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와 염색, 탈모 관계 없다?

[파이낸셜뉴스] 머리카락은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면서 자존감과 연결되는 영역이기에 작은 변화에도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펌이나 염색, 탈색 같은 화학적 시술이 실제로 작용하는 지점을 들여다보면 그 불안이 조금은 과장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펌, 염색, 탈색과 같은 시술들은 두피 속에서 머리카락을 만들어내는 모낭이 아니라 피부 밖으로 나온 머리카락의 줄기 부분에 작용한다. 색을 바꾸거나 구조를 재형성하기 위해 약제가 큐티클을 열고 내부 단백질 구조를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약해지고, 표면이 거칠어지고, 빗질만으로 쉽게 끊어질 만큼 손상될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시술을 반복하면 빠지는 머리카락의 양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낭이 머리카락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잃은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머리카락이 도중에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수리 볼륨이 줄어 보이거나 전체 숱이 감소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화학 시술이 두피와 모낭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약제가 두피에 직접 닿는 순간, 두피가 화끈거리면서 이미 염증 반응이 시작된다. 가벼운 자극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되지만 반복되면 일시적으로 모낭의 활동이 느려져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시기가 오기도 한다. 심한 경우 접촉 피부염으로 번져 진물이나 딱지가 생기고 모낭 주변 조직에 영향을 받으면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된다. 이마나 관자 같은 모낭 밀도가 원래 낮은 부위는 자극에 더 취약하다. 짧은 기간을 두고 여러 번 자극적인 시술을 받을 경우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물리적인 힘까지 더해지면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땋기, 강하게 당겨서 묶는 올백 스타일, 붙임머리처럼 지속적으로 힘을 가하면 모낭에 장기적인 스트레스를 준다. 이런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파마나 탈색까지 반복하면 모낭이 견딜 수 있는 한계가 더 빨리 다가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마선이 뒤로 밀리거나 특정 부분의 머리카락 밀도가 낮아지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견인성 탈모는 레게머리(드레드헤어)와 같은 특정 문화권이나 헤어스타일을 통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탈모 유형으로 알려져 있는데, 화학 시술과 물리적 당김이 결합되면 그 위험은 배가 된다.
이미 탈모가 진행 중이라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남성형·여성형 탈모는 유전적 요인과 호르몬, 염증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그 자체로 모낭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강한 화학 시술이 반복되면 모낭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나 탈모의 체감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펌이나 염색을 완전히 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간격을 넉넉히 조절하고 두피에 직접 닿지 않도록 테크닉이 좋은 스타일리스트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앞머리와 정수리처럼 취약한 부위는 시술 강도와 빈도를 더 엄격히 조절하는 것이 좋다.
미용 시술을 통한 만족감은 무시할 수 없을만큼 크다. 머리색이 바뀌거나 질감이 달라지는 변화는 일상에 활력을 주기도 하고 사회적·직업적으로 중요한 상황에서 자신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이분법이 아니라 “지금 나의 모낭 상태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와 속도는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피가 민감하거나 이미 탈모가 시작된 상태라면 시술 전후 두피 반응을 꼼꼼히 살피고, 불편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중단해야 한다. 반대로 모발이 튼튼하고 두피도 건강한 상태라면 적절한 간격을 두고 시술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결국 파마·염색·탈색은 탈모의 절대적인 원인이 아니라, 모낭에 주어지는 스트레스의 총량을 조절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이 변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같은 유전적 조건을 가진 사람도 미래의 머리카락 상태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머리카락은 한 번 손상되면 스스로 회복되기 어렵지만 모낭은 우리가 관리하는 방식에 따라 예상보다 오래 건강하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미용과 두피 건강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은 결국 머리카락이 견딜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인지 하는 것이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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