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비 절반은 내 돈으로?” 내년 달라지는 운전자보험 가입할까, 말까 [이보소]
대형사 1월 초·중소형사 1월 중순 개정 예정
보장 경쟁 과열에 도덕적 해이 부작용 커져
“절판 마케팅 휩쓸리지 말고 필요 여부 따져야”
![내년부터 운전자보험 변호사 비용에 ‘자기부담금’이 신설된다는 소식에 운전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보장이 줄어들기 전 ‘지금 가입’이 유리할지, 보험료가 내려갈 ‘개정 후’를 기다릴지 소비자를 위한 현명한 선택법은 무엇일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3/ned/20251213140651213oybn.jpg)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운전자보험 바뀌기 전에 들어야 한다던데.”
요즘 주변에서 이런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이는 조만간 운전자보험의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에 자기부담금 50%가 붙는다는 소식 때문이다. 운전자보험 혜택이 크게 줄어들 예정이니, 그 전에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운전자보험 혜택이 반토막 나는 걸까? 지금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일까? 내년부터 달라지는 운전자보험, 꼼꼼히 따져봤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운전자보험의 핵심 담보인 ‘변호사 선임비용’에 가입자 자기부담금이 신설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손해보험사들에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에 자기부담금 50%를 신설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보험사가 전액 보장하던 방식에서, 앞으로는 소비자가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보장 한도도 심급(1심·2심·3심)별로 나뉘고, 금액도 줄어들 전망이다.
예컨대 변호사 비용이 1000만원 나왔을 때 지금까지는 보험사가 다 내줬지만, 내년부터는 500만원만 주고 나머지 500만원은 직접 내야 한다.
당초 이달부터 운전자보험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약관 정비·전산 시스템 반영 등을 고려해 대형사는 내년 1월 초, 중소형사는 1월 중순께 개정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가입한 상품의 약관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약관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달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고, 시스템 정비 등을 거쳐 내년 1월 초중순부터 차례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과 달리 의무 가입은 아니지만,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꽤 인기 있는 상품이다. 자동차보험이 타인의 피해(대인·대물)를 보상해 주는 ‘남을 위한 보험’이라면 운전자보험은 형사합의금, 변호사 비용, 벌금 등 운전자 본인에게 발생하는 형사적·행정적 비용 손해를 막아주는 ‘나를 위한 보험’이기 때문이다.
운전자보험에 붙는 특약은 100개가 넘지만, 핵심은 세 가지다. 중과실 사고나 피해자 중상해 시 형사합의금을 보장하는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변호사를 선임할 때 비용을 대주는 ‘변호사선임비용’, 행정 벌금을 보장하는 ‘운전자벌금’이다.
건당 보험료는 크지 않지만, 시장 규모는 상당하다.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직전 1년간 운전자보험 신계약건수는 약 408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해보험(619만건), 질병보험(621만건) 다음으로 많고, 실손보험(161만건)의 2.5배가 넘는다. 단일 상품군으로는 손해보험 내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손해보험 보험 상품 판매 신계약 건수. [손해보험협회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13/ned/20251213140651449fkyn.jpg)
운전자보험 시장이 급성장한 건 2020년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 시행 이후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이 강화되면서 운전자보험 수요가 폭증했고, 운전자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드는 마케팅이 불을 뿜었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보장을 늘리면서 변호사선임비용 한도가 1억원까지 올라갔고, 보장 범위도 넓어졌다.
과거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은 자동차 사고로 타인에게 상해를 입혀 구속·기소되는 경우에만 보장했다. 그러다가 약식기소, 불기소까지 확대되더니, 유명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를 내세워 경찰 조사 단계까지 보장 범위를 넓힌 상품도 등장했다. “사고 나서 경찰 조사받을 때 변호사랑 같이 갈 수 있다”는 게 마케팅 포인트가 됐다. 이른바 ‘한문철 플랜’ 등이 인기를 끌며 보장 시점이 앞당겨지자, 다른 보험사들도 앞다퉈 비슷한 담보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문제는 보장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부작용도 함께 자랐다는 점이다. 실제 발생한 비용보다 보험금을 더 타 내려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처음 3000만원으로 변호사 보수 계약을 맺었다가, 보장 한도가 5000만원인 걸 알고 세금계산서를 재발행해 차액 2000만원을 추가로 청구하는 식의 사례가 적발됐다. 부풀려진 계약금을 ‘페이백(금전 거래에서 대금을 일부 되돌려주는 행위)’ 형태로 나눠 가져갔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경우다. 약식명령(벌금형)으로 끝날 사안인데 정식재판을 청구하게 유도한 뒤 변호사비를 타 내는 예도 있었다. 결과는 똑같이 벌금 100만원인데, 변호사비 수천만원이 청구되는 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찰조사 단계에서는 사실 변호사가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보장 한도가 커지면서 일부 변호사들이 보험금을 쉽게 가져가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실손의료비 비급여 과잉청구와 비슷한 양상이다. 결국 금감원이 자기부담금 도입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자기부담금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운전자보험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자기부담금이 50%까지 올라가면 상품 매력이 크지 않으며, 내 돈 내고 변호사를 써야 한다면 굳이 가입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에서다. 특히 사고 이력이 없는 안전 운전자들에게는 상품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우려라는 시각도 있다. 변호사선임비 하나로 시장을 판단할 수 없고, 보장이 줄어드는 대신 보험료가 인하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은 변호사비뿐 아니라 형사합의금 등 필수 담보가 많아 수요가 꾸준하다”며 “오히려 보험료가 싸지면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 유입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지금 서둘러 가입해야 할까, 아니면 개정 후 상품을 기다려도 될까. 전문가들은 “마케팅에 휘둘려 무작정 가입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먼저 기존 가입자라면 보험을 유지하는 것도 괜찮다. 이미 1~2년 내 가입한 운전자보험이 있다면 경찰 조사 단계 보장까지 포함돼 있을 확률이 높다. 다만 2020년 이전 가입자로 형사합의금 한도가 낮다면(3000만원 등), 부족한 담보만 추가하는 방법을 고려해 보자.
자동차보험에도 변호사비용·형사합의금 특약이 있어 일부 대체가 가능하다. 다만 자동차보험 특약은 해당 차 사고에 한정되고 1년 단위지만, 운전자보험은 피보험자 기준이라 다른 차를 운전하다 사고가 나도 보장받을 수 있고 10·20년 장기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다르다.
새로 가입을 고려한다면 몇 가지는 꼭 따져봐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은 담보가 워낙 많아서, 기본계약에 본인에게 불필요한 담보가 포함된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륜차를 운행하지 않는데 이륜차 보장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거나, 주말 교통사고 담보가 필요 없는데 포함된 식이다. 회사마다 기본계약 구성이 다르니 비교해 보고, 불필요한 담보는 빼는 게 좋다.
비용손해 담보는 한도 전액이 아니라 실제 지출한 비용만 보장된다는 점, 같은 특약을 여러 개 가입해도 중복으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 통상 무면허·음주·뺑소니 사고는 보장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기존에 운전자보험이 있다면 새로 가입하기보다 특약을 추가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절판 분위기에 휩쓸려 필요 여부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가입하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며 “본인의 운전 습관과 위험도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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