 수준이 크게 다른 현실을 해소하기 위해 청년 고립·정신건강·주거 문제를 포괄하는 기본·근거법이 마련돼야 한다. 또 청년 저장강박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할 체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익명 기반의 지원창구와 전담 기구도 필요하다. 이 기구는 청년 문제와 지역·의료·민간 자원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해당 시스템이 갖춰져야 청년들이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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